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이후, 나의 몸은 완전히 달라졌다.
삶은 언제나 그랬듯,
내가 준비한 방향으로만 흘러가지는 않았다.
몇 년 전, 척수에 종양이 생겨 수술을 하게 되었고
수술 후 병실에서 눈을 떴을 때
나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을 마주해야 했다.
수술 전에는 없던 극심한 신경통증이 느껴졌고,
그 탓에 수술한 부위의 통증은 인지되지 않을 정도였다.
그보다 더욱 당혹스러웠던 건,
하반신이 내 몸 같지 않게 느껴진다는 사실이었다.
마치 아직 마취가 깨지 않은 것처럼,
존재는 하지만 닿지 않는 영역같은 느낌이었다.
사실 척수종양 수술은 그때가 처음이 아니었다.
첫 수술 후 4년만에 재발해 두번째 수술을 하게 됐던 것이다.
가벼운 수술은 아니기 때문에 두려움은 있었지만
첫번째 수술 이후 비교적 빠르게 회복했었고
그래서 이번에도 혹을 제거하고 나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게다가 이번에는 나의 '예민함' 덕분에 재발 사실을 일찍 알게 되었기에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같은 병이었어도, 결과는 전혀 달랐다.
이번 수술은 ‘정리하고 끝나는 일’이 아니었다.
재발된 종양은 신경에 밀착돼 있었고, 제거 과정에서 신경 일부를 건드릴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을 들었다.
수술 전 동의서에 각종 부작용이 적혀 있었지만, 내 몸이 이렇게 달라져 있을 거라곤 상상하지 못 했다.
그저 눈을 감았다 떴을 뿐인데
예전의 몸이 사라져버린 현실.
재활치료 과정은 "완전히 낯선 몸으로 다시 태어난 나"를 맞이하는 일이었다.
처음엔 똑바로 서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양쪽 다리의 감각이 서로 달랐고
위치와 균형을 담당하는 고유수용감각에 이상이 생겨
걸음마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다.
큰 수술로 체력은 눈에 띄게 떨어져 있었고, 혼자 외출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아직 잘 걷지 못 하는 오른쪽 다리 때문에 한 손에 지팡이를 짚고 다녀야 했다.
수술 전의 몸으로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 앞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은 분명했다.
달라진 내 몸을 인정하고
최선을 다해
하고 싶은 일들을 하는 것.
어릴 때부터 춤을 좋아했던 나는
지팡이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시기부터본격적으로 춤을 배우기 시작했다.
균형감각이 정상일 때와는 전혀 다른 여건이었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을 시작했다는 기쁨이 컸고,
즐거워서 꾸준히 하다 보니 균형감각을 깨워주는 재활효과도 있었다.
지팡이를 짚고 다니던 시절, 계단과 언덕이 유난히 어려웠던 나는
우리나라 대중교통 환경이 장애인들에게 얼마나 불편한 지 실감할 수 있었다.
사람은 그 상황이 되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는 말이 피부에 와닿은 순간들이었다.
달라진 몸만큼 달라진 일상 속에서
새롭게 배운 것들도 많았고
감사한 점들도 많았다.
내가 얻게 된 많은 것들은
바뀐 현실을 받아들이기로 한 선택의 결과였다.
그 이후의 삶은, 그 선택 위에서 조용히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