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츄파춥스가 내린다면

역마살 이야기 45 Turkey, Kapadokia

by 역맛살

시간은 흘러 다시 돌아오지 않으나,

추억은 남아 절대 떠나가지 않는다.


- 라틴 속담


아주 어릴 적, 하늘에서 내가 먹고 싶은 음식이 내리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상상하고는 했었다. 그런데 그 맛있는 음식 중에서도 초등학교에서 끝나고 100원 주고 사 먹던 츄파춥스가 하늘에서 내린다면 어떨까. 아마 다른 곳은 몰라도 터키의 카파도키아에서는 가능한 일일 것이다.

‘개구쟁이 스머프’ 무대가 된 곳으로 유명한 카파도키아는 화산 폭발과 대규모 지진활동으로 응회암이 뒤덮인 뒤, 비와 바람에 의한 풍화작용으로 기이한 암석들은 만들어졌다. 그 모양은 마치 송이버섯과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는데, 수십만 년의 세월을 통해 만들어진 초현실적인 풍경을 보기 위해 해마다 수많은 관광객은 열기구를 타고 하늘 높이 날아오른다. 하지만 열기구는 그날의 날씨와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 그 때문에 내가 여행하기 전 3일 동안 열기구가 뜨지 못했다고 했다. 다행히 운이 좋게도 내가 도착한 아침에는 무리 없이 열기구가 뜰 수 있다는 사실을 전해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간 뜨지 못했던 열기구를 보기 위해 정말 많은 여행객들이 새벽부터 분주하게 움직였고, 그런 관광객을 태우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열을 가했던 열기구는 점점 부풀어 오르더니 이곳저곳에서 느릿느릿 하늘을 기어 다니기 시작했다. 그러자 열기구를 제외한 모든 것들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팔뚝만 한 렌즈를 들고 사진을 찍는 사람도, 손바닥만 한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도, 좋은 자리를 사수하기 위한 발걸음까지.

그리고 하나씩 떠오르던 열기구들은 어느새 하늘에서 마치 츄파춥스가 내리 듯이 온 하늘을 가득 채웠다. 동그랗고 알록달록한 열기구들의 모습은 마치 츄파춥스 모양과 꼭 닮아있다. 가만 보니 딸기맛 츄파츕스도 보이고 초코맛 츄파츕스도 보였다. 저기 저 멀리 계피맛처럼 애매모호한 색깔을 가진 열기구들도 파란 하늘 속에서 유유히 움직였다. 동시에 점점 입 속에는 침이 고이기 시작했다. 손을 길게 뻗어 가장 좋아하는 바닐라 초코맛 츄파츕스를 하나 잡아 입에 넣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땅에는 삼겹살기름에 구워 먹고 싶은 송이버섯이 가득하고 하늘에는 츄파츕스가 가득한 이곳은 정말 군침이 도는 마을이다. 다른 곳보다 카파도키아에서 유독 배꼽시계가 정확하고 우렁차게 울리는 것도 아마 먹음직스러운 풍경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어스름한 새벽이 물어가며 여명이 조금씩 짙어질 때 즈음, 츄파춥스 사탕 뒤로 거대한 왕눈깔사탕 하나가 느긋하게 자태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바로 태양이 서서히 떠오르고 있었다.

The words will never show the you I've come to know
내가 아는 그대는 절대 말로 표현할 수 없어요.

- Bread의 If 중에서 -

하지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은 사랑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아름다운 풍경 앞에서 나는 단순히 멋지다는 말로는 이것을 표현할 수 없었다. 아무리 뛰어난 언변과 글재주로도 다다를 수 없는 그 풍성한 전경 앞에 미약한 언어는 저절로 무기력해졌다. 물론 순간의 아름다움을 담는 카메라의 셔터도, 아름다움을 찬양하는 시의 언어도 눈앞에 마주한 아름다움을 담아낼 수 없었다. 그러니 마음으로 지금의 기억과 추억들을 담아두어야지.



물은 흐른다.

구름도 흐른다.

시간 또한 흐른다.

하지만 추억은 흐르지 않는다.


누군가 그랬다.

진짜 부자는 돈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

추억이 많은 사람이라고.


그렇다면 나는 이미 재력가다.

비록 어제나 오늘도 주머니 속에는 잡히는 것 없지만,

마음속에는 아무리 꺼내 써도 닳거나 사라지지 않는 추억이 가득 넘쳐흐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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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2229.JPG 개명당에서 개 잘 잠














낭만 없는 여행 에세이 담고 있습니다.


글/ 사진_ Instagram@jongminzz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