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을 사랑한다는 게 이런 것이었군요

있는 그대로의 수용, 처음의 이해

by 공원의 서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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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이른 아침,
곰 아저씨는 상자 속에서
꽃을 다시 꺼냈어요.

시들고 축 처진 꽃잎을
조심스럽게 쓰다듬으며 말했지요.
“미안해. 널 이해하려고 하지 않았어.”

곰 아저씨는 그 꽃을 다른 꽃들처럼
사랑으로 돌보기 시작했어요.
조용하고 따뜻한 목소리로 속삭였지요.

“있는 그대로의 너도 참 귀하단다.”

시간이 흐르자
꽃은 다시 조금씩 살아났어요.
여전히 특이한 냄새,
여전히 구불구불한 모습.
하지만 곰 아저씨는 이제 그 냄새가
조금 익숙하게 느껴졌어요.
조금 진한 흙냄새 같기도,
빗물 머금은 나뭇잎 같기도 했어요.








다음 날 이른 아침, 곰 아저씨는 상자를 향해 결심한 듯 걸었다.

상자를 조심스럽게 꺼내어 열자, 그 안에는 이미 시들고 축 처진 꽃이 힘없이 고개를 떨군 채 있었다. 곰 아저씨는 한참 동안 그 꽃을 바라보다가, 손을 내밀어 조심스럽게 시든 꽃잎을 쓰다듬으며 이렇게 속삭였다.



“미안해. 널 이해하려고 하지 않았어.”



곰 아저씨는 이제 억압된 그림자를 외면하거나 감추는 방식에서 벗어나, 이 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려는 최초의 시도를 했다. 지금까지 그림자는 부정적이고 낯설게만 느껴졌지만, 우리가 진심으로 그것과 대화하기 시작할 때, 그림자는 드디어 단순히 불쾌한 존재가 아니라 내가 억눌러왔던 진실된 ‘나 자신’의 일부로 변모한다.



이전까지 곰 아저씨는 냄새나고 못생긴 꽃을 ‘치워야 할 대상’, ‘남에게 들키면 안 되는 수치심’으로만 보았다. 그러나 꽃을 꺼내어 “미안해”라고 말한 순간, 더 이상 배척해야 할 대상이 아닌 자기의 한 부분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분석심리학에서 말하는 그림자의 의식화 단계에 해당한다. 그림자를 의식화한다는 것은 무의식 속에 억눌려 있던 내 모습을 알아차리고 단순히 그것을 무조건 좋게 평가하거나 미화하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도 다른 모습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태도다.



곰 아저씨는 상자 속에서 시든 꽃잎을 쓰다듬었다.

이건 곧 상처 입은 자기를 보듬는 과정이다. 우리가 내 안의 그림자를 눈으로 바라보고, 손으로 만지고, 마음으로 받아들일 때 비로소 내면의 억눌린 자아는 '살아있음'을 경험한다. 곰 아저씨는 이제 냄새나고 못생긴 꽃을 다른 꽃들처럼 돌보며 따뜻한 목소리로 속삭인다. 곰 아저씨는 이제 자신의 그림자를 가치 있는 존재로 인정하기 시작했다. 자기 연민에 빠지거나 자기 합리화를 하며 후퇴하는 방법이 아닌 자기실현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우리가 가진 그림자, 곰 아저씨의 꽃처럼 냄새나고 불완전한 부분은 어쩌면 우리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요소일 수도 있다. 완벽한 조화 속에서는 드러날 수 없는 깊이, 삶을 더욱 인간답게 만들어주는 불완전성. 곰 아저씨가 그런 것처럼 나에게 존재하는 상처와 수치심을 더 이상 숨기지 않고 포용하려는 용기를 냈을 때 우리는 변화될 수 있다.



시간이 흐르자 꽃은 조금씩 살아난다.

여전히 구불구불한 모습, 여전히 독특한 냄새를 풍기지만, 곰 아저씨는 그 냄새가 이제 조금 익숙하게 느껴진다. 더 이상 꽃으로부터 발생하는 것들을 ‘불쾌한 냄새’, '기분 나쁜 생김새'라고만 인식하지 않는다. 오히려 흙냄새 같기도 하고, 빗물 머금은 나뭇잎 같기도 하다며 새로운 의미로 받아들인다.



처음에는 내 것이 아닌 것처럼 느껴지고 때로는 혐오스럽게 느껴졌던 감정이나 기억을 받아들이고 돌보는 과정에서 재해석은 시작된다. 꺼내기 두려워 억압되었던 자아는 받아들여지기 시작하는 순간 나를 파괴하지 않고 오히려 나를 성장시키는 자원이 된다. 더 이상 꽃을 부정적인 존재로만 보지 않은 곰 아저씨처럼 우리는 내 안의 결핍과 불완전성을 인정하며 나아가야 한다.



융은 인간의 궁극적인 목표를 자기의 실현이라고 말했다.

자기실현이란 무엇일까. 자기실현은 완벽하고 멋진 내가 되는 것이 아니라, 내 안의 빛과 어둠을 모두 껴안고 하나의 전체로 살아가는 것이다. 곰 아저씨는 예쁘고 멋진 꽃들만이 자기의 정원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모든 꽃들이 똑같이 아름다워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향기로운 장미도, 은은한 라일락도, 가시가 돋친 선인장도, 냄새나는 꽃도 모두 정원의 일부이며 이 다양하고 불완전한 것들이 모여 정원을 풍성하게 만들 것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우리도 내 안에 배척하고 있던 내 그림자를 꺼내 껴안을 때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성숙에 도달하고 있을 것이다.



곰 아저씨의 “미안해”라는 말은 사실 우리 모두가 자신에게 해줘야 할 말일지 모른다. 우리가 오랫동안 외면했던 상처, 감춰왔던 수치심, 억눌러둔 그림자에게 건네는 첫 번째 인사. 그 순간부터 우리는 비로소 있는 그대로의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길을 걷게 된다.





* 모든 그림과 글은 작가가 직접 그리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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