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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흰코뿔소 Oct 15. 2019

프레스터 존

먼 옛날에 십자군 전쟁이 끝나고 나서, 기독교도들과 이슬람교도들이 한참을 투닥거리고 있을 때,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기독교도들이 '저 악마같은 무슬림 놈들이 문명사회를 집어삼키려 한다'고 와들와들 떨고 있을 때,

한 소문이 들려오기를, '머나먼 동방에 프레스터 존이라는 대왕이 있어서, 하느님의 군세를 이끌고 이교도들을 처부순다'고 하길래 만민은 만세삼창을 외쳤으나, 사색이 된 무슬림들은 '야 이 등신같은 놈들아, 니들은 무사할 것 같니?'라고 외쳤으니 이 대왕이라는 프레스터 존과 그의 군세는 하루에도 몇백리를 말잔등에서 바람처럼 내달려 저항하는 곳엔 풀뿌리 하나 남기지 않았던 극악무도 용맹무쌍한 몽골군이었음이라, 실로 역사의 착각은 재미있다. 서유럽도 개작살이 나지 않은 것이 그네들 입장에선 반대로 신의 축복이었을 것이다.


인간은 실로 오만 착각 속에 산다. 크건 작건 간에, 이 착각은 좋으면 좋은대로 가지만 나쁘게 끝나는 경우가 월등히 많으니 아무쪼록 매사 신중하여 경계하는 자세로 살아야 할 것이다. 아니, 오히려 이게 더 큰 착각을 불러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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