여름 끝자락의 오후 햇살은 여전히 강렬했다.
햇빛이 여름처럼 뜨겁게 쏟아졌지만, 그 아래 스며드는 바람은 묘하게 차가웠다.
마당의 화분 흙에서 올라오는 냄새가 달라진 것을 알 수 있었다.
하룻밤 사이 식은 공기가 섞여 있었다.
멀리서 들려오는 매미 소리도 변했다.
한여름의 치열하고 절절한 울음소리가 아니라, 어딘가 힘이 빠진 소리였다. 그 틈 사이로 귀뚜라미의 가느다란 울음이 끼어들었다.
길가의 가로수에는 여름의 초록, 끝 언저리는 가을의 노란빛을 띠고 있었다.
점심 무렵 테라스에 앉은 사람들은 양산을 폈다 접었다를 반복했다.
누군가는 가디건을 걸쳤다가 금세 벗어버렸다. 옆 테이블의 여자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이제 반팔 입는 날도 얼마 안 남았네."
그 말이 바람보다 먼저, 내 마음에 스며들었다.
여름이 다 가지 않은 자리에서, 가을이 이미 와 있는 자리에서, 가만히 머무른다.
무겁고 끈적이던 아침 공기가 이제는 맑고 가벼워졌다. 하지만 해가 높이 뜨면 다시 여름의 열기가 돌아온다. 하루 안에서도 여름과 가을이 번갈아 찾아온다.
나무 한 그루 안에서도 여름과 가을이 공존한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깨닫는다. 시작과 끝은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내일은 더 가을스러워질까, 아니면 여름이 다시 고개를 들까? 알 수 없지만 그것도 괜찮다.
이렇게 나란히 앉아 여름과 가을이 서로의 온기를 나누는 동안,
나는 그 사이에 머무는 법을 배운다.
변화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이미 곁에 와서 천천히 손을 내미는 것이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 손을 알아보는 것뿐이다.
급하게 잡으려 하지도, 피하려 하지도 말고, 그저 그 온기를 느끼며 함께 걸어가는 것.
삶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 사이에도, 꿈꾸는 미래와 살고 있는 현재 사이에도
이런 부드러운 경계지대가 있다.
성급하게 선을 긋거나 단정 짓지 않아도, 모든 것은 제 때에 제 모습을 찾아간다.
바람이 불 때마다 나뭇잎들이 조금씩 색을 바꿔가듯, 나 또한 매일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어떤 변화인지 정확히 말할 수는 없지만, 분명히 어제와는 다른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
그리고 그 모든 변화의 순간들이 소중하다는 것을 안다.
여름도, 가을도, 그 사이의 모든 날들도.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넓은 경계지대 안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