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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스한 골방 Jan 15. 2024

당신의 사랑법은 어떤 유형이십니까? (3)

회피형 애착

  이번에 세 번째로 소개해드릴 애착 유형은 회피형입니다. 사실 성인 기준으로는 무시형이라고 설명하는 것이 맞겠지만, 회피형이 좀 더 직관적인 단어인 것 같아서 이렇게 표현하도록 할게요. 애착을 설명할 때 회피형과 무시형이 혼용될 때도 있지만, 회피형은 유아들의 애착 유형을 표현하는 단어라는 사실을 알고 계시면 오해가 없을 것 같습니다.


  회피형은 나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만, 타인에게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어요. 이런 유형의 사람들은 세상에 믿을만한 사람이 자신밖에 없어요. 그래서 타인에게 의지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에게만 의지합니다. 외로움을 잘 느끼지 않는다고 말하는 경우도 많아요.


  그럼 회피형의 사람들은 정말 외롭지 않고 고통스럽지도 않은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애착 이론에서는 아니라고 대답합니다. 스스로 기본적인 애착 욕구를 부정하고 억압할 수는 있어요. 하지만 좌절된 애착 욕구는 무의식 속에 가만히 있으려고 하지 않아요. 무의식 속에 남아있는 욕구는 분노나 취약성으로 남아있습니다. 결국 분노가 자신과 타인에게 향하거나, 혹은 대인관계에서의 취약성으로 남아있을 수밖에 없어요.


  겉보기에는 안정적인 듯한 회피형의 사람들이 사실은 아픈 내면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 될 수 있어요. 이를 뒷받침하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있어요. 아이들은 엄마와 분리된 상태에서 낯선 사람을 만나면 불안해하며 심장박동수가 올라갑니다. 과연 회피형의 유아들은 어땠을까요? 회피형 애착의 유아들은 엄마와 떨어져 있을 때 크게 불안해하지도 않고, 심박수도 안정적이었습니다. 하지만 흔히 스트레스 호르몬이라고 부르는 코르티솔 수치는 다른 결과를 보였어요. 안정형 애착을 가진 유아들에 비해 회피형의 유아들은 코르티솔 수치가 확연히 높았거든요. 이는 회피형 애착을 가진 유아들은 불안해 보이지는 않았을지라도, 내면에서는 스트레스를 겪고 있었다는 것을 의미해요.


  실제로 진료실로 오는 사람들 중에서 증상은 좋아지고 있는데도 표정은 반대로 나빠지는 사람들도 있어요. 그들의 표정만 놓고 본다면 마치 증상이 나빠져가는 것만 같지만, 사실은 정반대입니다. 오히려 사람들을 믿기 시작하면서 아픔들을 꺼내기 시작하는 과정일 뿐이거든요. 마음의 문 닫혀있기에 그들의 아픔이 보이지 않는 것뿐이지, 그들의 마음을 열어보면 꼭꼭 눌러둔 아픔과 외로움들로 인해 한없이 어두울 때도 정말 많습니다.


 

  회피형 아동의 부모들도 무시형(회피형) 일 가능성이 아주 높습니다. 회피형 애착의 부모들은 애착 관계의 중요성과 영향을 과소평가하고 무시하려고 해요. 이러한 부모들에게 애착 관계에 대한 질문을 했을 때 주목할 만한 점이 있습니다. 회피형 애착의 부모는 자신의 부모님에 대해서 과할 정도로 긍정적으로 묘사하는 경향이 있어요. 극단적인 경우에는 '우리 부모님은 정상적인 사람이였습니다'라는 표현이 가장 안 좋은 묘사일 때도 있습니다. 그만큼 부모님에 대해 아주 좋은 부모님이였다고만 대답해요.


  실제로 저렇게나 좋기만 한 부모님은 세상에 없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요. 어떤 부모님이 나쁜 면이 아예 없을까요. 한 사람의 인생에서 부모 역할을 할 수 있는 기회도 많아봐야 수차례일 것이고, 인간은 어차피 실수를 할 수밖에 없는데 말이에요. 하지만 회피형의 부모들이 저렇게 말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에요. 이 부모들도 어렸을 때 받았던 상처들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는 것뿐이에요. 회피형 애착의 사람들이 외로움을 부인하고 혼자 사는 것에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것처럼요.


  그래서 회피형의 사람들은 관계에서 오는 감정들과 의존 욕구를 억누르고 부정하는 것에 익숙해요. 부모가 되었을 때도 아이들과 육체적, 정신적으로 함께하는 것은 익숙하지도 않고 고통스러운 일입니다. 집착형 애착의 부모들과 마찬가지로, 회피형 애착의 부모들도 아이와 함께하면서 묻어뒀던 어렸을 때의 아픔들이 떠오를 수밖에 없거든요.


  결국 회피형 부모들은 아이들과 거리두기를 계속하려고 하고, 아이들도 이런 부모의 성향을 눈치챕니다. 내가 다가가면 부모님은 불편해한다는 것을 깨달아요. 자꾸 보채고, 기어가고 걸어가면서 다가가려 해도 부모님은 오히려 더 멀어져 갑니다. 그래서 이 아이의 생존전략은 집착형 애착의 아이와는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집착형 애착의 부모들은 더 보채면 더 살펴줬는데, 회피형 애착의 부모들은 더 보채면 더 멀어지니까요.


  회피형 애착의 부모들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이들과의 거리를 유지해서라도 부모 역할을 어떻게든 하려고 노력해요. 아이들도 그런 부모와의 거리를 유지해서 어떻게든 자신의 부모가 세상에 남아있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런 안타까운 사연이 있는 노력들이 맞물려, 회피형의 부모에게서 새로운 회피형 애착을 가진 아이가 자라납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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