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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스한 골방 Dec 04. 2023

정신과 의사가 보는 MBTI - 단점편

MBTI는 만능이 아니다


  이번 내용은 이전 편에서 이어지기 때문에, 아래 링크로 오셔서 글을 보신 뒤에 이 글을 읽어보시는 것을 추천드려요. 이번에는 MBTI의 단점으로 바로 내용을 시작하겠습니다.


https://brunch.co.kr/@warmsmallroom/6


  MBTI의 첫 번째 단점은, 자기보고식 검사이기에 객관성이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자기보고식 검사란 자신에 대한 질문에 예, 아니오 등의 방식으로 검사자 본인이 답을 하는 검사들입니다. 따라서 검사자의 주관적인 답변이 검사결과에 그대로 반영되기에 해석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예시를 들어보겠습니다. 

  스스로에 대한 기준이 매우 엄격한 A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A의 철저한 계획에 놀라곤 합니다. 하지만 막상 A는 자신의 계획성이 본인의 기준으로는 늘 만족스럽지 않아요. 그래서 A는 스스로를 계획적이지 못한 인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A에게 MBTI를 시키면 P가 나올 텐데요, 정말 A가 P가 맞을까요? 당연히 아니겠지요. 따라서 A의 MBTI 결과는 객관성을 잃어 신뢰하기 어려운 결과라 할 수 있겠습니다. 

  자신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이해하는 것은 정말정말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때문에 자기보고식 검사를 진행할 때 객관성을 잃는 경우가 종종 발생합니다. 그래서 정신과에서는 심리검사를 검사자(환자)가 혼자 진행하지 않고, 임상심리전문가와 같은 평가자와 함께 진행합니다. 평가자는 다양한 심리검사들을 통해 심리적 상태를 평가하고 의학적 지식에 기반한 신뢰로운 제3자의 시선을 제공합니다.  반면 우리가 일상적으로 진행하는 MBTI는 평가자 없이 진행하는 자기보고식 검사이기에 객관성 문제에서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MBTI의 두 번째 단점은, 성급한 일반화의 위험성입니다. 예를 들어 같은 MBTI 유형에 속해 있다 하더라도 어떤 사람은 E가 55%, S가 60%이고 다른 사람은 E가 85%, S가 90%일 수 있을 겁니다. 이분법적으로 측정하는 MBTI에서야 유형이 같다고 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과연 이 두 사람이 실제로도 비슷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요? 당연히 아니겠지요. 우리는 MBTI의 유형에 대한 설명에 대해서 '이 유형이 ~~하다'와 같이 성급히 일반화를 하는 것을 주의해야 합니다. 대신 '이 유형은, 타 유형에 비해 ~~한 경향이 있을 수도 있다'와 같이 가능성을 열어놓고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MBTI 궁합표도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궁합표를 참고하면 상처를 덜 받을 수도 있겠지요. 자신과 맞지 않을 것 같은 사람과의 관계에서는 덜 노력하고, 덜 상처받을 수 있게 해주니까요. 하지만 MBTI의 궁합이 맞지 않고, 초면에 맞지 않아 보이는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얻어갈 수 있는 점들이 분명히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반전 매력을 찾아 깊은 관계까지 맺을 수 있는 법부터, 맞지 않는 사람들과 둥글게 잘 지내보는 법 등이 있겠지요. 물론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기도 아까운 인생이니 MBTI 궁합을 미리 맞춰보는 마음도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좋은 사람인지 아닌지 제대로 판단도 못해봤는데, MBTI 하나로 인해 대인관계가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차단시키는 것은 조금 아쉽지 않을까요?


  MBTI의 세 번째 단점은, 타당도와 신뢰도가 낮다는 점입니다. 일부 논문에서는 반대로 타당도나 신뢰도가 괜찮다고 이야기를 하기도 하지만, 이마저도 반드시 참고를 해야 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MBTI 검사들은 문항들이 제대로 통일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정신과 병원에서 같은 이름 하에 사용되는 심리검사는 모두 동일한 문항들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설문 문항이 하나만 달라져도 그 검사의 타당도(검사결과가 성격을 제대로 대변하는가)나 신뢰도(같은 사람이 검사를 반복하였을 때 같은 결과가 나오는가)는 달라질 수 있기에 매우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인터넷에 떠도는 무료판 MBTI들은 표준이 되는 MBTI와는 설문문항이 다릅니다. 저작권 문제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그렇잖아도 낮은 타당도, 신뢰도로 인해 비판을 받아왔던 MBTI가 중구난방의 내용으로 인터넷을 떠돌고 있는 겁니다. 따라서 우리가 현재 쉽게 접하는 MBTI 검사들의 결과는 타당도, 신뢰도 문제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번 글은 MBTI를 하지 말라는 취지로 올린 글이 아닙니다. 사실 개인적으로도 MBTI는 재밌게 즐기고 있어요. 하지만 MBTI가 우리의 삶에 깊숙이 들어온 만큼, 이제는 경각심을 가지는 것도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한 명의 사람을 완전히 이해하고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저는 어떠한 정신분석이론이나 심리검사를 사용하든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들을 공부하는 것은 한 명의 사람을 이해하기 위한 충분히 좋은 단서가 되어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도 MBTI를 비판적으로 받아들이실 수 있으셨으면 합니다. MBTI는 어디까지나 자신을 찾기 위한 단서로만 사용하시고, 꾸준한 자기성찰을 통하여 진정한 자신을 알아가실 수 있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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