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까지 애착의 모든 종류들을 설명드렸습니다. 애착 이론은 받았던 사랑과 주었던 사랑을 되돌아보면서 각자의 사랑법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나의 사랑법을 이해하는 것은 즐거운 삶을 위해 필요합니다. 우리의 삶에서 사랑은 빠질 수 없는 중요한 가치니까요.
첫 글에 말씀드렸듯이 사람은 유전적으로 각인되어 있는 애착 욕구를 가지고 있습니다.애착 대상과 함께 했던 과거 기억의 온도와는 상관없이, 현재의 우리는 언제든 쉬어갈 수 있는 안전기지를 필요로 해요. 물론 회피형 애착의 사람들은 안전기지 없이도 개인적인 취미생활을 즐기며 삶에 만족한다고 말씀하시는 경우도 있지요.하지만혼자 하는 취미 생활조차도 사람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혹시 알고 계셨나요?
영화, 드라마, 문학 등의 예술들은 대부분 사람이 등장합니다. 게임도 마찬가지에요. 게임 속 인물이나 함께 게임하는 사람들과 경쟁하거나 협력합니다. 이처럼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취미라고 하는 것들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등장하는 사람이 있어요. 그래서 혼자 하는취미도 대인관계의 간접적인 경험이라고 할 수 있고, 회피형의 사람들조차도 이러한 경험에서 즐거움을 찾아요. 이것이 가장 애착 욕구가 없어 보이는 듯한 회피형의 사람들도 기본적으로 애착 욕구를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입니다.
여담이 될 수 있겠지만, 이러한 점들이 어른이 되어가면서 취미생활이 중요해지는 이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이가 들면 집에서는 부모가 되고 직장에서는 상급자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안전기지에서 쉬어갈 수 있는 순간보다, 안전기지의 역할을 해야만 하는 순간들이 많아지는 거죠. 그래서 관계에서 얻는 안정감보다는 피로감이 더 커져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피로감들을 해소하기 위해 사람들과 직간접적인 연대감을 느낄 수 있는 취미생활이 중요해지는 것이 아닐까요.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면, 이런 이유들로 애착이론은 우리의 삶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표현할 수 있겠습니다. 나의 사랑법을 이해하고 타인의 사랑법을 이해하면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보다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어요. MBTI를 알고 나서 연인이나 친구 사이에 서로 이해하고 관계가 잘 유지되는 경우가 있는 것처럼요. 개인적으로 저는 MBTI를 신뢰하지는 않지만, 그만큼 서로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어요. 이처럼 이해하기 어려웠던 사람들을 보다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진다는 것은 우리의 삶에서 큰 자산이 됩니다.애착에 대한 이해를 통해 우리는 더욱 많은 사랑을 주고받으며,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행복하고 건강한 삶으로 나아갈 수 있어요.
하지만 애착이론이 중요하다고 해서, 성급하게 애착이론을 우리의 삶에 적용한다면 의도치 못한 문제가 생길 수 있어 많은 주의가 필요합니다.
첫 번째 주의할 점은 애착과 관련된 기억들을 꺼내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다는 점입니다. 이번 글들을 읽고 나서, 스스로 어떤 애착 유형인지 생각해 보신 분들도 많을 거라 생각해요. 하지만 한참 이전의 기억들을 떠올리는 것은 여러모로 어렵지 않으셨나요? 기억 중 일부는 잊어버렸거나 지나치게 주관적으로 편향된 상태일 수도 있고, 또 다른 기억들은 일부는 우리의 감정을 지나치게 자극할 수도 있습니다. 특히 후자의 경우에는 감정 상태가 악화되어 의도와는 다르게 오히려 위험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어요. 혹시나 감정이 지나치게 불안정하신 상태라면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서 스스로를 알아가는 것을 권해드립니다.힘들게 봉합했던 상처들을 다시 파헤치는 일이 될 수도 있어서 주의가 필요해요.
두 번째 주의할 점은 한 사람의 대인관계 양상은 상대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점입니다. 손뼉도 서로 마주쳐야 소리가 나듯이, 대인관계는 어느 한쪽의 요소만으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같은 사람이더라도 상대가 누구인지에 따라서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어요. 친구에게는 차가운 사람이 연인에게는 따뜻한 경우가 있듯이요. 그래서 내가 친구를 만나는 것을 피한다고 해서 반드시 회피형 애착이라 할 수 없고, 내가 연인에게 매달린다고 해서 반드시 집착형 애착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이처럼 한 사람의 대인관계가 보여줄 수 있는 다양성은 애착 유형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피할 수 없는 장애물이 되기에 주의해야 해요.
세 번째 주의할 점은 두 번째 주의점과도 연결되는데,한 사람의 대인관계 양상은 그 사람의 상태에 따라서도 바뀔 수 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평소에는 집착형 애착처럼 보이던 사람이 우울해지면 무기력해져서 회피형 애착처럼 보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한 사람의 단편적인 정보만으로는 그 사람의 애착 유형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아요. 애착 유형을 보다 정확히 알아가기 위해서는 애착 관계를 중심으로 해서 전반적으로 대인관계를 살펴보아야 하기에, 많은 노력과 시간을 필요로 할 수 있어요.
네 번째 주의할 점은 같은 유형의 애착이라고 해서 똑같은 사람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유형별로 분류하는 학문들이 태생적으로 가질 수밖에 없는 단점이기도 해요. 애착의 분류는 어디까지나 공통분모가 많을 수 있도록 같은 유형으로 묶은 것이에요. 그래서 자신의 애착 유형을 알아냈다고 하더라도 성급한 일반화를 조심하며 일상생활에 적용해야 합니다. MBTI의 유형이 같다고 해서 모두 같은 사람이 아닌 것처럼요.
이러한 점들을 주의한다면 애착이론은 우리의 삶에 충분히 많은 도움들을 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동안 애착이론을 알아가는, 짧지 않았던 과정을 함께 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