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꺼내놓지 못한 마음의 모양
겉으로는 넓은 잎을 흔들며 푸르게 살아가는 것 같지만, 실은 조용히 말라가는 흙 위에 놓여 있는 내 몬스테라와도 같은 존재. 어른이 되었으니 스스로 잘 자라야 한다고. 아무런 보살핌이 없어도, 돌봄 한 번 없이도, 제 몸을 지탱하고 살아내야 한다고. 내 안이 얼마나 말라가고 있는지, 나 조차도 묻지 않은 채 시간은 흐르고 있다.
나는 여전히 자라야 하는데.
어른이 되어서도, 여전히 누군가의 물 한 줌이 필요하고, 햇빛이 닿는 자리를 찾아 헤매야 하는데. 사람들의 시선은 마치 내가 스스로 푸르러질 수 있다고 믿는 듯 무심하다.
무심히 잎맥을 따라 시선을 옮겼다.
짙은 초록빛의 살결 위로, 칼로 그어낸 듯 난 구멍들이 빛을 받아 흔들렸다. 몬스테라는 언제나 제멋대로의 숨결을 뿜어내는데, 그 자유로운 모양이 늘 나를 멈춰 세운다. 잘라내지도 못하고, 다듬을 수도 없는 구멍들. 구멍 때문에 더 살아 있는 것처럼 보이는 잎들.
나는 가끔 생각한다.
사람의 마음도 저 잎사귀처럼 제각각의 구멍을 품고 태어나는 건 아닐까 하고. 누구나 처음부터 결핍을 가지고 태어나, 그 구멍을 감추지 못한 채 살아가는 건 아닐까. 그러다 빛이 스며들어오면, 마치 꼭 필요한 모양이었던 것처럼 환해지는 거야.
그런데 내 마음의 구멍은, 언제나 어둡기만 하다.
어둠은 한 번도 초록으로 빛난 적이 없었다.
가끔은 나무처럼 잎을 틔워내야 하는데, 나는 그럴 힘이 없다. 나를 감싸고 있는 공기는 무겁고, 손끝까지 닿아 드는 피는 차갑다. 창밖은 여름인데, 내 안에는 늘 겨울이 살고 있는 것 같다. 숨을 쉬면 쉬는 대로 허기가 지고, 아무것도 바라지 않으면서도, 끝내 무엇을 기다리는 마음이 내 안에 웅크려 있다.
내가 물을 주지 않았다면, 몬스테라는 이미 시들어버렸을까? 아니면, 여전히 저렇게 푸른 얼굴로 내 옆에 앉아 있었을까. 매번 그 질문에 머문다. 나는 무언가를 돌보고 있으면서도, 정작 내 안은 방치된 채로 메말라간다. 다른 존재를 살게 하면서도, 스스로는 살아낼 힘을 갖지 못한다는 사실. 그것이 나를 부끄럽게 만든다.
남편에게도 나 자신에게조차 결코 하지 못한 말. 어떤 날들은 단순한 피로처럼, 어떤 날들은 뼛속 깊이 스며드는 공허처럼, 그 말이 안에서만 부풀어 오른다. 그러다 문득 생각한다. 내가 지치고 무너지는 날이 있더라도, 이 몬스테라는 여전히 자라리라는 것을. 초록의 무늬를 더 뚜렷하게 남기며, 더 많은 구멍을 만들며, 빛을 따라 흔들리리라는 것을.
그 사실은 내게 기묘한 안도를 준다.
내가 서툴러도, 세상은 여전히 자라난다는 것. 내가 주저앉아도, 초록은 묵묵히 자기 길을 간다는 것.
거실의 불을 끄면, 텔레비전의 잔광 속에서 몬스테라는 묵묵히 그림자를 드리운다. 초록빛이 아니라, 검푸른 윤곽으로. 나는 그 앞에 앉아 눈을 감는다. 아무 소리도 없는 한밤중, 살아 있다는 사실이 버겁기도 하지만, 동시에 숨 쉬고 있다는 사실이 은근한 위로가 되기도 한다.
어느 날,
말라버린 것 같았던 줄기 사이로 작은 새순이 올라오는 걸 발견했다. 부드러워 금방이라도 찢길 것 같은 손가락만 한 크기의 연한 초록빛이 돌돌 감싸여 매달려 있었다. 나는 그 작은 새살 같은 것을 오래 바라보았다. 아무도 보지 않는 자리에서, 몬스테라는 묵묵히 자라고 있었다.
그걸 보는 순간, 내 안이 조금 풀어졌다. 나는 생각보다 쉽게 무너지지만, 동시에 생각보다 오래 버티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내가 매일 잊지 않고 물을 건네듯, 나도 누군가로부터 이미 작은 물 한 줌을 받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몬스테라처럼 살아 보는 거야. 빛이 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구멍 난 잎으로도 제 무늬를 만들어내는 생. 흔들리면서도 기어이 자라나는 생.
밤이 깊어가도, 잎은 여전히 초록의 그림자를 드리운다. 나는 그 앞에 앉아 숨을 고른다. 살아 있다는 사실이 여전히 무겁지만, 동시에 내 안에서 아주 작은 기쁨이 피어오르는 걸 느낀다. 언젠가 그 기쁨이, 몬스테라의 새 잎처럼 조금 더 크게 자라날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