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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흰코뿔소 Jan 26. 2021

스물여덟

https://www.youtube.com/watch?v=WWWhRVgEtIw


해가 바뀌고 요새 자꾸만 드는 생각이 있는데

스물 여덟은 뭔가 엄청 늙었다는 것이다.


스물 일곱일 때도 지금이랑 삶은 그저 똑같았다. 집, 회사, 술, 담배, 게임, 가끔 친구 만나고.


그래도 뭔가 막연한 안도감이랄까, 낭만 같은 게 있었다. '스물 일곱이면 아직 젊지', 하는. 커트 코베인도 스물 일곱에 죽었고 지미 헨드릭스도 스물 일곱에 죽었고 이상도 스물 일곱에 죽지 않았던가? 그러나 죽지 않고 나는 스물 여덟을 맞았다. 갑자기 엄청나게 늙어버린 기분이다. 내가 이렇게 말하면 누군가는 '어린 놈의 새끼가 건방지군' 하고 화를 낼지도 모르겠지만, 기분이 그런걸. 앞으로의 삶은 줄곧 지루하고 외롭고 아무 재미도 없을 것만 같다- 그런 기분이다. 친구들하고 얘기해 보니까 다들 같은 생각이더라. 스물 일곱은 그래도 괜찮았는데 갑자기 늙어 버린 느낌이라던가. 돌이켜보면 스물 넷에도 비슷한 기분이 들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서른이 되면 또 다시 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기분이 들까. 자우림의 '스물 다섯, 스물 하나'를 스물 다섯을 넘기고 처음 들었는데 그때도 뭔가 놓쳐 버린 세월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다. 요새는 '슬픔이여 이제 안녕'을 자꾸 듣는다. 스물은 스물스물 자꾸만 기어가고 사라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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