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지나치지 않았던 선택
나는 내가 예민한 사람이 아닌 줄 알고 살았다.
그냥 뭐든 한 번 더 확인하는 편이고,
작은 변화에 민감한 편이라고만 생각했다.
누군가는 그런 성향을 꼼꼼하다고 말했고,
누군가는 괜히 신경을 많이 쓴다고 말하기도 했다.
몸에 이상한 느낌이 들 때도 마찬가지였다.
분명 많이 아프다고 할 수는 없지만,
평소와는 조금 다른 변화들.
이상하긴 한데, 그렇다고 딱 잘라 말하기는 애매한 정도였다.
그래서 늘 잠깐 망설였다.
이 정도로 병원을 가는 게 맞을까.
괜히 예민한 사람처럼 보이지는 않을까.
조금 더 지켜보는 게 나을까.
그래도 결국 나는 확인해보는 쪽을 택하곤 했다.
대단한 결심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
그냥 넘겼을 때 마음에 남을 찜찜함이
병원에 다녀오는 번거로움보다 더 크게 느껴졌을 뿐이다.
검사를 받고 나면 대부분은 별일 아니었다.
아무 문제 없다는 말을 듣고
안도하며 집으로 돌아온 날도 많았다.
그런 선택들이 쌓여가면서도
나는 그걸 특별한 태도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다만 내 성향이 그렇다고,
그 정도로만 여겼다.
내가 가진 이런 성향이
흔히 말하는 ‘예민함’일 수도 있다는 걸
시간이 지나서야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건 불안해서 생긴 성질이라기보다는,
몸이 보내는 신호를 너무 쉽게 넘기지 않으려는 쪽에 가까웠다.
그리고 그 덕분에
그냥 지나쳤다면 몰랐을 일들을
제때 확인할 수 있었던 적도 있었다.
나의 예민함이 나를 살린 순간들이었다.
이제 나는 이 성향을 굳이 고치려 하지 않는다.
대신 다루는 법을 조금씩 익히고 있다.
과장하지도, 애써 무시하지도 않으면서
필요할 때는 움직이는 쪽을 택하는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이 선택이 언제나 나를 편하게 해준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나의 삶을 조금 더 안전하게 지켜주고 있었다.
하지만 삶은, 내가 준비한 방향으로만 흘러가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