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나로 받아들이기

정원 한가운데 뿌리내린 나의 그림자

by 공원의 서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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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 아저씨는 화분 속의 꽃을
정원의 커다란 화분 한가운데에 심었어요.
다른 꽃들은 쑥스럽지만 용기 내어 인사했어요.

"어서 와! 이상한 꽃!"

"지난번 폭풍우가 오던 날,
비를 이겨내던 모습 정말 멋졌어!"

“처음 맡아보는 향이지만,
맡을수록 싱그러운 풀냄새가 나는 것 같아!"

"뾰족뾰족한 잎사귀도 처음엔 무서웠지만,
이제는 네가 활짝 웃는 것 같아서 좋아.”








곰 아저씨는 이제 더 이상 이상한 꽃을 숨기지 않는다.

곰아저씨는 정원의 중심, 가장 눈에 띄는 곳에 그 꽃을 옮겨 심는다. 곰 아저씨의 내적 세계에서 그림자를 공동체 앞에 드러내는 행위, 즉 자기의 어두운 부분을 더 이상 감추지 않고 의식과 사회 속으로 통합하는 과정으로 발을 내디뎠다.



자기실현의 과정은 결코 개인적 차원에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사회적 관계 속에서도 일어나야 한다. 나 혼자만의 내면에서 ‘나는 나의 그림자를 받아들였어’라고 선언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실제 삶 속에서, 다른 사람들 앞에서, 나의 그림자가 드러나는 순간들을 경험해야 한다.



곰 아저씨가 꽃을 정원 한가운데 심은 것은 바로 그 용기를 상징한다. 곰 아저씨는 더 이상 숨기지 않고, 숨지도 않고, 냄새나고 못생겼다고 불리던 그 꽃을 오히려 정원 중심에 두고, 다른 꽃들과 모든 사람들이 이 꽃을 보도록 허락한다. 이 과정은 우리가 사회적 관계에서 나의 결핍이나 불완전함을 감추지 않고 드러내보였던 경험과 닮아있다. 그런데 오히려 놀라운 것은, 다른 꽃들의 반응이다. 다른 꽃들도 더 이상 이 꽃을 배척하지 않고 처음에는 쑥스러워하면서도, 결국 그들은 새로운 꽃에게 인사를 건넨다.



“어서 와! 이상한 꽃!”
“지난번 폭풍우를 이겨내던 모습이 멋졌어.”
“처음 맡아보는 향이지만 싱그럽게 느껴져.”



처음에는 무서움과 낯섦으로 다가왔던 그림자가 이제는 오히려 존경과 신선함으로 인식된다. 우리에게 모두 한 번쯤 이런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 나의 내면의 약점을 드러낼 때, 타인은 반드시 그것을 비난만 하는 것이 아니다. 때로 타인들은 내가 드러낸 그 연약함과 진솔함 속에서 오히려 나의 새로운 매력을 발견한다. 즉, 내가 나의 그림자를 수용할 때, 타인도 그것을 새로운 시선으로 볼 수 있게 된다.



낯섦은 서서히 친밀함으로 변해간다.

그림자는 언제나 처음에는 위협적이다. 그것은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한 낯선 자아의 조각이기 때문이다. 다른 꽃들은 처음엔 뾰족한 잎사귀를 무서워했지만, 시간이 흐르자 그것을 ‘웃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한다. 우리가 낯설고 두려운 대상에게 갖는 감정은 종종 나의 그림자를 투사한 결과다. 곰 아저씨와 다른 꽃들이 그림자를 조금씩 받아들이자, 그 투사는 사라지고 대상 자체의 생명력이 보이기 시작한다. 즉, 이제는 ‘무서운 존재’가 아니라 ‘웃고 있는 존재’로 다가오는 것이다.



인간의 자아는 언제나 사회적 맥락 속에서 구성되며, 통합 역시 관계적 과정으로 확장되어야 한다. 다른 꽃들의 환영은 곰 아저씨의 내적 경험을 강화한다. 만약 곰 아저씨가 혼자만 그림자를 수용했다면, 여전히 ‘혹시 다른 이들이 알게 되면 싫어하지 않을까?’라는 불안에 시달렸을 것이다. 그러나 다른 꽃들이 그림자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순간, 곰 아저씨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다. 그의 내적 통합은 공동체적 인정 속에서 확고해진다.



그림자는 이제 단지 ‘숨겨야 할 결핍’이 아니다. 그것은 공동체 속에서 존중받고, 새로운 의미로 환영받는 존재가 된다. 우리는 흔히 자신의 약점을 숨기려 한다. 그러나 곰 아저씨의 이야기는 말한다. 내가 나의 그림자를 받아들일 때, 세상도 그것을 새롭게 보게 된다고. 낯설고 무섭게만 보이던 모습은, 시간이 지나면 친밀함과 존경으로 바뀔 수도 있다고.



곰 아저씨의 정원은 이제 더욱 풍성하다. 다양한 꽃들 속에서, 한때 숨겨졌던 이상한 꽃이 중심에 서 있다. 그 모습은 불완전함 속에서 피어나는 완전성, 그림자 속에서 드러나는 빛의 은유다.





* 모든 그림과 글은 작가가 직접 그리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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