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몰랐던 나를 만났을 때
어느 날 큰 비가 내렸어요.
비는 며칠 내내 거세게 내리며
꽃잎들 위에 후드득 떨어졌고
하늘은 우르르 쾅쾅 큰 소리를 내며 울었어요.
모든 꽃들은 겁을 먹고
서로에게 바짝 다가갔어요.
"잎이 젖으면 안 돼!"
"흙이 다 튀었어!"
하지만 이름 모를 새싹은
조용히 비를 맞으며 꿋꿋이 서 있었어요.
장마처럼 긴 비가 내린 후 다음 날.
이럴 수가!
새싹이 꽃을 피웠어요!
그런데 꽃이 얼마나 이상하게 생겼는지
곰아저씨는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어요!
삐죽삐죽 솟아난 잎사귀는
날카로워서 만질 수도 없었고,
제멋대로 말려버린 꽃밥은
심술궂어 보였어요.
게다가 냄새는
곰 아저씨의 오래된 털양말보다
더 고약하고,
삶은 브로콜리를 통에 넣어
일주일 묵힌 것보다
더 지독했어요!
불쾌하고, 기분 나쁘고, 나답지 않은 것.
곰 아저씨는 꽃집에 진열하고 싶은 꽃들과 다른 꽃이 자라나는 게 불편해서 새싹을 무시하고 부정하고 없는척했다. 이 새싹도 나의 정원의 일부일 거라는 생각을 견딜 수 없었을 것이다.
어디서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도 모르는 이 새싹의 존재감이 점점 커져나갈 때 그저 관심을 주지 않으면 언젠가 시들고 말라비틀어져 썩어 없어지고 말 것이라고, 그렇게 회피하는 방법이 가장 쉬운 방법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감정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았다.
도리어 격렬하고 차가운 비가 아프게 내리던 날, 내가 미처 감당하지 못한 감정이 현실의 사건을 통해 폭우처럼 쏟아져 내리던 날 새싹은 끈질기게 비를 맞으며 꽃을 피워낸다.
그 꽃은 아름답지 않았다.
지독하게 못생겼고, 코를 찌르는 듯한 고약한 냄새가 났다. 이제는 도저히 외면하려야 외면할 수 없는 존재감이었다. 아마 마음의 향기를 서로 맡을 수 있다면 내 마음에서 악취가 나는 게 누군가한테 들킬까 두려울 정도일 것이다.
"이게 정말 내 정원 안에서 자란 것일까?"
곰 아저씨는 믿고 싶지 않았다.
나는 그런 것을 키운 적이 없다고,
그런 감정을 품은 적이 없다고 부정해 봤지만, 그건 분명 내 마음의 정원 한가운데서 자라난 꽃이었다. 더는 아니라고 할 수 없었다. 그것은 내가 버리려 한 감정, 외면하고 부정했던 나 자신의 한 조각이었다.
‘그림자(Shadow)’는 절대 죽지 않는다.
우리는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모두 자신만의 꽃집을 운영하고 있다. 페르소나는 사회에서의 적응을 위한 꽤 능력 있는 장치이며, 나를 보호해 주는 소중한 녀석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이면에 나의 진짜 감정과 욕망을 억누르면 그림자는 무의식 속에서 슬슬 자라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것은 거센 비를 맞으면서 더욱 자라나고 결국 의식의 문틈을 비집고 튀어나와 꽃을 피워낸다.
곰 아저씨는 과연 이 못생기고 냄새나는 꽃을 어떻게 할까?
* 모든 그림과 글은 작가가 직접 그리고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