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가 마케터 (7)
리드가 많지만 실제 고객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확보한 리드를 어떻게 고객으로 전환할지는 B2B마케터들이 가장 많이 하는 고민 중 하나다. 특히 엔지니어링 서비스나 솔루션을 다루는 B2B 기업이라면, 단순히 검색 광고를 돌려 리드를 확보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걸 경험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많은 B2B 기업들이 광고에 큰 예산을 쓰지 않는다. 네이버 검색 광고처럼 최소한의 브랜딩을 위한 광고 외에는 별도로 광고를 집행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 회사도 마찬가지로 광고에 별도의 예산을 책정하지 않는다. 대신, 웹사이트 콘텐츠, 웨비나, 데이터시트 다운로드, 고객 사례 공유 등의 방법으로 리드를 확보하고 전환율을 높이는 전략을 사용한다.
B2B 엔지니어링 서비스 및 솔루션 기업에서 마케팅을 담당하면서, 단순히 리드를 확보하는 것보다 리드를 관리하고 육성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을 배운다. 광고 예산 없이도 전환율을 높이는 방법은 무엇일까?
B2C에서는 소비자가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단순한 이벤트나 프로모션만으로도 즉각적인 구매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B2B에서는 다르다. 의사 결정자가 여러명이기도 하고, 단순히 "이거 좋아 보인다" 해서 바로 구매하는 게 아니라, 기술적 신뢰성, ROI(투자 대비 효과), 기존 시스템과의 연계 가능성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한 후 구매를 결정한다. 그래서 구매를 위한 과정이 복잡하고 결정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래서 B2B에서 리드를 확보한다는 건 "지금 당장 제품을 사고 싶어 하는 사람"을 찾는 게 아니라, 관심을 보인 고객과 지속적으로 신뢰를 쌓아가면서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클릭 한 번에 끝나는 게 아니라, 전환 가능성이 높은 리드를 걸러내고 점진적으로 육성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많은 리드를 확보하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다. 하지만 전환 가능성이 낮은 리드는 결국 시간과 비용 낭비일 뿐이다. 결국 중요한 건 어떤 리드가 전환될 가능성이 높은지 선별하고, 그들과 의미 있는 접점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우리는 허브스팟을 활용해 누군가 우리의 웨비나 자료나 데이터시트를 다운로드하면 즉시 감지하고, 알림을 받도록 설정해 두었다. 중요한 건 그다음이다. 단순히 다운로드한 리드를 방치하는 게 아니라, 그때마다 짧은 팔로우업 이메일을 보내며 가볍게 인터랙션을 시도한다.
예를 들면,
"자료를 다운로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혹시 추가로 궁금한 점이 있으시거나 추후 계획이 있으실까요? 편하실 때에 언제든지 연락 주세요."
라고 짧은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다. 이 짧은 메일에도 최대한 대답을 할 수 있도록 "추후 계획이 있으실까요?"라는 질문을 넣었다.
보통 이런 메일에 답장이 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하지만 열 번에 한 번 정도는 회신을 받을 수 있다. "아직 없습니다. 있으면 연락 드리겠습니다."정도지만 이 한 번의 답장이 실제 고객 미팅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꽤 많다.
B2B에서는 고객이 당장 구매 결정을 내리지 않더라도, 관심을 보이는 순간이 있다. 그 순간에 우리가 적절한 메시지를 보내면, 리드는 단순한 잠재 고객에서 관심 고객, 그리고 실질적인 구매 후보로 발전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것이 리드 검증(Lead Qualification)이다. 단순히 다운로드했다고 해서 모든 리드가 동일한 가치를 지니는 건 아니다. 산업군, 직무, 의사결정 권한 여부 등을 기준으로 우선순위를 정하고, 전환 가능성이 높은 리드를 선별해 추가적인 팔로우업을 진행한다. 그리고 신뢰성을 위해 리드가 액션을 했을 때 최대한 빠르게 응답한다. 당장은 반응이 없어도 이 액션의 속도가 신뢰감 형성에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
B2B 마케팅에서 콘텐츠 퍼널(TOFU-MOFU-BOFU)을 설계하는 것은 기본이지만, 실제로 고객이 이 단계를 차례대로 밟으며 전환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고객마다 관심사와 구매 여정이 다르기 때문에, 퍼널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검증하려면 데이터를 기반으로 트래킹하고 최적화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퍼널의 효과를 측정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CRM과 마케팅 자동화 툴(허브스팟, 세일즈포스, 마케토 등)을 활용하는 것이다. 고객이 처음 접한 콘텐츠가 무엇인지, 이후 어떤 페이지를 방문하고 어떤 행동을 취했는지를 추적하면, 퍼널의 어느 단계에서 이탈이 많은지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블로그를 통해 유입된 고객이 제품 페이지까지는 이동하지만, 실제 견적 요청이나 상담 신청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MOFU(중간 퍼널)에서 보완할 점이 있다는 의미가 된다.
또한, 리드 스코어링(Lead Scoring)을 활용하면 퍼널의 각 단계별 전환 가능성이 높은 고객을 파악할 수 있다. 단순히 웹사이트 방문 수치만 보는 것이 아니라, 방문 횟수, 다운로드한 자료, 클릭한 CTA 버튼 등을 기준으로 고객의 관심도를 점수화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한 번 방문한 고객보다 세 번 이상 방문한 고객이 전환 가능성이 높고, 단순히 블로그를 읽은 고객보다 데이터시트를 다운로드한 고객이 세일즈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점수화를 기반으로 리드를 선별하면, 마케팅과 세일즈의 리소스를 보다 효과적으로 배분할 수 있다.
퍼널의 효과를 높이려면 CTA(Call to Action)와 콘텐츠 A/B 테스트도 필수적이다. "무료 가이드북 다운로드"와 "기술 리포트 다운로드" 같은 CTA 문구를 비교해 클릭률을 확인하거나, 이메일 제목을 다르게 설정해 오픈율과 클릭률의 차이를 분석하면 어떤 요소가 고객 행동에 영향을 주는지 알 수 있다. 또한, 백서 다운로드 후 고객에게 후속 이메일을 보낼 때 어떤 메시지가 더 높은 응답률을 보이는지 실험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러나 퍼널이 실제로 작동하는지를 판단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세일즈 팀과의 협업이다. 마케팅에서 전달한 리드가 세일즈 팀이 ‘유효한 리드’라고 판단하는 비율이 높은지, 리드를 전환하는 데 추가로 필요한 정보는 없는지 정기적으로 피드백을 받아야 한다. 아무리 퍼널을 최적화해도 세일즈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마케팅에서 수집한 리드의 질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
우리 회사는 허브스팟을 도입하면서 리드 관리와 전환율 분석을 훨씬 체계적으로 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도입 초기에는 반발이 심했다. 허브스팟의 모든 기능은 허브스팟에 입력한 내용이 많고 정확할 수록 유의미한 통계치를 보여주는데 이는 모든 사람들이 본인이 알고 있는 정보를 꼼꼼히 잘 입력해야함을 의미한다. 특히 몇몇의 디지털화가 익숙치 않은 직원들은 "이건 일을 위한 일일 뿐이다"라며 CRM을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그러나 데이터를 정리하고 나니 CRM 대시보드의 통계 기능이 얼마나 강력한지 알게 되었다. 허브스팟의 데이터가 정리 되지 않아 대시보드 기능을 사용하기 전에는 회의 때마다 "이 리드가 어디서 온 거야?" "지난번 웨비나에서 확보한 리드의 전환율이 얼마나 돼?" 같은 질문을 받으면 대답하기 어려웠지만, CRM 도입 이후 이런 데이터를 바로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다만, CRM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Data Cleansing(데이터 정리)이 필수적이다. 초기에 부정확한 데이터가 많으면 CRM이 오히려 혼란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정확한 고객 정보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B2B 마케팅에서 리드를 확보하는 건 어렵지 않다. 하지만 그 리드를 고객으로 전환하는 건 전혀 다른 이야기다. 광고를 돌려서 많은 리드를 모을 수도 있지만, 전환되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다. 그래서 중요한 건 퍼널을 이상적으로 설계하는 게 아니라, 실제 리드가 어떤 여정을 거치는지 살펴보고 맞춰 나가는 과정이다.
우리 회사도 콘텐츠와 웨비나를 활용해 리드를 확보하고, 허브스팟을 통해 행동을 분석하면서 리드와 인터랙션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사실 다운로드 한 번 했다고 당장 고객이 되는 건 아니지만, 작은 접점을 쌓아가다 보면 어느 순간 진짜 고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결국 중요한 건 퍼널이 아니라 리드와의 의미 있는 관계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우리가 믿을 만한 파트너라는 신뢰가 쌓이면, 고객이 최종 결정을 내릴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곳이 우리일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