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흰코뿔소 May 04. 2020

외모

한강 기행


자신의 외모에 100% 만족하는 사람은 매우, 매우 드물 것이다. 잘생기고 못생겼다는 개념은 물론 절대적이지만 상대적인 것이니까. '이왕이면'이나 '요것만'이나 '나는 왜'로 시작하는 문장을 거울 앞에서 몇 번이나 뇌까렸을지. 나만 해도 그런 부분은 몇 군데나 있다. 이왕이면 4cm만 더 컸으면 좋을 텐데. 나는 왜 코가 이리 길고 뒤통수는 이리도 튀어나와 머리를 어떻게 깎아도 꼴보기가 싫을까. 요 광대만 조금 낮고 볼에 살만 더 쪘으면 좋을 텐데.


당연히 고칠 수 있는 부분은 많다. 돈으로 고치든 노력으로 고치든 간에. 삐쩍 마른 것은 운동을 하면 될 일이고, 볼이 움푹 들어간 것은 지방을 주사하든가 하면 될 일이고, 광대는 뭐 수술을 해서 깎든지. 또 사람은 꾸미면 꾸미는 대로 나아지는 법이라, 양복을 입은 내 모습은 꽤나 마음에 든다.


그런데 어쨌든 나는(전에 다른 글에서 한번 말했던 것 같은데) 굉장히 체념적인 인간이라, 나를 다른 사람처럼 취급할 때가 왕왕 있다. 말인즉슨 질투나 시기가 들더라도(안 그런 사람이 있을까?) '뭐, 그런 거지.' 하며 대충 넘어간다는 뜻이다. 결론적으로 나는 나와 꽤나 사이좋게 지내고 있다. 거울을 볼 때 잘생겨 보일 때도 있고 못생겨 보일 때도 있고, 옷을 사러 갈 때 괜스레 주눅이 들고, 잘생기거나 예쁜 사람들 앞에서 일부러 냉소적으로 변하거나 잠자코 술만 마실 때도 있지만 뭐 그네들에게도 나름대로 고충은 있을 거라 생각한다. 이런 체념적 정서가 귀찮음으로 이어져 외모에 관해 별 노력을 안 쏟는 것은 썩 좋은 일은 아니라 생각한다마는.


지난주에 J와 마스크를 꽁꽁 쓰고(중요) 기타를 들고 한강에 나갔다. 누군가 봐 줬으면 하던 생각이 들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내 기타는 너무도 작고 귀여워서 어차피 소리는 남들에게 들리지도 않았을 테다. 구석지고 한가한 곳에 강을 바라보며 앉아 맥주를 마시며 목이 터져라 노래를 부르고 왔다. 그리고 오늘 J가 사진을 보냈는데-


<인터넷의 적폐세력 이모티콘>

아-따, 더럽게도 못 생겼다 소리부터 나오더라.


그래도 누구보다도 환하고 신나게 웃고 있어서 마음에 들었다. 어쨌든 그때 즐거웠으면 된 일이다.

작가의 이전글 살인자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