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커피,

by 손이불

아침마다 책상 위에 놓이는 건 늘 같은 풍경이다.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커피잔 하나. 향만으로도 머리가 맑아지는 것 같아, 하루의 시작을 습관처럼 시작한다.


물론 첫 모금이 목을 지나면 속이 살짝 따끔거리고, 관절은 미묘한 불편함을 신호처럼 보내온다. 치아까지 시큰거려 오지만, 그래도 이 녀석 없이는 하루가 시작되지 않는다.


몇 번이나 줄여보겠다고 다짐했다. 이번 주는 좀 줄이자, 오늘은 그냥 물로 버텨보자.


하지만 책상에 앉아 컴퓨터를 들여다보면 눈이 흐릿해지고 집중이 산란해진다. 커피 없는 하루는 무언가 앙꼬 없는 찐빵 같다.

결국 점심식사 후에 "아, 버틸만큼 버텼지만 더 버틸 수가 없어"라며 스스로를 타협시킨다.


자유로운 점심시간, 사무실 복도에 커피 향이 퍼진다. 누군가는 원두를 직접 갈아 내려 마시고, 자동머신에 컵을 밀어 넣는 소리가 들린다. 그 향이 내 자리까지 흘러들어오면, 나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나 버튼을 누른다. 뜨거운 컵을 두 손에 감싸 쥐는 순간, 하루의 피로가 잠시 덜어지는 것 같다.


커피는 회사 사람들 사이에 오가는 따뜻한 신호같다.

"커피 한잔 하실래요?"라는 말로 시작되는 대화, 잠시라도 맛있게 웃을 수 있는 시간. 그래서 더 놓지 못한다. 이 공간과 사람들이 커피로 연결되어 있으니까.


물론 마시는 동안은 좋아도, 돌아서면 속은 조금 안 좋다. 괜찮다고 스스로를 달래면서도, 몸이 소곤소곤 항의한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항의는 다음 커피 앞에서 언제나 무력해진다.


애증의 관계라고 하기엔 너무 일방적으로 사랑하고 있는 건 아닐까.

커피는 그렇게 나를 붙잡고, 나 또한 기꺼이 붙잡힌다.


컵은 비어가고, 몸은 또다시 미묘한 불편함을 느끼지만, 누군가 지나가며 묻는다.

"커피 마실래요?" 나는 잠시 망설이는 척하다가, 역시나 고개를 끄덕인다.


오늘도 스스로에게 말한다.

"이제 정말 마지막이야."


하지만 이미 내 마음 한구석에서는 내일 아침의 그 첫 모금을 기대하고 있다는 걸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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