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밍글희 Sep 07. 2019

다큐프라임-아파트 중독, 소심한 문제제기의 아쉬움

노력한 티가 나지만 소심했던 문제 제기와 부족했던 끈기


1. 아파트라는 소재
지금도 이 글을 아파트에서 쓰고 있는 나처럼 한국 사람의 대부분은 아파트에 산다. 대중적으로 아주 흔한 소재를 다큐의 소재로 삼았다. 다큐는 총 3부작인데 1,2부는 아파트라는 익숙한 공간을 낯설게 바라보게 하면서 문제를 제기한다. 1부는 한국 사회의 급속한 발전 탓에 획일적인 형태로 아파트가 제공됐고 그로 인해 구성원의  공간 활용에 어울리지 않는 공간을 지적한다. 건축가가 신기한 가구를 통해 솔루션을 제시한다. 2부는 공간의 역사성을 설명하면서 각국의 아파트를 소개하고 한국의 아파트에 쌓이지 않는 시간을 아쉬워한다. 마지막으로 3부는 사람들이 바라는 주거공간을 통해 한국 사회의 심리를 분석한다. 아파트라는 공간은 익숙하지만 공간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지 않는 문화에서 충분히 새로운 다큐였다.

2. 돋보이는 모션그래픽의 활용
아파트가 소재이다 보니 건물에 대한 설명이 많았다. 아파트를 카메라로 촬영한 화면이 나오다가 그대로 그것이 모션그래픽 상으로 옮겨진 모습, 모션 그래픽 안에서 쌓아 올려지는 새로운 건물이 자주 등장한다. 확실히 다큐와 같이 정보가 많이 전달돼 지루해지기 쉬운 장르에서는 효율적인 설명을 위해 빠르고 눈이 즐거운 모션그래픽을 적절히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겠다. 다만 촬영에서 아쉬웠던 지점들이 편집으로 열심히 메꿔진 느낌

3. 더욱 과감했으면 좋을 문제 제기 
2부의 내용이 특히 그러하다. 2부는 공간의 역사성을 이야기하면서 프랑스 , 중국, 한국의 아파트를 비교한다. 파리의 아파트는 거주자들이 공간에 애정을 갖고 있다. 시간이 흐르지만 공간을 그대로 뒀거나 새로 짓더라도 이전의 건물과 조화를 이루는 방식으로 지어졌다. 그에 반해 중국은 급속한 산업 발달로 인해 생겨난 상태가 안 좋은 쪽방의 거주형태를 조망한다. 이외에도 소개된 동네는 아이를 위한 동네라며 야심차게 건설되었지만 주위와의 교류를 고려하지 못해 낙후된 동네가 된 점을 지적하며 잊지 말아야 하는 요소라고 지적한다. 공간의 역사성을 지키면서 오래된 것을 보존하는 방식으로 미래의 발전을 취하는 게 어떨지를 말하고자 했던 것 같은데  한국의 공간에 대한 문제 제기가 소심했고 주된 주장을 헷갈리게끔 하는 다른 취재 (ex. 중국의 쪽방)가 있었다.

한국의 공간에 더욱 과감하게 문제 제기를 하고 파리를 대조적으로 보여주는 정도가 어땠을지. 그리고는 쌓이지 못하는 시간 외에도 한국공간이 가진 다른 문제점 : 단지 안에서만 이뤄지는 생활을 제기하였다면 그것이 왜 교류를 고려하지 못한 공간인지에 대한 추가 설명이 필요했다. 물론 다른 나라의 아파트도 고립되어 생활을 구축하기는 했지만 한국의 아파트에서는 단지 내 생활에 꽤 잘 이뤄지는 상황에서 과연 적절한 문제의식이라고 사람들이 받아들였을까? 그리고 한국에도 중국과 마찬가지로 산업 발전으로 인한 주거빈곤이 심하므로 쪽방촌과 같은 실제 삶을 다뤘다면 더 정돈되고 깔끔한 영상이 가능했으리라 생각한다. 방송국밖에 못하는 질 높은 해외 사례 취재를 해두고 한국에 대한 문제 제기의 정도가 너무 약해서 문제와 해결방안 제시인지 눈치를 잘 못 채겠다.

+그리고 2부에서와 같이 한국 상황의 문제 제기 이후에 해결방안이 항상 해외 사례 제시 정도에서 멈추는 게 아쉽다. 물론 해외 사례를 벤치마킹할 수는 있지만... 매번 같은 포맷... 다른 해결방안 모색의 방식은 없을까?

4.  철저한 사전조사는 완성도 높은 다큐를 만든다!
3부는 살고 싶은 공간을 그려보라고 한 다음 크게 두 가지 한국인의 열망을 발견한다. 자연 그리고 안전. 자연은 보편적으로 제시되는 욕망인 반면 안전은 어린아이들일수록 더욱 강하게 표현되는데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한국 사회의 상황을 알려주는 지표라고 한 마디씩 던진다. 둘 다 새롭고 꽤나 신기한 포인트여서 구경거리로서 볼 수는 있지만 안전에 대한 이야기가 굉장히 그냥 시대 진단식으로 제시되어서 주제와 잘 맞는지는 갸우뚱했다. 보다 더 깊이 있는 취재가 있었으면 좋을 걸 피상적으로 안전에 더 예민해진 사회다 정도로만 끝났다.

다큐가 아무래도 모든 걸 사전에 계획하고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촬영 후에 편집하면서 flow가 잡혀 내용이 완전히 정돈될 수는 없다. 하지만 더욱 철저한 사전조사가 있더라면 더욱 깔끔하고 완성도 높은 다큐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전문가의 인터뷰는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 전문가가 지식을 말로 전달하는 것 외에 지식을 취득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가? 덜 설명하고 더 느끼게 하는 것...

작가의 이전글 2018 넥스트 저널리즘 스쿨 메모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