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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흰코뿔소 Oct 12. 2019

얼린 바다

1.


어디 블라디보스토크나 북해 어디 이야기가 아니라, 뭘 하나 샀다. 뭣을 샀냐면, 유튜브 광고에서 보고 혹해서 들어가봤더니 너무 이쁘더라. 이쁜 만큼 비싼, 소위 말하는 예쁜 쓰레기다. 선물용으로는 좋아 보이지만, 어쨌든 사람이 꼭 필요한 것만 사서는 도통 재미가 없는 법이니까. 각설하고.


이거다. 75천원인가 주고 샀는데 뚜껑을 돌리면 불빛도 나온다. 광고냐고? 광고비나 줬으면 억울하지나 않지.


2.


바다를 나는 좋아한다. 무슨 말을 해야 하나, 드넓고, 평화롭고(적어도 해변에서 봤을 때는), 푸르고, 고요하고, 잔잔하고. 언젠가는 바다가 우리 모두를 덮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그나마 덜 죄스러워진다. 언젠가 다가올 벌을 받는다는 생각으로, 구원이자 징벌을 기다린다.


바다를 순간으로 얼려 보존한다는 건 기상천외하면서도 대범하고 또 오만한 아이디어라 생각했다. 작은 병 안에 조개껍데기도 진주도 수초도 금방이라도 살아 움직일 것만 같이 아기자기하게 배치되어 있다. 살아 움직이지는 않지만.


만약 우리가 살아남는다면 후손에게 보여 주고 싶다. 움직이지는 않지만 네 손 안에, 이 작은 통 안에 바다가 있단다, 그 바다에는 생명이 살았단다.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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