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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스한 골방 Jan 17. 2024

당신의 사랑법은 어떤 유형이십니까? (4)

혼란형 애착

  이번에는 마지막 순서로 혼란형 애착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이 애착 유형은 성인과 소아 모두 혼란형이라고 불러요. 이 점은 안정형 애착과 비슷하죠. 혼란형 애착의 사람들은 자신에 대해서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고, 타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이들은 사랑받을 가치가 없는 사람이고, 타인도 이런 나를 사랑해주지 않을 것이라고 느끼죠. 혼란형 애착의 사람들은 세상에서 안전하게 느낄 수 있는 대인관계가 거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안전기지(secure base)를 찾습니다. 우리는 태어났을 때부터 생존과 성장을 위해 안전기지가 필요해요. 아이는 부모님의 품에서 보호받으며 걸음마를 배워갑니다. 그러다 아이가 걸음마를 시작하지만, 바로 아이가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하는 것은 아니에요. 처음에는 부모로부터 조금만 멀어져도 세상에 혼자 남은 것 같이 느껴져 불안해하며 금세 부모의 품으로 돌아옵니다. 돌아온 아이는 다시 부모에게 사랑을 받으며 잠시 느꼈던 불안을 달랠 수 있게 돼요. 이제 아이는 안심하고 다음번에는 더 멀리 떠날 수 있게 되고, 다시 불안해지면 부모의 품으로 돌아와 사랑을 받기를 반복합니다. 이처럼 부모님에게 독립하고 의존하기를 반복하는 과정을 재급유(refueling)이라고 하는데, 재급유 과정을 거쳐 우리는 정신적인 독립을 이룰 수 있게 돼요. 이 과정은 우리가 자동차를 운전하다가 기름이 떨어지면 주유소를 찾아 기름을 다시 채우기를 반복하는 것과 비슷해서 재급유라고 이름 붙여졌어요.


  재급유의 과정을 반복하면서, 아이에게는 언제든 안전기지 역할을 하는 부모님에게 돌아가서 사랑받을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겨요. 시간이 지나며 아이는 자신을 달래주고 사랑해 주는 부모님의 모습들을 자신의 마음 속에 보관할 수 있게 됩니다. 내재화라고도 부르는 이 과정을 거치며 아이는 물리적으로 부모와 떨어져 있더라도, 정서적으로 부모와 연결될 수 있습니다. 아이가 주변 사람들과의 갈등을 겪으며 고립되는 순간이 오더라도, 마음속에 내재화된 안전기지를 통해 자신의 불안을 스스로 진정시킬 수 있게 되는 거죠.


  대인관계에서 자주 느끼는 불안 중에 하나가 유기불안입니다. 유기불안은 상대가 나를 떠나갈 것 같아 느끼는 불안감이에요. 안전기지가 있는 사람은 고립되었을 때의 불안도 잘 다스릴 수 있다고 말씀드렸죠. 그래서 안정형 애착의 사람들은 유기불안을 잘 느끼지 않고 건강한 대인관계를 유지할 수 있어요. 집착형과 회피형은 대인관계에서의 어려움은 있지만 혼란형보다는 사정이 비교적 나아요. 집착형 애착의 사람들은 타인을 어느 정도는 믿고 의지할 수 있기 때문에 유기불안이 주는 고통이 무척 크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회피형은 유기불안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서 깊은 관계를 잘 쌓지 않기에 유기불안이 주는 고통을 비교적 적게 느껴요. 하지만 혼란형 애착의 사람들은 유기불안이 커서 상대가 떠나가지 않도록 집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타인에 대한 믿음이 없기에 남들은 언제든 자신을 떠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며 여전히 불안해해요. 그래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으면서도 유기불안이 해결되지 않고, 일반적인 대인관계에서도 상처를 가장 많이 받는 유형이에요. 결국 혼란형 애착의 사람들은 어렸을 때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자신과 타인에게 온전히 수용받지 못한 채로, 만성적인 외로움과 공허감에서 오는 아픔들을 가지고 살아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음에 상처가 많다 보니 감정상태나 자신의 정체성이 불안정한 경우도 많아요. 이처럼 혼란형 애착의 사람들은 상처가 많다 못해 찢어진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이에요.



  혼란형 애착의 아이들의 부모도 역시 혼란형 애착이 가장 많습니다. 아까 전에 혼란형 애착의 사람들은 감정상 태나 정체성이 불안정한 경향이 있다고 말씀드렸죠. 우리는 행복, 우울, 불안 등의 감정상태에 따라 양육 태도가 바뀌기 쉽습니다. 더해서 자신의 정체성까지도 주변 환경에 따라서 쉽게 흔들린다면 더욱 양육 태도가 바뀌기 쉬워 부모-자녀가 함께 위험할 수 있어요.


  육아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 중 하나가 일관된 양육 태도입니다. 하지만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도 일관성 있게 양육을 하는 것이 참 어렵습니다. 부모님도 결국 흔들릴 수밖에 없는 감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인데, 어떻게 기계처럼 일관된 방법으로 아이를 키울 수 있을까요. 그래서 부모와 아이는 서로 상호작용해 가며,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서 서로를 알아갑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부모는 아이의 타고난 성격을 이해하고, 아이는 부모의 사랑법을 이해할 수 있게 돼요. 이렇게 서로를 이해해가는 것은 매우 중요해요. 부모는 여유가 생겨서 아이에게 알맞는 일관된 태도로 아이를 사랑해 줄 수 있게 되고, 아이는 자신이 어떤 행동을 하면 부모님이 어떤 행동을 보일지 예상할 수 있게 되거든요.


  이런 과정들을 거치며 아이는 자신의 마음에 주파수를 맞춰주고, 예상 가능한 행동을 해주는 부모에게 안정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혼란형 애착의 부모는 감정과 정체성의 불안정성으로 인해 양육 태도가 불안정할 수밖에 없어요. 심지어는 아이에게 폭력, 방치와 같은 학대를 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혼란형 애착의 부모에게서 자라난 아이들은 애착 대상을 안전한 피난처로 느끼지 못하고, 온갖 위험의 근원으로 경험하게 돼요.


  이렇게 되면 아이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 회피형이나 집착형의 아이들은 그래도 부모와의 거리를 가깝고 멀게 조절해 가면서 생존을 위한 차선의 선택을 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혼란형 부모에게서 자라나는 아이들은 스스로 고를 수 있는 선택지가 없습니다. 아이가 어떻게 행동하든 이들의 부모는 예측할 수 없는 무서운 대상일 뿐이에요. 아이들이 능력이 되어서 부모로부터 독립할 수 있다면 차라리 낫겠지만, 어린아이들이 독립할 수 있을 리가 없죠. 생존을 위해서 어떻게든 위험한 사람들과 함께 지내야만 합니다. 그렇게 아이들은 애착의 본능에서 오는 의존 욕구와 현실의 애착 대상이 주는 공포감 사이에서 혼란스러운 어린 시절을 보내야만 해요. 그리고 어린 시절에 겪는 혼란감은 많은 상처를 남기기에 성인이 되어서도 상처가 아물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결국 이들은 혼란형 애착을 가진 성인이 되고, 견디기 버거운 수준의 유기불안, 만성적인 공허감, 불안정한 대인관계, 감정과 정체성의 불안정성 등의 어려움들을 가지고 살아가게 됩니다.




  이제서야 애착 유형의 정리가 끝났네요. 애착 이론을 우리의 삶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간단하게라도 정리해서 1부만 더 써보려합니다. 그리고 나서는 이 매거진을 정리해서 첫 번째 브런치북을 내보려고 해요. 그때도 많이 관심가져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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