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뭐라고 이렇게 힘든 건데요 도대체

페르소나, 그림자, 수치심. 나를 존재하게 하는 모든 것

by 공원의 서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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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 아저씨는 정원에 몰래 나왔어요.
곰 아저씨는 말없이
냄새나고 못생긴 꽃을 바라보다
화가 났어요.


“그냥 살짝 잘라내는 거야.
냄새만 안 나면 괜찮을 거야!”


그 순간 꽃잎 위에 내려앉은
작은 빗방울을 본 곰 아저씨는
망설여졌어요.


그건 마치 눈물을 닮은
물방울 같았거든요.


"그렇다고 이 꽃을 계속 둘 수는 없어,
모두가 싫어할 거야..."


이번에는 꽃 앞으로 다가가,
발끝을 들어 올렸어요.
꽃을 밟아서
없애버리려고 했던 거예요.


“이 꽃이 없어진다면…
다시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을지도 몰라!”


그런데 그 순간,
바람이 스르르 지나가며
꽃잎이 살짝 흔들렸어요.
곰 아저씨는 갑자기 마음 한구석이
아릿했어요.


'이렇게 해도 정말 괜찮은 걸까…?'


곰아저씨는 발을 조용히 내렸어요.


곰 아저씨는 결국 꽃을 파냈어요.
그리고 작은 상자에 담아
집에서 가장 안 보이는
한쪽 구석에 두었어요.


“이제 냄새도 안 날 거야.
아무도 모를 거야…!”







지금까지 우리는 나의 페르소나, 즉 꽃집

나의 마음의 정원에 피어난 냄새나고 못생긴 꽃, 그림자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마음, 수치심까지 어떻게 작용되는지를 알았다.



곰 아저씨가 마주한 ‘냄새나고 못생긴 꽃’은 단순한 정원 속의 잡초가 아니다.

이 꽃은 곰 아저씨 안에 숨겨진 어떤 자신이 외면하고 싶은 내면의 한 조각, 무의식에 잠재되어 있는 수용되지 못한 자아의 일부, 즉 그림자의 상징이다.



그림자는 개인의 의식적 자아가 받아들이지 못해 무의식으로 밀어낸 부정적이고 어두운 면이다.

곰 아저씨는 정원이라는 자아의 공간에서 그 그림자를 발견하고, 본능적으로 그것을 제거하고 싶어 한다. 우리는 나의 그림자를 ‘냄새나고 못생겼다’고 말하지만, 사실 그것은 나의 내면에서 내가 밀어낸 수치스러운 부분, 다시 말해서 나의 결핍이자 상처일 수 있다.



곰 아저씨는 "이 꽃이 없어진다면 다시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을지도 몰라"라고 말한다.

나의 페르소나를 유지하기 위한 강력한 마음.

우리는 꽃집이라는 자신의 외면 세계를 깔끔하고 보기 좋게, 누구나 좋아할 수 있게 유지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페르소나는 우리의 사회적 관계를 위해 필수적이면서도, 집착하게 되면 결국 내면의 진실과는 점점 멀어지게 된다.



냄새나고 못생긴 꽃을 없애버리려는 순간,

그림자라는 건 나에게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제거하려는 그 순간,

곰 아저씨는 꽃잎 위의 작은 빗방울을 보고 꽃잎이 바람에 흔들리는 움직임을 보았다.



작은 한 방울이지만 한번 톡 건드리면 폭포처럼 쏟아질 것 같은 눈물 같은 빗방울, 작은 바람에도 흔들거리는 꽃잎의 연약함. 빗방울은 마치 곰아저씨의 억눌린 감정의 눈물처럼 보이고, 바람에 흔들리는 꽃잎은 이 감정이 얼마나 연약하고 취약한 존재인지를 보여준다.



곰 아저씨는 지금까지 그림자를 단순히 제거해야 할 불쾌한 존재로 봤지만, 어쩌면 꽃을 없애버리려던 그 순간은 처음으로 이 꽃을 이해의 대상으로 인식하게 되는 순간일지도 모른다. 곰 아저씨는 "이렇게 해도 정말 괜찮은 걸까?"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지며, 그동안 외면했던 자신의 어떤 부분을 인식하고, 흔들리기 시작한다.



결국 곰 아저씨는 꽃을 완전히 제거하지는 않는다.

대신 그 꽃을 보이지 않는 상자 속에 넣어두는 결정을 내린다.

그림자를 완전히 통합하지는 못했지만, 의식적으로 그것을 인식하고 억압하는 상태.

곰 아저씨는 여전히 수치심에 사로잡혀 있다. 그리고 그 수치심을 감추려 방어적 태도를 취한다.

"아무도 모를 거야"라는 마지막 말처럼.



하지만 중요한 점은,

이제 곰 아저씨는 감추었음에도 불구하고 못생기고 냄새나는 꽃은 확실히 자신의 정원 안에 존재한다는 것을 안다. 이것은 무의식 속 그림자가 처음으로 의식의 영역에 도달한 순간이며, 아마 통합의 첫걸음이 되는 아주 좋은 시그널 일수도 있다.



곰 아저씨는 과연 냄새나고 못생긴 꽃을 영원히 감출 수 있을까?





* 모든 그림과 글은 작가가 직접 그리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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