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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스한 골방 Dec 22. 2023

공감에서 피어나는 진정한 나, 참 자기 (1)

위니캇의 대상관계이론

  요즘 출산율이 0.7까지 떨어졌다고 합니다. 시간이 지나도 회복될 기미가 잘 보이지 않죠. 주변 부모들의 말을 들어보면 그럴 만도 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가 3살이 되기도 전에 영어유치원을 보내야 될지 고민을 해야 하는 시대가 왔습니다. 큰맘 먹고 영어유치원을 보내려 해도, 더 좋은 영어유치원으로 보내기 위한 경쟁으로 뛰어들어야 한다고 하죠. 이렇듯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이미 부모님들 간의 겨루기가 시작되는 사회가 되었습니다.


  부모가 되면 나의 분신과도 같은 아이들을 보며 다양한 생각들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내 부모에게 물려받은 좋은 기억들은 그대로 내 아이에게 물려주고 싶고, 반대로 내 부모에게 받았던 나쁜 기억들은 하나도 내 아이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아 합니다. 그런 과정을 거치며 부모는 자신이 아는 한에서만큼은 최고의 부모 역할을 하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현대 사회처럼 부모 간의 경쟁이 치열할수록, 부모는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심하며 채찍질하게 됩니다. 최근 유행했던 육아 프로그램들의 인기도, 아이를 제대로 키우고 싶어 하는 부모들의 안타까운 속사정이 반영된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해요. 육아에 대한 부담감이 최근의 출산율 저하에 적지 않게 기여하지 않았을까요.


  이렇게 교육열이 과열될 수 밖에 없는 환경에서는 부모는 불안해하며 자녀를 과보호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이러한 사회에서 자라난 아이들은 정말 진심으로 행복할까요. 많이들 짐작하시겠지만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어떤 삶이 정말 내가 원하는 삶인지, 어떤 삶이 정말 내가 행복할 수 있는 삶인지 모른 채로 사회에서 요구하는 대로 맞춰 자라나는 아이들은 진정한 자신의 행복을 찾아나가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우리 사회에서 과보호가 많아지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니라고 할 수 있어요.


  정신분석의 대상관계이론에서, 매우 좋은 부모가 되어야 한다는 부담감에 쫓기는 이들에게 위안을 주는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도널드 위니캇(Donald Winnicott)의 충분히 좋은 엄마(good enough mother)라는 단어입니다. 위니캇은 '매우 좋은' 엄마가 아닌, '충분할 정도로' 좋은 엄마가 아이의 진정한 자기(self) 발달에 있어 가장 좋은 어머니라고 이야기하였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 위니캇의 주요 이론들을 소개하고 우리의 삶에 가볍게나마 적용해보려고 합니다. 이번 글이 육아에 대한 불안이 큰 사람들 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 맞춰사느라 삶이 공허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거예요.


  우선 짧게나마 도널드 위니캇을 소개하자면, 그는 소아과 의사이자 대상관계 이론가(정신분석가)였습니다. 그래서 위니캇은 소아과에 찾아오는 평범한 부모-아이들을 많이 봐왔습니다. 그래서인지 위니캇의 이론은 병리적인 사람들에게만 적용되지 않고 정상적인 부모들의 마음도 헤아리고 있습니다. 실제로 그는 20년간 영국의 BBC 방송에서 평범한 부모들을 대상으로 한 육아강연을 진행했었고, 한국에도 이 강연내용들을 담아 '충분히 좋은 엄마'라는 제목의 책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위니캇은 아이들의 건강한 심리적 성장을 위해 힘썼던 사람이었죠.


  위니캇이 가장 강조하는 양육의 목표는 참 자기(true self)였습니다. 참 자기란, 진정한 모습의 자기 자신입니다. 참 자기가 있어야 우리는 각자의 개성 있는 삶을 의미 있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잘 이해되지 않는다면 반대로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진정한 나의 모습(참 자기) 없이 살아가는 것은 어떤 삶일지 다음 예시를 통해서 함께 살펴볼게요.


  A라는 30대 남성이 있습니다. 그는 엄격한 부모님 아래에서 자랐고, 그 부모님은 A씨의 의견을 존중해 준 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A씨는 자기주장 없이 부모님의 의견을 따르면서 살아왔습니다. A씨는 사춘기 때도 부모에게 사소한 반항조차 해본 적 없었습니다. 그랬던 A씨는 어느덧 서른이 되었고 취업을 하고 결혼도 했습니다. 성실한 직원이자 남편인 A씨는 겉보기에는 문제가 없는 삶을 삽니다. 늘 주변 사람들에게 맞춰주니 남들과 갈등이 생길 일도 특별히 없었죠. 하지만 어느덧 A씨는 삶이 공허하게 느껴집니다. 자신이 인생에서 어떤 것을 이루고 싶었는지 기억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A씨는 앞으로는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찾으며 공허한 감정에서 탈출하겠다고 다짐합니다. 하지만 A씨의 탈출은 쉽지 않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스스로 고민하지 못했기에 가야 할 길이 참 막막하기만 합니다.


  A씨처럼 우리는 진정한 자신의 모습(참 자기)과 사회가 요구하는 자신의 모습이 충돌하면, 참 자기를 보호하기 위해 가면을 쓴 채로 사회의 요구에 순응합니다. 정신분석가인 카를 융은 이때의 가면을 페르소나(persona)라고 하였고, 이는 현재까지도 융의 중요한 개념 중 하나로 남아있습니다. 이 페르소나가 없으면 진정한 자기의 모습은 사회의 요구와 평생 싸울 수밖에 없고, 결국 참 자기는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죠. 그래서 페르소나는 우리가 사회와 더불어 사이좋게 살아가는데 필수적입니다. 단, 어디까지나 과하지 않는 선에서 말이죠. 만약 이 가면이 지나치게 두꺼워져서 나의 진짜 얼굴을 숨이 막힐 정도로 가린다면, 진정한 나의 모습은 점차 생명력을 잃어갑니다. 이 상태가 계속된다면 어떨까요. 주변에서 원하는 모습을 보여주기에 급급하고, 막상 내가 원하는 삶은 형체 하나 남기지 않고 사라집니다. 빈 껍데기의 나만 남는 셈이에요. 이때의 나를 거짓 자기(false self)라고 합니다. 그래서 거짓 자기의 삶은 늘 공허합니다. 예로 들었던 A 씨처럼요.




  분량이 많아 이번 글은 2부작으로 써보려 합니다. 1부는 우리들에게 위니캇 이론이 필요할 수 있는 이유들로 시작하여, 그리고 충분히 좋은 엄마, 참 자기, 거짓 자기와 같은 위니캇의 핵심 단어들을 설명하고자 하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론적인 내용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2부에서는 참 자기와 거짓 자기가 발달하는 과정과, 거짓 자기에서 참 자기로 나아가는 방법럼 보다 실천적인 내용들 위주로 작성해보려 합니다. 오늘도 관심 가지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편 링크입니다.

https://brunch.co.kr/@warmsmallroom/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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