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내 홀로 남게 되다.

TF 세 번째 이야기 - 첫 번째 좌절, 매니저덕에 꿋꿋하게 견디다.

by 작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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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설팅 업체와 TF팀은 생각보다 많은 갈등이 있었다.

아무래도 컨설팅 업체는 짧은 기간 내에 의미 있는 결과물을 내야 하는 상황이어서

몰아붙이는 미팅 속에서 TF 사람들과 합이 맞지 않았다.

아마 목적 중 하나가 현 프로세스에서 문제점을 찾아내고

이런 부분을 개선해야 한다 라는 제안을 한다라는 큰 그림을 갖고 시작해서일지도 모른다.

특히 우리 팀의 업무를 설명하는 과정, 협의하는 과정 속에서

다소 불편한 언어들이 오고 가기도 하였고, 그 과정 속에서 미팅은 계속 쭉 길어졌다.

갈등을 싫어하는 나로서는 미팅시간마다 너무 숨이 막혔다.


구체적인 사정은 알지 못하지만

그 과정 속에서 주체가 되는 A팀의 팀원분과 우리 팀의 K님과 이슈가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결국 우리 팀에서 차출된 K님은 TF에서 빠지기로 정리가 되었다.

추후 두 분이 잘 정리되긴 하였지만 결론적으로 나만 우리 팀에서 TF에 남게 된 것이다.


매니저로부터 앞으론 혼자 TF에 남아야 할 것 같아 라는 이야기를 전달받았을 때

막막함이 앞섰던 것 같다.

내 업무 프로세스 40%는 어떻게든 책임지고 잘 녹일 수 있겠지만

내가 담당하지 않는 업무 프로세스 60%는 어떻게 시스템에 녹일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

그려질 그림은 내가 K님에게 확인받고 TF와 다시 조율하고

결국 중간 역할을 하게 될 것 같은데 솔직히 숨이 막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번 시작한 업무를 "저 못합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성격은 못되었다.

그래 어떻게든 되겠지 라는 마음으로 TF업무는 계속되었다.


컨설팅이 끝나고 외주 개발업체 선정 과정이 기다리고 있었다.

개발을 담당하는 B팀이 TF에 있었지만,

개발팀에서 이 시스템을 개발하기에는 참여하는 인력도 너무 부족하였고

하나하나 개발하기에는 프로젝트 기간 내에 끝낼 수 없다는 이슈도 있었다.

개발팀은 주로 외주 개발 업체를 총괄하고 코드 리뷰를 하고 개발을 리딩하는 역할을 하였다.

다양한 개발업체 중에 하나의 업체를 선정하였다.

대표님이 굉장히 인상이 좋았고,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시며 프로젝트 기간 동안 상주하겠다는 포부도 말씀 주셨다.

업체 대표 개발자분들도 인사를 하였는데 처음엔 너무 어색하고 낯설었고, 어려웠던 것 같다.

우리 프로세스를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데 또 1~2개월이 걸렸다.

내 업무는 너무나도 쉽게 이해시킬 수 있었지만

내가 모르는 업무는 나도 이해하고 설명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이젠 시스템 내 화면들을 설계하는 미팅들이 계속되었다.

화면 설계 미팅이라는 생소한 미팅을 참여하게 된 것은 그 당시 너무 큰 부담이었다.

화면 설계, 말 그대로 내가 설명한 프로세스가 화면에 구현되는 것이었는데

정해야 할 것들이 진짜 매우 많았다.

0부터 100까지 모든 것을 다 내가 정하고 개발업체에서 구현하는 것이었다.

하다 못해 버튼 클릭 시 어떤 단어가 나올지, 칸의 크기, 제목이 어디에 위치할지 등등

말 그대로 빈 화면에 내 프로세스를 구현하는 단계여서 내가 정하고 책임져야 하는 부분이었다.

부담스러웠다.


그리고 성격상 자신 있고 확신 있게 "네, 이렇게 해주세요."라고 말할 수 없었다.

상대가 좋은 것을 주로 따라가던 나의 성향상

내가 정한 것이 다른 사람들에게 좋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이로 인해서 미팅이 자꾸 길어졌다.

내가 정한 것을 확신 있게 전하고, 또 정한 부분에 대해 책임져야 하는 것이

아주 작은 부분이면 나도 뭐 이 정도야 하고 넘어갔겠지만

모든 업무 프로세스가 이 시스템에 녹일 때 적용되어야 한다..

혼자만의 내공으론 채울 수 없는 부분이었다.


나아가 TF의 주체가 되는 A팀과 내가 함께 정해야 하는 부분이 있을 땐

아무래도 3~4명이 참여하는 A팀의 입김이 많이 들어갔다.

A팀의 말대로 하게 되면, 우리 팀 사람들이 사용하는데 너무나 어려운 부분이 있을게 분명하여서

홀로 그들을 맞서야 했었다.


나 : "이렇게 하면 안 돼요. 이렇게 해주셔야 해요."

A : "그렇지만 이 시스템은 주체가 A팀이라서, A팀에 좀 더 focus 되는 게 맞지 않을까요?"

나 : "그렇게 되면 업무 하는데 너무 큰 어려움이 있어요. 이 부분은 꼭 반영되어야 해요."

A : "그 부분은 팀에서 자체적으로 챙겨야 하는 부분 아닐까요?"


홀로 외롭게 맞서야 하였던 과정들이 너무 힘들었다.

이렇게 문장으로 표현할 때는 내 감정이 표현되지 않겠지만,

나 스스로의 한계에 부딪친 점, 설득을 못하는 나의 부족한 내공

TF팀 내에서도 혼자, 우리 팀 내에서도 점점 혼자가 되어가는 나의 자리,

책임감이라는 큰 단어.. 내가 부족하였다.

결국 매니저한테 손을 들었다.

"도와주세요. 혼자 못해요."


자존심이 상하기도 하였다.

이거 하나 혼자 못하여서 매니저한테 못한다고 손을 들었어야 했는가

그렇지만 부담감으로 매일 울먹이고, 아침이 오는 것이 너무 두려웠기 때문에,

또 그 당시 나는 나약하고 야리야리한 마음의 소유자였기 때문에

매니저의 도움이 꼭 필요하였다.

매니저 입장에서는 굉장히 답답하였을 것도 같지만

흔쾌히 화면설계 미팅 때는 같이 참여하겠다고 말씀 주셨다.

그래서 매니저와 함께 화면설계 미팅에 참여하였다.


우리 매니저는 말을 참 잘하는 분이시다.

매니저가 TF 내에서 많이 지지해 주셨고 의견을 주셨고 책임을 대신해 주셨다.

정하는 부분에 있어서 확신이 없는 부분은 내 매니저가 정해주셨다.

솔직히 이때 매니저가 같이 미팅에 안 들어갔으면

나는 진짜 손들고 포기라고 외쳤을 수도 있다.

지금도 감사하다.

내 매니저는 사근사근 챙기는 스타일은 아니시지만

은근히 챙기시는 분이라는 것을 잘 알고 나를 믿고 기회를 주신 분이라는 것을 알기에

나도 꿋꿋하게 버틸 수 있었다.


처음 이런 화면설계라는 미팅을 참여해 본 것이라서

무엇을 우선적으로 봐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시간이 지나고 시스템이 오픈되고 나서 화면설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었고

다시 돌아간다면 이런 부분을 잘 챙기고 녹일 수 있게 해야겠다는 내공이 쌓였다.

뭐든 사람은 경험이 중요하다.

경험을 통해서 배우고, 성장하고 그리고 더 나아가서 나를 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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