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섬에 아직도 내가 있네
제주에 내려 오기 전 세종문화회관에서 하는 김영갑작가의 사진전을 보러 간 적이 있다.
나에게 감성을 깨우는 예술은 소설책이나 영화, 작품설명이 친절히 적혀있는 회화 정도였고
사진작품은 너무 사실적이라 생각했는지 큰 울림을 받지 못했다.
그런데 김영갑작가의 오름 사진은 내가 안개낀 숲속에서 오름을 바라보는 기분처럼 느껴지고
계속 심장에 파도가 치는 것 같아서 일렁거림을 잠재우는데 한참 걸렸던 듯 했다.
10여년 전, 제주에 입도를 하고 그 느낌을 찾아 모처럼 생긴 시간에 김영갑갤러리를 들러보고
나오는 길에 나와 비슷한 시기에 제주에 내려오신 분이 오픈한 레스토랑에 간 적이 있다.
바쁘게 일하는 레스토랑 운영자들에게 말을 걸 성격도 아니었고 그저 원두커피를 파는 곳도 드문 시골에
오픈해 주심만 마음으로 감사했었다.
얼마 전 오랜만에 갑자기 김영갑작가의 작품이 보고 싶어서 두모악 갤러리에 찾아갔지만 휴관이었고,
근처를 두리번 거리니 세상에 그 레스토랑이 아직도 영업을 하고 있었다.
그동안 제주도에 정착했구나 싶었던 사람도 갑자기 떠나는 사람이 많고, 여기저기 폐업하고 임대중인 가게가 눈에 보이니 당연히 그랬을거라 생각했다가 너무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맛있는 식사를 하고 내성적인 성격이라 말도 잘 안거는 내가 주인장에게 오래 해줘서 고맙다 말하고 웃음가득한 인사를 돌려 받았다.
어릴 적에는 성공해서 알려진 사람이나 연예인들이 부러웠는데
세월이 흐르니 하나를 오랫동안 하는 사람이 존경스럽다. 아마 이런걸 알게 되는 것이 어른이 되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세상의 모든 일들이 성공할거라고 시작하는 일이 아니고, 성공이 과연 무엇인지 의문이 들어 좌절하는 시기도 있는걸 안다. 그래서 한가지를 오래한 사람은 그 괴로움을 정신적으로 다스리고 현실과 균형을 맞추려 노력하고 살고 있는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까지도 제주에 완전히 흡수되지 못한 사람처럼 살고 있지만, 사는 방식에는 정답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마 나같은 부류도 여러 형태의 모습이겠거니 생각하고 산다. 그보다 해야할 숙제같은 꿈들이 아직 남아있는데 이제 더이상 늦으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이것은 유명해 지는 것과는 다른 내면의 숙제를 풀어가야 내가 행복해질 것 같은 이유 때문이기도 하다.
벌써 2025년 3월이 왔다.
무안공항 사고가 있어서 2024년 연말은 말 할 수 없는 감정으로 간신히 해를 넘겼던 것 같다.
그리고 남은 사람들과 1월1일에 떠오르는 해를 보며 새로운 다짐과 소원을 빌었다.
새해인 덕분에 헬스장은 새로 등록하는 사람들이 가득하고, 다이어리 판매량도 늘어나고
새 마음으로 집을 정리하는 사람들로 인해 쓰레기 배출량도 늘어난다.
그렇게 한 달이 가고 2월이 왔다.
벌써? 라며 놀라지만 다시 1월의 강건한 다짐과 소망을 품고
헤이해진 마음을 고쳐먹고 열심히 산다.
그리고 다른 달보다 2~3일이 빠진 2월을 아까워 하며
3월을 맞이하면서 다시금 또 새해의 다짐을 되새긴다.
삼세번, 남녀노소와 지역을 막론하고 통하는 마법 삼세번.
가위바위보나 내기도, 매번 돈꿔가는 사람에 대한 배려도 삼세번이더라.
1월의 희망찬 다짐이 한번, 1월을 되새기며 아직 에너지를 보유한 2월이 한번,
그리고 새해의 기운을 발끝으로 잡고 있는 3월이 벌써 다가왔다.
그래 아직 삼세월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