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나는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걸까

지금, 그리고 여기

by 따스한 골방

우리의 몸은 늘 현재에 존재합니다. 설령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로 날아가더라도 그 미래가 다시 현재가 되어, 몸은 현재에 남아있습니다. 이는 과거로 날아가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처럼 물리적인 존재인 우리의 몸은 현재에 머무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마음은 어떨까요? 내일 있을 시험을 준비하며 꾸역꾸역 밤을 새고 있는 A씨가 있습니다. 커피와 에너지드링크를 달아가며 졸린 눈을 억지로 뜨며 괴로워 하던 그는, 문득 이전 시험에 합격하며 느꼈던 즐거움을 떠올리게 됩니다. 덕분에 공부를 포기하고 싶다는 마음을 내려놓게 되었고 조금 더 힘을 내며 목표하던 만큼의 공부를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결국 A씨는 다음날에 있던 시험에도 무사히 합격하게 됩니다. 이 사람의 몸은 괴로울 수밖에 없는 현재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지만, 마음은 행복했던 과거에 잠시나마 머무를 수 있었습니다. 이를 통해 그는 기운을 회복하고 시험을 보기 전에 충분한 대비를 할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마음이 과거 혹은 미래에 머무르는 것은 사람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늘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마음이 현재에 머무르지 못하면서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 경우도 존재합니다. 앞서 보여드렸던 A씨와 비슷하게, 다음날에 있을 시험을 준비하며 마음을 졸이는 B씨가 있습니다. B씨도 각종 방법을 동원해서 밤을 지새우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문득 이전 시험에서 목표했던 결과를 얻지 못해 낙방했던 기억들이 떠오릅니다. 그는 갑자기 불안해집니다. '내일 시험도 실패하면 어떡하지?', '내가 이번에 노력했던 것들도 물거품이 되면 어떡하지?', '시험에 떨어지면 쪽팔려서 주변 사람들한테 어떻게 얘기하지?' 이런 생각들이 마구 들기 시작하죠. 그는 처음에 부정적인 생각들을 떨쳐내고 어떻게든 공부를 이어가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계속되는 불안에 결국 의욕이 점점 꺾이기 시작합니다. 그는 '어차피 시험에 떨어질건데 뭐하러 밤새 공부해?'라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합리화하며 목표했던 공부량을 채우지 못하고 잠에 들게 됩니다. 결국 그는 걱정했던 것처럼 시험에 떨어지게 되었습니다. 마음이 잠시 과거에 머무르며 휴식을 취했던 A씨와는 달리, B씨는 괴로웠던 과거에 마음이 묶여 어쩌면 합격했을지도 모르는 시험에 낙방하게 되었습니다.




A와 B씨의 이야기처럼 우리의 마음은 과거나 미래에 머무를 수 있습니다. 우리는 현재가 아닌 곳에 머무르며 때로는 괴로워하고 때로는 웃으며 일생동안 좋고 나쁜 영향을 받게 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우리의 몸과 마음은 되도록이면 같은 곳에 머물러 있어야한다는 점입니다. A씨가 만약 과거에 느꼈던 행복들에만 머물러 있었다면 어떤 결과가 되었을까요?


내일 있을 시험을 준비하던 A'씨는 과거에 합격했던 시험을 떠올리며 즐거워합니다. 지금 당장 해치워야될 공부량이 산더미처럼 수북히 쌓여있지만 그는 개의치 않습니다. 괴로운 현재를 잊고 싶은 그는 과거의 행복했던 추억들로 도피합니다. 이전에 공부했던 교과서도 괜히 뒤져보고, 소중히 간직해두었던 영광스러운 합격증도 찾아보며 이전에 좋았던 추억들을 떠올립니다. 그러다 그는 문득 시계를 보게 되었는데, 어느새 새벽 동이 트기 시작했습니다. 원래는 잠시 위로만 받고 다음날에 있을 시험을 준비하려고 했는데 이미 늦어버렸습니다. 그는 허둥지둥 목표했던 공부량을 채우고자 노력했지만 시간을 이미 너무 허비한 탓에 실패합니다. 결국 그는 불안한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한 채로 시험을 보게 되었고, 목표했던 점수는 받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과거에 잠시 머물렀다 현재로 돌아온 A씨와는 달리, 과거로 도피한 채로 오래 머물러 있었던 A'씨는 다른 결과를 얻게 되었습니다. 이 두 사람의 차이는 시험의 결과에만 있지 않습니다. 시험을 준비하고, 시험에 입장하는 순간조차 이 둘은 감정의 상태가 달랐습니다. A씨는 충분히 시험을 준비하며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었지만, 현실을 외면했던 A'씨는 목표했던 공부를 모두 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하루를 보내야만 했습니다.




좀 뜬구름 잡는 이야기처럼 느껴지실 수도 있겠지만, 몸과 마음은 별개의 존재가 아닙니다. 몸이 건강해야 마음이 건강하고, 반대로 마음이 건강해야 몸이 건강하다는 말을 한번쯤은 들어보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실제 연구에서도 몸과 마음은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 존재라는 것들이 점차 드러나고 있습니다. 정신분석의 시초인 프로이트조차도 자아는 신체적 자아(bodily ego)이며, 자아의 기원은 신체 표면의 감각이라고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그러니 몸과 마음은 서로 멀어질 수 없는 존재고, 멀어져서도 안되는 존재입니다. 몸이 현재에 머물러 있으니 마음도 현재에 함께 최대한 머물러 있어야 합니다. 이를 두고 '지금, 그리고 여기(here & now)'가 중요하다고 표현하곤 합니다. 우리의 마음은 지금 현재에, 그리고 바로 이곳에 머물러 있어야합니다. 과거에 받았던 상처와 성공의 경험들은 분명 우리의 삶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 중요한 존재입니다. 하지만 이것들보다 중요한 것은 내 몸이 머물러 있는 '지금'입니다.


과거에 받았던 상처들로 인해 현재의 삶이 얼룩져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과거에 겪었던 성공들에 취해서 현재에 마주할 수밖에 없는 어려움들을 간과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현재를 현실적으로 살아가다보면 건강한 삶을 마주하게 되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우리는 현재에 어떻게 머무를 수 있을까요? 제일 근본적인 방법은 당연히 마음이 현재에 잘 머물러 있는지 신경써보는 것입니다. 과거의 아픔 혹은 영광이나, 미래에 있을 걱정에 머물러 있지 않은지 최우선적으로 점검해봐야합니다. 하지만 온갖 수단 방법들을 사용해도 마음이 현재에 머물러있다는 느낌을 일평생 유지하는 것은 사실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마음은 눈으로 보이지 않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마음이 현재에 머무르는 것이 어려울 때, 현재에 남아있을 수밖에 없는 몸에 집중해보면 좋습니다. 나의 심장박동, 손목의 맥박, 호흡에서 느껴지는 들숨과 날숨, 온몸 근육의 긴장도 등을 점검해보세요.


생각보다 몸이 많은 정보를 줄 수 있습니다. 나의 굳어있는 어깨를 보며 '참 긴장하며 살아왔었구나'라고 느낄 수 있다. 나의 구부정한 허리를 보며 '자세도 바로잡지 못하고 살아올만큼 바쁘게 살아왔구나'라고 느낄 수 있습니다. 심호흡을 해보려고해도 잘 진정되지 않는 것을 보며 '내 숨을 고르는 것조차 쉽지 않구나. 마음을 진정시키는 것도 쉽지 않는 것이 당연하겠지'라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세세하게 몸을 살펴보다보면 의외로 나의 마음을, 더 나아가 나의 삶을 살펴보는 것도 가능하게 됩니다. 그러다보면 여러분은 어느새 현재에 충실히 살아가는 삶을 보내게 되실거에요. 응원하겠습니다.


여러분의 몸과 마음은,
얼마나 가까이 위치해 계신가요?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배고플 때 글을 쓰면 안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