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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흰코뿔소 May 01. 2020

살인자들

https://www.youtube.com/watch?v=KnzJtm6h9SE&feature=emb_title

아무도 찾지 않는 골목의 - 애초에 이곳을 고른 이유가 그것이었다 - 작은 사무실에서는 백열 전구가 고통을 호소하며 빛나고 있었다. 윙,윙,윙. 먼지가 잔뜩 얹은 책상에 가득 쌓인 돈을 힘겨이 비추며.


200만 달러. 요즘 같은 시절에는 보기 드문 광경이다. 많은 돈이었지만, 모여든 살인자들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첫째, 그들의 본업은 은행강도였으며, 둘째, 살인자라는 호칭은 아직까지 낯설었기 때문에.

누더기가 담배에 불을 붙였다.

연기가 오르자 걸레와 돼지와 피스톨이 그것을 바라보았다. 피스톨은 열렬한 혐연론자였다. 무심코 버린 꽁초에 꽁무니를 잡힌 적이 한 번 있었기 때문이다. 

'담배 꺼, 씨팔놈아.'

누더기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담배 끄라고.'

돼지가 땀 냄새를 풍기며 넉살 좋은 웃음을 지으며 피스톨을 달랬다. 자자, 좋은 게 좋은 거잖아? 그러나 모두가 돼지를 혐오했고, 살인자라는 호칭을 얻게 된 지 얼마 되지는 않았으나 - 알다시피, 뭐든지 일단 한번 해보고 나면 쉬워지는 법이니까 - 그를 죽이고 싶어했다. 살가죽을 벗기고, 땀샘마저 모두 갈아 돼지 먹이로 주어 버리면 얼마나 좋을까!

눈깔이 길게 찢어지고, 볼은 움푹 들어가 꼭 뱀을 연상케 하는 걸레가(왜 그의 별명을 뱀으로 짓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누더기는 잠시 담배를 입에서 떼었다) 조용히 손을 들었다. 

'여기가 의사당인 줄 알아? 병신 새끼, 지랄하고 앉았네.' 피스톨이 빈정거렸다. 그러나 오늘은 피스톨의 모든 말이 무시당하는 날이었다.

'어쩔거야?' 쉿쉿거리며 걸레가 말했다.


'어쩔거야, 라니?'


'돈 어쩔 거냐고. 짭새가 사방에 붙었는데.'


'내가 알 바냐, 개새끼야, 그러니까 왜 총을 들고 설쳐. 약 작작 빨랬지.'

걸레가 피스톨을 째진 눈으로 바라보았다.

'뭘 봐, 씨팔. 뭘 보냐고.'


'자자, 진정들 해.'


주둥이에서 새어나오는 악취와 헐떡거리는 숨소리와 덩치에 걸맞지 않는 새된 목소리에 마침내 참지 못한 누더기가, 주머니에 넣어 두었던 권총을 꺼내 돼지의 대가리를 날려 버렸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두개골 안에 들어 있던 무언가가 우스울 정도로 한심한 소리 - 픽! - 하고 땅바닥에 흩뿌려졌다.


총을 닦으며 누더기가 조용히 뇌까렸다.

'200만 나누기 3 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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