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90년대에 어린 시절은 보낸 이라면 누구나 가슴 한구석에 무의식적인 공포를 지니고 있다. 빙하는 녹아내리고, 공기는 사 마셔야 하며, 대기는 갈수록 뜨거워져 대지는 물에 잠길 것이다. 환경 글쓰기, 사생대회, 포스터와 표어 만들기를 통해 우리는 그러한 공포를 내재화해 왔고, 바야흐로 2020년, 불길한 예언은 마침내 실현되어 눈앞에 펼쳐지는 판이다.
'나는 분리수거도 열심히 하고, 하라는대로 물이랑 전기도 아껴 썼는데!'
소용없다. 당신이 얼마나 환경 보호에 힘썼다 해도 먹다 남은 피자와 피자 상자와 건전지와 형광등과 맥주캔을 죄다 봉지에 처넣고 버리는 미국인 때문에 지구는 망할 것이다. 아니면 중국. 아니면 인도. 아니면 제3세계의 국가 때문에.
뭐, 그들을 탓할 일은 아니다. 소위 선진국들이 단물 빨 것은 죄다 빨아 놓고 이제야 발전 좀 해보려는데 지구를 보호합시다! 환경을 보호합시다! 하면 좀 어이가 없긴 할 테니까.
2.
툰베리라는 스웨덴의 한 꼬마가 타임 지 올해의 인물로 선정되었다고 한다. 트럼프는 다소 노골적으로 꼬마를 비꼬았고. 세간의 의견도 갈리는 것 같다. '정작 네가 탄 기차는 100% 화석연료를 통해 생산된 전기로 운행되었어.' '네가 쓰는 종이컵부터 내려놓고 말하시지.' '학교 째고 놀러만 다녔는데 세상이 우러러봐주니 아주 기분이 좋지?' 등등.
우스운 일이다.
상당수의 비판은 꼬마의 나이 때문에 생략되었을 것이다. 아니, 오히려 반대일까?
누군가를 비판할 수 있는 정당성은 어디에서 오는가? 많은 이들은, 심지어 아주 오랜 옛날부터 이어져 온 주제지만, 선과 악을 놓고 토론해 왔다. 위선은 선인가? 위악은 악인가? 방관은 악인가. 정의는 악인가, 혹은 선인가.
선은 가장 위에 있다. 위악은, 때로는 어중간한 선보다 나을 때가 있다. 위선은 때로 악에 버금간다. 방관은 때로 위선 혹은 악이다. 그러나,
행위 없는, 노력 없는, 이해하려는 시도 없는 조롱은 악보다 더 나쁘거나 위험하다. 조롱은- 적어도 내 생각엔-열등감, 질투, 불편함, 이기심, 배알꼴림, 어떤 조롱의 대상이 위선이라면 잘은 모르겠지만.
3.
유사 이래 인류는 어떤 멸절에 대한 하나의 의식을 공유해 왔는데, 이를테면 흑사병이나 몽골의 침략, 앙골모아 대왕(이말년에 따르면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마야 달력 따위가 그렇다.
다행스럽게도- 반대인가?-인류는 그 때마다 살아남았는데, 이번에는 아닐 것 같다. 빙하가, 유사 이래 단 한번도 녹은 적 없던 빙하가 녹았단다. '역사상 반복되던 해빙기가 지금 찾아온 것 뿐이오. 지구 온난화 따위는 없어요.' 그래, 좋다 이거다. 어쨌든 해안가에 사는 인간은 죄다 잠겨 죽을 것이다.
살아남은 인간은 또 무엇인가, 누구인가를 찾아 증오하고 비꼬며 조롱할 것이다. 그게 인류의 본성이라면, 누가 주는 벌인지도 모르겠지만 멸절은 응당 찾아올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직은 우리는 살아 있다.
그러니 어떤 신념을, 신념에서 우러나온 행위를 그렇게까지 고깝게 보지는 말자. 우리의 끝이 정해져 있다 한들 우리는 싸울 것이고 그것이 황당한 소리지만 인간의 여러 본성 중의 하나이며, 우리를 인간이라 부를 수 있는 행동이라 생각한다. 눈을 돌리더라도 다른 사람의 믿음을 깎아내리지는 말자.
나는 언젠가 세상이 잠길 때, 해안가에 서서 저무는 석양과 사라지는 땅을 바라볼 것 같다. 그게 내가 하지 않은 일에 대한 속죄이리라. 자기파괴적이구나, 누군가는 말할지도 모른다. 네가 하지도 않은 일 때문에 그렇게 되는 건데, 억울하지도 않아? 아니다, 오히려 내가 할 용기가 없었기에 그렇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어차피 죽고 나면 억울함도 뭣도 느낄 수는 없을 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afWnZIDLVJ4&feature=emb_title
Humanity's a failed experiment
walking the path to extinction
spinning its wheels endlessly
grease them with oil
and uranium
인류는 실패한 실험
멸망의 길을 걷고
끊임없이 바퀴를 돌리며
석유와 우라늄으로 기름을 친다
Humanitiy's a failed experiment
walking the path to extinction
인류는 실패한 실험
멸망의 길을 걷도다
The earth will shake and the waters will rise
the elements reclaim what was taken
what was taken
땅은 흔들리고 물은 치솟으리
폭풍우는 빼앗긴 것을 돌려받으려 하네
빼앗긴 것을
The skyline is set ablaze
with regret
ashes cover a falling
silhouette
The city will reap what it's sewn
and ignite
watching as the city burns tonight
스카이라인은 후회에 불타고
무너지는 윤곽을 재가 덮는다
도시는 뿌린대로 거두고 불타리라
오늘밤 도시가 불타는 것을 바라보네
Blindly consuming mass manufactured faith
mankind is a festering parasite
relentlessly draining its host dry
nailing belief to a cross of genocide
대량생산된 믿음을 맹목적으로 소비하는
인류는 짓무르는 기생충
가차없이 숙주를 말려버리고
학살의 십자가에 믿음을 못박네
The elements reclaim what was taken
what was taken
폭풍우는 빼앗긴 것을 돌려받으려 한다
빼앗긴 것을
The skyline is set ablaze
with regret
ashes cover a falling
silhouette
The city will reap what its sewn
and ignite
watching as the city burns
Tonight
스카이라인은 후회에 불타고
무너지는 윤곽을 재가 덮는다
도시는 뿌린대로 거두고 불타리라
오늘밤 도시가 불타는 것을 바라보네
Only after the last tree's cut
and the last river poisoned
only after the last fish is caught
will you find that money cannot be eaten
마지막 나무가 베어지고
마지막 강물에 독을 풀고
마지막 물고기가 잡히고 나서야
그제야 돈을 먹을 수는 없다는 걸 깨달을 텐가?
When everything becomes irrelevant
When the sky tears open
fire rains down, fire rains down
the 4th world comes to an end
push the button, light the match
feel the fault lines detach
crosshairs in the evening light
I sit and watch the city burn
Tonight
모든게 더이상 상관없어지고
하늘이 찢어져 열리면
불꽃이 비처럼, 비처럼 쏟아지겠지
제 4세계는 막을 내리고
버튼을 눌러 성냥을 켜
단층이 찢어지는 것이 느껴지고
저녁 빛 속에 불타는 십자선
나는 앉아 불타는 도시를 바라본다
오늘밤
The city burns tonight
오늘밤 도시가 불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