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흰코뿔소 Dec 27. 2019

아버지에게

21 Pilots - Pantaloon


https://www.youtube.com/watch?v=lBRW9Mvh6Io

Your grandpa died when you were nine

They said he had lost his mind

You have learned way too soon

You should never trust the pantaloon

네가 아홉 살 때 할아버지가 죽었지

사람들은 할배 머리가 돌아 버렸다고들 했어

너는 너무 빨리 알아 버렸어

판탈룬을 믿으면 안 된다는 것을


Now it's your turn to be alone

Find a wife and build yourself a home

You have learned way too soon

That your dad is now the pantaloon

이젠 네가 홀로 될 차례

아내를 맞아 가정을 꾸리고

너는 너무 빨리 알아 버렸어

이젠 네 아버지가 판탈룬이라는 것을


You are tired, you are hurt

A moth ate through your favorite shirt

And all your friends fertilize

The ground you walk

Lose your mind

넌 지치고 또 상처받았네

제일 좋아하는 셔츠는 좀이 슬어 버렸고

모든 친구들은

네가 걷는 땅에 거름을 치네

그러니 돌아 버려


He's seen too many stare downs

Between the sun and the moon in the morning air

How he used to hustle all the people

Walking through the fairgrounds

He's been around so long he's changed his meaning of a chair now

해가 뜨고 달이 뜨고 아침 공기를 마시면서

그를 깔보는 수많은 시선을 보았네

품평회장을 지나며

사람들에게 얼마나 오랫동안 시달렸는지

살다 보니 의자의 뜻도 바뀌어 버렸어


Because a chair now,

Is like a tiny island in the sea of all the people

Who glide across the very surface that made his bones feeble

The end can't come soon enough but is it too soon?

Either way he can't deny he is a pantaloon

이제 의자란 것은

사람들의 바다에 뜬 작은 섬 하나야

의자를 타고 수면 위를 가로지르면 뼈가 시리지

이렇게도 늦게 끝이 온다니, 아니, 너무 빠른가?

어쨌든 그가 판탈룬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지


You are tired, you are hurt

A moth ate through your favorite shirt

And all your friends fertilize

The ground you walk

Lose your mind

너는 지치고 또 상처받았네

제일 좋아하는 셔츠는 좀이 슬어 버렸고

모든 친구들은

네가 걷는 땅에 거름을 치네

그러니 돌아 버려


You like to sleep alone

It's colder than you know

'Cause your skin is so

Used to colder bones

It's warmer in the morning

Than what it is at night

Your bones are held together by your nightmare and your frights

너는 혼자 자기를 좋아하지

생각보다 더 추워

이미 피부는 더 찬 뼈에

익숙해졌기 때문이야

그래도 밤보다는 

낮에 더 따뜻하지

악몽과 공포에 뼈를 잔뜩 옹송그렸으니까


You are tired, you are hurt

A moth ate through your favorite shirt

And all your friends, they fertilize

The ground you walk

So lose your mind

너는 지치고 또 상처받았네

제일 좋아하는 셔츠는 좀이 슬어 버렸고

모든 친구들은

네가 걷는 땅에 거름을 치네

그러니 돌아 버려



Pantaloon


명사


1. [pl.] (19세기의) 남성용 바지

2. [pl.] 바지, 판탈롱

3. [P~] (옛 이탈리아 희극의) 말라깽이 노인; (현대 무언극의) 늙은이 광대


아버지는 할아버지를 싫어했다. 할아버지는, 전에 언젠가 썼던 소설에서도 잠깐 이야기했던 것 같은데 기인이라고밖에는 말할 수 없었다. 괴팍한데다 아침 대신 소주 한 병과 삶은 계란 몇 개를 부엌에서 조용히 먹었고, 무섭게 닳아 늙은 데다가 할머니와는 아무런 얘기도 하지 않았다. 사시사철 마루에서 주무셨으며 억센 사투리가 나는 무서웠다. 술과 담배로 연명하며 농사를 짓다 그는 죽었다.


아버지는 할아버지를 싫어했다. 장례식에서도 우는 모습은 보지 못했던 것 같다.


나도 아버지를 썩 좋아하지는 않는다. 아니, 정정하자면 그리 친하지 않다고 해야 할까. 아빠는 나를 무서워한다. 친아들에게 쓸 수 있는 표현인지는 모르겠지만, 본인 말로 그랬으니까. 성격도, 말투도, 사상도 모두 다르니 나는 언제나 무언가를 걸고 넘어가고 아빠는 신경질 좀 그만 부리라면서 슬슬 피하는 판이다. 대판 싸운 적도 여러 번이지만, 이제 와서는 아무래도 좋다 싶다. 내일 모레 예순이 다 되어가는 양반을 바꾸는 것은 60년에 가까운 세월로도 불가능한 일이었으니. 


그런데 무서운 점은 우리가 점점 닮아간다는 것이다. 생김새도, 성격도, 인정하기는 싫지만 머리가 빠지는 것도. 가끔 아빠의 행동거지에서 할아버지가 보이고, 무심코 한 내 행동에서 아빠가 보이는 것이다.


판탈룬. 한심하고 지친 늙다리 광대. 광대가 입는 고쟁이. 사시사철, 냉골 방에 들어앉아 멍하니 술을 마시거나 담배를 피우면서, 의자에 앉아 멍하니 불을 쬐는 광대.


새삼 돌이켜보면 할아버지도, 아빠도 어떤 삶을 살았는지 잘 모르겠다. 들려준 적도 없었고 물은 적도 없었으니까. 


요새는 퇴근하고 나면 들은 적 없는 삶에 대해서 생각한다. 겨울이라 방은 차갑지만 두툼하게 옷을 껴입으면 따뜻해진다. 발을 씻고 편한 바지로 갈아입고 나면 컴퓨터 앞에 앉아 아무 생각 없이 유튜브로 노래를 듣는다. 8시쯤 되면 뒤늦게 핸드폰으로 무언가를 시켜 입에 밀어넣고 맥주를 사 한 병을 비우고 침대에 기어 들어가 잠이 든다. 집에 간 지도 꽤 되었다. 아빠는 은퇴했고, 셔츠는 비유가 아니라 구멍이 날 정도로 오래 입었다. 돈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좋아하는 셔츠라 못 버리겠단다(이것도 내가 마음에 안 드는 점 중 하나지만).


나는 어쨌든 서울에서 살아남고 있다. 츄리닝 바지에 구멍이 뚫릴 때까지는 버텨야겠지, 하고 생각한다. 


대학 사서 직에서 은퇴한 그는 이제 홀로 음성으로 가 기타 교습소를 열었다. 손님이 많이 왔으면 좋겠다. 판탈룬은 노래를 하고 재주를 부릴 때 정말 멋있으니까. 




작가의 이전글 위선과 멸망 - 툰베리와 트럼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