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보다 숨이 많은 날
길거리의 누군가가 담배 연기를 예술처럼 뿜어낸다.
입으로 들이마신 연기를, 코로 아주 천천히 내쉰다. 마치 그 한숨 하나에 뭔가 말하지 못한 이야기를 실어서.
사람은 입과 코 모두로 숨을 쉰다.
생존을 위한 호흡은 늘 두 통로를 오간다. 하지만 담배를 피울 때만큼은 그 두 통로에 명확한 역할이 생긴다. 입은 연기를 받아들이는 입구, 코는 연기를 흘려보내는 출구가 된다. 그 순간만큼은 입과 코 사이의 ‘들어옴’과 ‘나감’이 구별된다. 그리고 이 단순한 동작이 문득, 삶에서 우리가 무엇을 받아들이고, 무엇을 흘려보내는지 생각하게 된다.
호흡은 생존의 기본이지만, 동시에 가장 무의식적인 행위다. 하지만 담배를 피우는 사람에게 숨은 아주 의식적인 행위로 바뀐다. 그들은 마신다. 그리고 내쉰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그 순간, 숨은 단순한 산소 교환이 아니라 감정의 움직임이 된다.
입은 말하고, 먹고, 마시고, 받아들인다.
본능과 욕망이 가장 먼저 통과하는 문.
입으로 삶을 들이마신다.
코는 냄새 맡고, 숨을 쉬고, 밖으로 내보낸다.
세상과 나 사이의 거리를 조절한다.
입은 열고 다가가지만, 코는 냄새 맡고 경계한다.
어쩌면 우리는 늘 입으로는 끌어당기고, 코로는 선을 긋는 존재일지도.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단순히 연기를 마시고 뱉는 게 아니라 그 안에 감정, 기억, 판단, 취향을 함께 흡입하고 있다.
그 연기는 누군가에게는 위안이고, 누군가에게는 반항이고, 누군가에게는 어른이 된 상징일 수도 있다. 그렇게 사람은 담배라는 작고 연약한 도구 하나에 자신의 방식으로 감정을 불어넣는다. 그리고 연기를 뿜으며 말하지 못한 말을 세상에 은유처럼 흩뿌린다.
숨이라는 건 살아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다. 그런데 우리는 그걸 너무 무심히 한다. 늘 숨을 쉬지만, 숨을 의식하며 살아가진 않는다. 하지만 인생의 중요한 순간, 우리는 갑자기 호흡을 의식하게 된다. 누군가를 좋아할 때, 긴장될 때, 거짓말할 때, 울음을 참을 때. 그럴 땐 숨을 참거나, 천천히 내쉰다. “후-” 하는 소리는 사람이 감정을 세상에 흘리는 방식이다.
어떤 건 입으로는 삼켜도, 마음 깊은 곳에서는 받아들일 수 없어 코로 내뱉는다.
어떤 건 말은 삼켰지만, 숨결로 감정이 흘러나온다.
우리는 말로 하지 않는 걸 숨으로 말하고 있을지 모른다.
입으로는 삼키고, 코로는 흘려보내는 그 방식은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과 닮아 있다. 누군가를 사랑할 때도, 미워할 때도, 견디는 중일 때도, 우리는 항상 입과 코 사이 어딘가에서 감정을 조율한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세상에 아주 천천히, 자신을 뿜어낸다.
나는 오늘 하루 무엇을 들이마시고, 무엇을 내보냈을까?
숨을 쉬는 동안, 나는 어떤 감정을 삼키고, 어떤 마음을 흘려보냈을까?
우리는 종종 모든 걸 받아들이려고 애쓴다. 하지만 때로는, 그저 조용히 ‘내보내는 숨’ 하나가 필요한 순간도 있다.
그게 콧김이든, 한숨이든, 혹은 말없이 스쳐 지나간 감정이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