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올드>에 대한 약한 스포)
다미안 맥카시 감독은 최근 신인 호러 감독 중에서 가장 돋보이는 인물이다. 다시 말하지만 <유전> 같은 부진정 호러는 빼놓고 말하는 거다. 예전에 일명 에스컬레이션 호러 장르가 잠깐 유행한 적이 있다. 점프컷, 갑툭튀 이런 것들 최대한 배제하고 분위기부터 아주 천천히 공포를 만들어 가겠다는 컨셉인데 예를 들어 <팔로우> 이런 부류. 이제 이런 잔잔바리형 호러 영화 감독들은 모두 다미안 맥카시 앞에 경배를 올려야 한다. 무엇보다 한정된 공간 내에서 대부분의 사건이 벌어진다는 점은 특히 기획의 측면에서 매우 큰 강점이다. 모두 알다시피 제작비가 크게 절감되기 때문에.
우리말에 짖는 개는 물지 않는다는 속담처럼 시끄럽게 주절주절 설명해 대는 호러는 무섭지 않다. 물론 이 설명의 부재 때문에 일부 구멍이 뚫리기도 한다. 예를 들어 나무 인형의 정체는 정확히 무엇인지, 마지막에 호텔 벨보이 귀신은 실존하는 건지 아닌지, 달시는 왜 테드에게 저주받은 종을 보낸 건지. 하지만 이 영화의 매력은 바로 그 설명하지 않음, 애매모호함에 있다.
화면 구성의 측면에서 대부분의 경우 주된 피사체가 화면의 정중앙에 위치하는 '지나치게' 정석적인 구도이다. 이건 좋은 의미다. 우리는 큰 힘을 들이지 않고도 감독이 이 프레임에서 무엇에 주목하기를 원했는지를 그 어느 구도에서보다 더 빠르고 직관적으로 찾아낼 수 있다. 인물을 담을 때는 물론이고(장면 1-1~1-3) 심지어는 전경을 담은 버드아이 샷의 경우에도.(장면 1-4)
그러다가 우리의 눈이 그 주된 피사체 쪽으로 쏠렸을 때에 화면의 가장자리에서부터 위화감을 조성하기 시작한다. 가끔은 음산함을 조성하는 오브제를 어깨 너머로 걸어 초점이 맞지 않은 채 Over the Shoulder 샷을 찍기도 하고 급기야는 그 오브제를 삼각형의 위쪽 꼭지점으로 만들어 비틀린 삼각형 구도로 화면 안에 수용해 버리기도 한다. 아래 장면(장면 2)은 왼쪽 인물과 오른쪽 인물이 가운데 나무 인형을 사이에 두고 서로 불편한 기싸움을 하는 장면인데 전후 사정을 몰라도 이 상황과 화면 구성 자체가 불편하지 않은가.
이 상황적 불편함도 계속해서 사람의 신경을 긁어 놓는다. <장면2>에서 오른쪽 인물은 왼쪽 인물의 집에 거의 무단으로 침입한 상황이고 왼쪽 인물이 숨기고 있는 비밀을 드러내기 위해서 가운데 나무 인형을 냅다 택배로 부쳐 놓은 상황이다. 그에 부합하게(?) 왼쪽 인물도 오른쪽 인물을 노골적으로 박대하고 있으며 빨리 떠나 줬으면 하는 바람을 숨길 생각이 없다. 초대받지 않은 손님, 묘하게 무례한 태도 등의 키워드는 하나같이 화면 구성과 불길한 오브제와 결합하여 아주 천천히, 그렇지만 확실하게 음산한 분위기를 점점 배가시킨다.
그렇기에 <오디티>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저 나무 인형이 아니라 공간 그 자체다. 예를 들어 장면 1-2, 1-3을 보자. 이는 올린(남자)이 다니(여자)의 집에 낯선 사람이 몰래 들어가는 걸 봤으니 잠긴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라고 설득하는 장면이다. 당연히 다니는 올린을 제대로 믿을 수가 없고 이 사람 말이 어디까지가 진짜일지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이 시퀀스에서 관객은 절대 다니의 얼굴에 주목하지 못한다. 그 뒤쪽 공간, 텅 빈 곳으로 계속 시선이 가게 된다. 뒤쪽 어디에서 올린이 말한 대로 낯선 남자가 나타나서 다니를 공격할지도 모르니까. 특히 뒤에 있는 텐트는 더욱 의심스럽게 그지없다. 하지만 감독은 관객의 이런 심리를 한 번 더 꼬아서 다니가 텐트 안에 들어갔을 때 살인마가 텐트 바깥에 나타나게 하여 이 가능성을 멋지게 배신한다.
이게 잘만 먹힌다면 굳이 호러의 원인을 설명할 필요가 없다. 예를 들어 저 나무 인형은 존재 자체로 신경 쓰이고 불길한 존재인 것이지 저게 골렘인지 저주 인형인지 그 무엇인지는 하등 중요한 것이 아니다. 저게 주술로 움직이는지 망자의 원혼이 깃든 건지 역시 마찬가지다. 무언가에 대해 설명을 한다는 것은 설명과 다른 방식으로 나아갈 가능성을 닫는 것이기도 하다.
그 반대되는 예시로 우리의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이 있겠다. 이 감독은 영화의 초중반(가끔은 후반부까지) 미스터리한 상황이 전개되는 부분까지만 해도 엄청난 서스펜스를 자랑하는데 막상 최후반부에 그 원인이 밝혀지고 문제가 해결되는 단계에서 그 동안 잘 쌓아 온 것을 말아먹는다. 예를 들어 <올드>에서 수십 배 빨리 나이를 먹는 특정 지역은 그 자체로 이해할 수 없고 무서운 대상인데 굳이 그 지역이 왜 그렇게 되었는지를 설명하면서 관객의 집중력을 그 문제의 좁은 지역에서 외부로 희석시켜 버린다. 그 지역이 특정 음모 집단의 비밀 실험에 의한 것인지, 외계인 때문인지, 거기만 중력장이 다른지 이유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래서 제목도 Oddity인 것이 아닐까. 캠브리지 사전에서는 oddity를 'someone or something that is strange and unusual'로 정의한다.(출처) 프랑켄슈타인, 드라큘라, 골렘, 고스트 이런 게 아니라 이들을 모두 포괄하는 '그 무언가'라는 것이다. 제목부터 애매모호함 투성이인 영화의 컨셉을 다소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그렇기에 <오디티>는 말하자면 '추상명사로 움직이는 공포영화'이고 이 테마가 작동할 수 있도록 러닝 타임 내내 일관적인 공기를 만들어 낸 감독의 공이 가장 크다고 할 것이다. 클래식 공포영화계에 오랜만에 보지 못했던 샛별이 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