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가 마케터 (6)
미국 동료는 웃으며 선 긋고, 독일 동료는 휴가 가고, 인도 동료는 하나 빼먹고, 중국 동료는 나를 재촉한다?
우리 회사는 미국 본사를 중심으로 독일, 벨기에, 인도, 일본, 중국, 대만, 한국 지사를 운영하고 있다. 사실 사람 사는 건 다 비슷하지만, 다양한 국가에서 온 동료들과 협업하다 보면 ‘문화 차이인가?’ 하고 느끼는 순간들이 있다. 특히 커뮤니케이션 스타일에서 차이가 있다.
나이스한 척(?)하는 미국 동료들
미국 동료들은 이메일을 보낼 때 ‘Hope you are doing well’ 같은 부드러운 인사말을 자주 사용하며 친근하게 접근하는 편이다. 회의에서도 분위기를 풀면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 비교적 부드럽고 친한 느낌을 준다.
회의 중에 농담도 유독 많이 하는데, 이 점에서 다른 국가들과 차이가 확연하다. 이런 부드러움은 영어 능숙도 차이일 수도 있지만, 주로 무뚝뚝한 중국 동료들을 보면 문화적 영향이 더 큰 것 같다.
하지만 이렇게 마치 오래 알고 지낸 친구같지만 업무에 있어서는 칼같이 네 업무와 내 업무를 나누는 게 미국 동료들이다.
직설적인 독일 동료들
미국 동료들에 비해 독일 동료들은 본론부터 바로 이야기하는 것을 선호한다. 한 독일 동료는 휴가 이야기하려는 미국 동료와의 회의 끝에 “미국애들은 왜이렇게 안부를 물어? 빨리 회의나 하지”라고 말한 적도 있었다. 잊지 말아야 한다. 회의에서도 간단한 인사 후 곧바로 핵심 논의로 들어가며, 불필요한 소통을 최소화하려는 경향이 있다. 독일인들에게 'Efficiency'는 삶의 기본 원칙이다.
"안녕하세요?" – O
"주말 잘 보내셨나요?" – X
"그럼 바로 시작할게요." – O
가끔 농담도 잘 하는데 농담을 하는 건지 아닌 건지 분간이 잘 안 갈 때가 많고, 전체적으로 회의 분위기가 재미있지는 않지만 진중하고 깔끔하게 커뮤니케이션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또 하나, 휴가가 엄청 길다. 한여름과 겨울에는 독일 동료들과 연락이 안 된다고 보면 된다.
하나씩 다 챙겨야 하는 인도 동료들
인도 동료들은 유쾌하고 따뜻하지만, 꼼꼼한 확인이 필수다. 마케팅 팀 동료는 늘 회의에 늦는데 늦었다고 화를 내려 하면 재빨리 "Sorry sorry"로 시작해 화를 낼 수가 없다.
요청 한 일도 늦는다. 요청한 일이 얼마나 되었는 지 다시 언급하려고 하면 듣기도 전부터 “알아 얼른 해줄게. 왜 못했냐면.... 미안해”라며 서둘러 하는 것 같지만 요청한 a, b, c 업무 중 꼭 한 가지는 빠뜨린다. 그래서 추가 확인이 꼭 필요하다.
상사나 연장자에게 'Sir'이나 'Madam'과 같은 경칭을 사용한다. 게다가 회사 문화가 유난히 가족적이라, 지사들 중 워크숍이나 체육대회를 가장 자주 여는 곳도 인도다. 한 가지 팁을 주자면, 인도 지사의 워크숍 사진을 보면 기발한 아이디어를 많이 얻을 수 있다.
무뚝뚝한 중국 동료들 vs 언어에 강한 대만 동료들
중국과 대만은 비슷한 문화적 특성을 지니고 있지만, 업무에 집중하는 스타일이다. 한국만큼 빠른 속도로 일을 처리하며, 그만큼 빠른 피드백을 기대한다. 가끔은 ‘내가 느긋한 건가?’ 되돌아보게 될 정도다.
회의를 하다 보면, 중국 지사 동료들은 한국보다 질문이 많다. 아주 강한 중국 억양이지만, 궁금한 점은 반드시 짚고 넘어간다. 반면, 대만 동료들은 비교적 수줍은 느낌이 많다, 영어 면에서는 중국보다 상대적으로 능숙한 편이지만 질문은 잘 하지 않는다.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중국 동료들은 가끔 너무 무뚝뚝해서 ‘혹시... 나라 분위기의 영향인가?’ 싶을 때도 있다.
예의 바른 일본 동료들
일본 동료들은 대부분 온순하고 친절하다는 인상을 준다. 서로 이름 끝에 '-san(상)'을 붙여 부르는데 (존중하는 의미라고 들었다만...) 심지어 미국인 가릴 것 없이 예를 들면 John-san’이라고 메일을 보낸다. 그러나 영어 의사소통이 부족한 경우가 있어, 설명을 듣는 동안 연신 "Yes, yes"라고 해서 이해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설명이 다 끝난 후 "Did you understand?"라고 물어보면 "No"라고 대답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위계질서가 남아 있는 아시아 vs 실력 위주의 미국
아시아에서는 시니어와 주니어 간의 나이나 직급에 따른 존중의 문화가 뚜렷하지만, 미국에서는 업무에 따라 협업하거나 요청하는 방식이 더 일반적이다. 즉, 직급보다는 역할과 책임이 우선시되는 경향이 있다. 승진 문화에서도 차이가 있다. 한국처럼 연차가 쌓인다고 자동으로 승진하는 구조가 아니며, 나이가 많아도 팀원으로 일하는 경우가 흔하다. 반대로 젊은 동료가 지사장이나 리더를 맡는 사례도 많다.
그렇다면 한국 지사는 어떤 문화와 커뮤니케이션 스타일을 가지고 있을가?
한국적인 요소가 남아 있는 한국 지사
한국 지사는 연차와 직급 위계가 뚜렷하며, 상사가 지시하는 구조가 여전하다. 계약 상 주어진 업무 외에도 다양한 업무가 주어지지만 공식적으로 건의하기 어려운 분위기이기도 하다. 다만 휴가 일수 휴가 사용에 대해서는 경험상 타 회사에 비해 자유로운 편이다.
이런 문화적 차이에 대해 글을 쓰게 된 건, 한국 직원들끼리 자연스럽게 '인도 쪽 아직 답장 없지? 메일 보내고 메신저로 한 번 더 쪼아야 해' 같은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고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각국의 커뮤니케이션 스타일이 너무 달라, 우리는 자연스럽게 ‘이 나라엔 이렇게 대응해야 한다’는 나름의 생존 전략을 체득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글은 지극히 개인적인 느낌이며 국적보다 중요한 건 개인의 성향이다. 같은 나라에서도 전혀 다른 사람이 있듯이, 문화적 특징은 참고만 하되, 사람을 직접 경험하는 게 더 중요합니다.라고 말하며 이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