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아서요. 고민도, 걱정도, 공부도." 편
2022.01.26 브런치 작가가 되다.
면접을 보았던 한 외국계 회사에서 더 이상의 채용 과정을 진행하지 않겠다는 이메일을 받은 하루였다. 굉장히 오랜만에 진행한 면접이었기에 기대는 크게 하지 않았고, 직무도 또한 기존에 추구하던 것과는 상당히 다른 Sales-position이었기 때문에 내적으로 고민이 조금 되었었다. 주변 사람들이나 가족과 이번 인터뷰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일단 해보는 것에 의의를 많이 두고 있다고 말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대학교를 졸업한 지 약 반년만에 처음 '취업'다운 취업 프로세스를 진행했기 때문에, 이렇다 할 지식도, 노하우도, 자신감도 없었다.
외국계 기업이기 때문에 인터뷰는 영어로 진행했었다. 사실, 약 4일 정도의 (나름 길었던 편) 준비 기간이 있었지만, 최근 끝낸 자격증 시험 때문에 이틀을 더 쉬며 뭉그적거렸다. 그 결과, 이번 인터뷰도 약 2일도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벼락치기로 준비했던 것. (이 정도인데 합격하는 게 이상할 수준.) 그럼에도, 유학한 짬빱(?)이 남아있어 생각보다 영어 면접이 어렵지는 않았다. 그래서 아직 영어로 인터뷰할 수준을 유지했다는 것에 나 자신에게 셀프 박수를 쳐주며 이번 채용 과정을 마무리했다.
아무리 기대를 하지 않았어도, 언제나 탈락 혹은 '아쉽지만, 이번 기회에 함께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와 같은 거절의 문구는 아프게 다가온다. 4학년 마지막 학기를 보내며 정말 가고 싶었던 회사 (여기도 외국계)에게서 rejection을 받았을 때가 생각난다. 정말 아무 이유 없이 그날따라 채용 결과가 나오는 웹사이트에 접속했다. 그리고선 마음의 준비 없이 거절을 떠안게 되었다. 결과를 본 당시에는 조금의 실망감이라고 생각했지만, 큰 오산이었다. 그날 저녁, 취사시켜놓았던 밥솥을 열고, 밥을 소분하려고 용기를 꺼내다 눈물을 쏟았다. 그리고 그 자리에 서서 한 10분 정도 큰 소리로 엉엉 울었던 것 같다. 호흡이 모자랄 정도로. 성인이 되고 나서 그렇게 울어본 적이 처음이었던 것 같다. 당시에는 미국에서 혼자 자취를 하던 때라 가족이 없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누구 앞에서 울기를 조금 싫어하는 편이라). 당연히도 처음 겪는 상황은 참 아팠던 것 같다.
오늘의 나는 마음이 조금 우울해졌지만, 좋아하는 예능 한 편을 보며 깔깔 웃고 털어냈다. 그리고 취준생이라도 건강은 챙기자 하며 마음먹었던 운동을 갔다. 러닝머신 후 잠시 숨을 고르는데 이메일이 도착했다. 바로 브런치 작가 신청 승인 이메일.
인터뷰는 떨어졌지만, 작가 승인 신청은 되었던 오늘. 그래도 하고자 하는 일 중에서 내 의도대로 되는 일이 있구나, 싶어서 마음의 위안을 얻었다. 본격적인 취준 길에 들어서기 직전인 나는 앞으로 험난한 여정을 기록하고 싶어졌다. 어쩌면, 조금 나태해졌던 대학생 시절 열심히 살았던 내 수험생활 다이어리가 큰 동기부여로 다가왔던 것처럼. 어떠한 이유에서든 외부에서의 수많은 거절을 겪어야 하는 나, 또 다른 취준생, 아니면 그냥 이 글을 우연히 보게 될 어떤 사람들에게 사소하지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이 전달될 수 있으면 좋겠다. 하나의 넋두리 일수도, 또 한편으로는 정보를 전달할 수도, 또 그렇다고 너무 전문적이진 않을 것 같지만, 어쨌든 그냥 흘러가는 취준에 대한 일기를 써보려고 한다.
혹시 또 알까? 내 글이 누군가의 세상을 바꿀지? 또 내 세상이 바뀔지.
"많이 나태한 생활을 바꾸고 싶다. 무섭지만 본격적인 취준에 뛰어들고 싶다. 뭔갈 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하루에도 수십 번씩 들고 있다. 나는 계획형 인간이지만, 목표가 없으면 계획도 없어진다. 또 너무 큰 목표만 덩그러니 놓여있으면 덜컥 겁부터 낸다. 그래서 그냥 공개적으로 계획을 세워버리려고 한다. 이렇게라도 써두면 뭐라도 하겠지, 라는 심보.
가보자고! 마인드로 살아보기로 결심했다.
일단 크게 나는 2가지 career paths를 추구한다.
Project Management (PM)
Managerial Accountant (내부 회계)
최종적으로 하고 싶은 일은 PM에 해당하지만, 미리 공부한 자격증과 흥미로웠던 내부 회계 또한 취업을 시도해보려고 한다. 상당히 다른 직무를 지니고 있어 준비할 것도 많겠지만, 더 많은 가능성과 기회를 가질 수 있고 더 많이 배울 수 있으니 시도해 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2022 최종 목표: 만족하며 취준 생활 청산하기 (그래서 독립하기!)
2022 상반기 목표
- 각 직무 별 스펙 정리 후 자소서 용 뼈대 작성하기
- 각 직무 별 레쥬메/입사 지원서 작성
- 레쥬메, 포트폴리오 업데이트 (최소 분기별 한 번씩)
- 직무 관련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인턴 하기
- 엑셀 자격증 취득 (사실 공부에 가까움)
[PM - 추가]
- SQLD 자격증 취득
- 데이터 분석 언어 (R), 데이터 시각화 프로그램 (Tablaeu) 학습하기
- UI/UX와 개발 관련 기본 지식 쌓기
2022 하반기 목표 (5월쯤 업데이트)
*만약 상반기에 인턴 불합격 시: PM 부트 캠프 지원하기
- 신입 (정직원) 지원하기
- 면접 스터디
2021.05.16 ~ 대학교 졸업을 하다. 그리고는 한순간 무직, 아니 취업 준비생이 되다.
대학교 3학년 2학기, 한 순간 코로나가 세상을 덮쳤다. 보스턴에서 유학을 하고 있던 나도 급하게 모든 짐을 챙겨 귀국하게 되었다. 1년 동안 비대면 수업을 하며 낮밤이 바뀐 삶을 살았다. 마지막 학기를 남겨둔 겨울 방학, 큰 결심을 내려 마지막 한 학기를 미국에서 지내기로 했다.
혼자 자취를 하며 많이 무기력했다. 만나는 사람이라 해봤자 차로 약 10분 거리에 사는 친구 1명이 유일했다. 원래도 굉장한 집순이였던 나는 자취방에서 올드보이처럼 살았던 것 같다. 내향적이라 괜찮을 줄 알았던 나였지만 쉬이 되지 않는 미국에서의 취업, 코로나로 인한 불안감, 심해지는 인종차별, 그리고 설상가상 덮쳐온 무기력감에 맥을 못 추렸던 것 같다. 잘 웃지도 않았다. 지금 돌이켜 보면 힘들었던 것 같지만, 당시에는 인지하지 못했다. 무한도전을 굉장히 즐겨봤었는데, 정형돈 님이 자유로 가요제 단체곡이었던 "그래 우리 함께"를 녹음하던 편을 보면서 울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 어느 정도 내 심리가 불안정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미국 취업을 간절히 바랬던 터라 취업 비자 발급 신청도 한 상태였지만, 모든 것을 다 접고 한국행을 결정했다. 되려 마음이 편해졌던 것 같다. 비록, 미국 유학을 하며 미국에서 일을 해 보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은 여전히 크지만, 그때 내가 귀국하지 않았다면 정말 심하게 몸과 정신이 망가졌을 수도 있었을 것 같다. 한국에 돌아온 후에도 그냥 쉬었다. 나에게 휴식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나는 요즘 보기 드문 무휴학 (스트레이트) 졸업생이었다. 고등학교도 기숙사 형 특목고를 다녔고, 바로 미국으로 유학을 왔다. 특목고였기 때문에 내신 점수 따기가 너무 어려웠고, 유학 준비도 쉽지 않았었다. 최근 7년 동안 아무런 브레이크도 없이 앞만 보고 내달렸던 나에게 진짜 번아웃이 찾아왔다. 더 이상 무언갈 해낼 힘이 없었고, 무시무시한 취업 시장이고 뭐고 그냥 무기한 휴식을 택했다. 어쩌면 훨씬 더 힘들 취준을 그냥 회피해버린 것일 수도.
특히 아버지는 이해를 못 하셨다. 상당히 좋은 성적으로 졸업했던 나였기에 어디든 턱턱 잘 붙을 것 같다며, 내 선택에 불만을 표하셨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버지의 입장도 굉장히 이해가 간다. 졸업 후 몇 개월간 아무런 활동도 하지 않았다면, 당장 면접을 볼 때부터 무엇을 했는지에 대한 질문을 하기 마련이다. 내가 잘 되길 바라셨던 마음에 하신 말씀이겠지만, 그저 힘들었던 나에겐 가혹한 이야기였다.
자기주장이 확실치 않던 아이, 어쩌면 그래서 부모님 말씀을 잘 듣는 착한 아이로 보였던 내가 인생에 있어 처음으로 내뜻대로 시간을 사용했던 것 같다. 다행히도 어머니께서는 먼저 휴식을 권해주셨다. 6개월간의 휴식기에 딱히 크게 한 일은 없다. 그래도 잘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꾸준히 운동을 한 것. 이제는 습관이 되어버린 운동 덕에 조금이나마 건강하게 취준을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건강한 몸과 건강한 정신이면, 못할게 뭐가 있는가! (라고 자신감을 키우는 중이기도 합니다)
휴식을 통해 정신적으로 많이 성장했다. 솔직히 말해서 지금의 나는 기업 입장에서 매력적이지 않은 지원자들에 속할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내 휴식을 절대로 후회하지 않는다(사실 후회해도 바뀌는 것은 없기 마련). 내가 나를 위해 처음으로 내린 선택이 나를 건강하게, 성숙하게 만들었고, 더욱 중요하게도 나는 혼자 일어설 힘을 다시 길렀다. 내가 만약 졸업 후 취업에 성공했더라도 나는 얼마 못가 주저앉았을 것이고, 어쩌면 더 많은 것들이 쌓여 크게 내려앉았을 것 같기도 하다. 적절한 시기에, 적절히 쉬었고, 다시 추진력을 얻은 나는 이제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있다. 아주 고될 것 같지만, 난 나를 믿는다. 그동안 키웠던 내면의 힘이 날 장거리 선수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일어날 취준생의 일들을 기대해주세요!
그리고 그 끝엔 해피엔딩만이 존재할 것.
왜냐면, 될 때까지 시도할 것이기 때문에.
취준생은 슬퍼할 시간이 없어요.
본격적으로 다음 편에 계속
취준생을 위한 추천곡
세븐틴 - 우리의 새벽은 낮보다 뜨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