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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흰코뿔소 Dec 16. 2019

위선과 멸망 - 툰베리와 트럼프


1.


90년대에 어린 시절은 보낸 이라면 누구나 가슴 한구석에 무의식적인 공포를 지니고 있다. 빙하는 녹아내리고, 공기는 사 마셔야 하며, 대기는 갈수록 뜨거워져 대지는 물에 잠길 것이다. 환경 글쓰기, 사생대회, 포스터와 표어 만들기를 통해 우리는 그러한 공포를 내재화해 왔고, 바야흐로 2020년, 불길한 예언은 마침내 실현되어 눈앞에 펼쳐지는 판이다.


'나는 분리수거도 열심히 하고, 하라는대로 물이랑 전기도 아껴 썼는데!'


소용없다. 당신이 얼마나 환경 보호에 힘썼다 해도 먹다 남은 피자와 피자 상자와 건전지와 형광등과 맥주캔을 죄다 봉지에 처넣고 버리는 미국인 때문에 지구는 망할 것이다. 아니면 중국. 아니면 인도. 아니면 제3세계의 국가 때문에.


뭐, 그들을 탓할 일은 아니다. 소위 선진국들이 단물 빨 것은 죄다 빨아 놓고 이제야 발전 좀 해보려는데 지구를 보호합시다! 환경을 보호합시다! 하면 좀 어이가 없긴 할 테니까.


2.


툰베리라는 스웨덴의 한 꼬마가 타임 지 올해의 인물로 선정되었다고 한다. 트럼프는 다소 노골적으로 꼬마를 비꼬았고. 세간의 의견도 갈리는 것 같다. '정작 네가 탄 기차는 100% 화석연료를 통해 생산된 전기로 운행되었어.' '네가 쓰는 종이컵부터 내려놓고 말하시지.' '학교 째고 놀러만 다녔는데 세상이 우러러봐주니 아주 기분이 좋지?' 등등.


우스운 일이다.


상당수의 비판은 꼬마의 나이 때문에 생략되었을 것이다. 아니, 오히려 반대일까?


누군가를 비판할 수 있는 정당성은 어디에서 오는가? 많은 이들은, 심지어 아주 오랜 옛날부터 이어져 온 주제지만, 선과 악을 놓고 토론해 왔다. 위선은 선인가? 위악은 악인가? 방관은 악인가. 정의는 악인가, 혹은 선인가.


선은 가장 위에 있다. 위악은, 때로는 어중간한 선보다 나을 때가 있다. 위선은 때로 악에 버금간다. 방관은 때로 위선 혹은 악이다. 그러나,


행위 없는, 노력 없는, 이해하려는 시도 없는 조롱은 악보다 더 나쁘거나 위험하다. 조롱은- 적어도 내 생각엔-열등감, 질투, 불편함, 이기심, 배알꼴림, 어떤 조롱의 대상이 위선이라면 잘은 모르겠지만.


3.


유사 이래 인류는 어떤 멸절에 대한 하나의 의식을 공유해 왔는데, 이를테면 흑사병이나 몽골의 침략, 앙골모아 대왕(이말년에 따르면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마야 달력 따위가 그렇다.


다행스럽게도- 반대인가?-인류는 그 때마다 살아남았는데, 이번에는 아닐 것 같다. 빙하가, 유사 이래 단 한번도 녹은 적 없던 빙하가 녹았단다. '역사상 반복되던 해빙기가 지금 찾아온 것 뿐이오. 지구 온난화 따위는 없어요.' 그래, 좋다 이거다. 어쨌든 해안가에 사는 인간은 죄다 잠겨 죽을 것이다.


살아남은 인간은 또 무엇인가, 누구인가를 찾아 증오하고 비꼬며 조롱할 것이다. 그게 인류의 본성이라면, 누가 주는 벌인지도 모르겠지만 멸절은 응당 찾아올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직은 우리는 살아 있다.


그러니 어떤 신념을, 신념에서 우러나온 행위를 그렇게까지 고깝게 보지는 말자. 우리의 끝이 정해져 있다 한들 우리는 싸울 것이고 그것이 황당한 소리지만 인간의 여러 본성 중의 하나이며, 우리를 인간이라 부를 수 있는 행동이라 생각한다. 눈을 돌리더라도 다른 사람의 믿음을 깎아내리지는 말자.


나는 언젠가 세상이 잠길 때, 해안가에 서서 저무는 석양과 사라지는 땅을 바라볼 것 같다. 그게 내가 하지 않은 일에 대한 속죄이리라. 자기파괴적이구나, 누군가는 말할지도 모른다. 네가 하지도 않은 일 때문에 그렇게 되는 건데, 억울하지도 않아? 아니다, 오히려 내가 할 용기가 없었기에 그렇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어차피 죽고 나면 억울함도 뭣도 느낄 수는 없을 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afWnZIDLVJ4&feature=emb_title


Humanity's a failed experiment

walking the path to extinction

spinning its wheels endlessly

grease them with oil

and uranium

인류는 실패한 실험

멸망의 길을 걷고

끊임없이 바퀴를 돌리며

석유와 우라늄으로 기름을 친다


Humanitiy's a failed experiment

walking the path to extinction

인류는 실패한 실험

멸망의 길을 걷도다


The earth will shake and the waters will rise

the elements reclaim what was taken

what was taken

땅은 흔들리고 물은 치솟으리

폭풍우는 빼앗긴 것을 돌려받으려 하네

빼앗긴 것을


The skyline is set ablaze

with regret

ashes cover a falling

silhouette

The city will reap what it's sewn

and ignite

watching as the city burns tonight

스카이라인은 후회에 불타고

무너지는 윤곽을 재가 덮는다

도시는 뿌린대로 거두고 불타리라

오늘밤 도시가 불타는 것을 바라보네


Blindly consuming mass manufactured faith

mankind is a festering parasite

relentlessly draining its host dry

nailing belief to a cross of genocide

대량생산된 믿음을 맹목적으로 소비하는

인류는 짓무르는 기생충

가차없이 숙주를 말려버리고

학살의 십자가에 믿음을 못박네


The elements reclaim what was taken

what was taken

폭풍우는 빼앗긴 것을 돌려받으려 한다

빼앗긴 것을


The skyline is set ablaze

with regret

ashes cover a falling

silhouette

The city will reap what its sewn

and ignite

watching as the city burns

Tonight

스카이라인은 후회에 불타고

무너지는 윤곽을 재가 덮는다

도시는 뿌린대로 거두고 불타리라

오늘밤 도시가 불타는 것을 바라보네


Only after the last tree's cut

and the last river poisoned

only after the last fish is caught

will you find that money cannot be eaten

마지막 나무가 베어지고

마지막 강물에 독을 풀고

마지막 물고기가 잡히고 나서야

그제야 돈을 먹을 수는 없다는 걸 깨달을 텐가?


When everything becomes irrelevant

When the sky tears open

fire rains down, fire rains down

the 4th world comes to an end

push the button, light the match

feel the fault lines detach

crosshairs in the evening light

I sit and watch the city burn


Tonight

모든게 더이상 상관없어지고

하늘이 찢어져 열리면

불꽃이 비처럼, 비처럼 쏟아지겠지

제 4세계는 막을 내리고

버튼을 눌러 성냥을 켜

단층이 찢어지는 것이 느껴지고

저녁 빛 속에 불타는 십자선

나는 앉아 불타는 도시를 바라본다


오늘밤


The city burns tonight

오늘밤 도시가 불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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