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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왓챠 WATCHA May 28. 2020

Reflection, 내가 나를 돌보는 방법

뮬란(1998)

음악을 통해 영화를 보다


다른 디즈니 영화에 비해 비장하고 묵직한 분위기. 그래서일까 <뮬란>은 그 당시 중학교 1학년이었던 나에게 그닥 흥미롭지 못했던 관심 밖의 만화영화였다. 늘 '밝고 유쾌하고 웃긴'이라는 단어들과 함께했던 만화영화가 꽤나 비장한 톤 앤 매너로 등장한 것이다. 진지하고 비장한 만화영화라니. 어린 시절의 나에겐 그저 생소한 조합, 약간은 지루해 보이는 딱 그 정도의 영화였다.


<뮬란>이라는 애니메이션을 알게 된 것은 영화 OST덕분이었다. 그렇다.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노래, 크리스티나 아길레라의 “Reflection”을 통해서다. 11살의 꼬마였던 나는 이 노래를 참 좋아했다. 몇 곡 알지도 못하는 팝송, 그 중에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가사를 외우고 있는 팝송은 손에 꼽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이 노래였다. 일주일에 3번씩 가던 노래방에서 매일 부르던 나의 18번 곡이자, 늘 흥얼거리던 그런 노래.


어른이 되어 보는 만화영화


그리고 수 년이 흐른 지금에서야 나는 다시 <뮬란>을 본다. 1998년에 만들어졌다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세련된 그림체와 모던한 색채. 웅장한 음악과 그에 걸맞는 애니메이션 기법. 거기에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해가는 여성의 모습이라니. 수 년이 흐른 지금에서야 '뮬란'이라는 인물에게 반하고 만다.


특히나 제일 좋아하는 장면은 뮬란이 아버지 대신 전쟁에 참가하기로 마음먹고 직접 칼로 긴 머리를 자르고 집을 뛰쳐나가는 장면이다. 사회적으로 요구하던 성 고정관념을 깨고, 스스로 삶을 개척해 나가는 뮬란의 당당함과 단호함이 내 마음을 크게 흔든다. 그 당당함과 단호함을 가지기까지의 고민. 사회적 자아와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자아가 충돌하며 고뇌하는 모습이 그대로 드러난 노래가 바로 “Reflection”이다. 수 년이 흐른 지금에서야 내가 왜 이 노래에 끌렸는지 알게 된 것이다.



어른이 되어 듣는 어린 시절 18번곡

"But somehow I will show the world

What’s inside my heart

And be loved for who I am

하지만 언젠가 난 세상에 보여줄 거예요.

내 본래의 모습을

그리고 내 자신 그대로 사랑받는 내 모습을”

-Christina Aguilera, Reflection 중-


어린 시절 나의 모습을 다시 돌아보면, 지금의 내가 왜 이런 모습을 하고 있는지 여러가지 단서를 찾을 수 있다. 어른이 되어 다시 찾아 들은 <뮬란>의 OST “Reflection”이 그랬다. 중학교 1학년 나의 18번곡은 지금의 내가 왜 타인이 정해준 삶이 아닌 스스로 만들어가는 주체적인 삶을 그리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알게 해준다. 


무려 11살. 세상에 대한 탐색으로 아직은 자아에 대한 탐색은 시작조차 하지 못했을 그 때의 내가 따라 부르던 노래.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가사를 외우고 흥얼거리던 노래. 그 노래 가사 속에 숨어있던 진짜 의미를 그 당시엔 몰랐을지라도 이 노래를 부르고 흥얼거리던 수많은 시간을 통해 노랫말 속 담겨있던 단어와 문장들은 내 가슴 한 켠에 각인처럼 새겨졌을 테다. 



Reflection. 거울에 비친 나의 모습을 뜻하는 단어이자 ‘반성’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자기 자신의 상태나 행위를 돌아보는 일. 내가 나의 감정, 나의 행동, 나의 의미를 다시 되짚어 보는 것을 말한다. 어릴 적엔 ‘반성’이라는 단어가 사회적 혹은 도덕적으로 옳지 않은 일을 했을 때 하는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이제, 진정한 반성이란 거울에 비친 나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그 모습에 따라 나로서 살아가고 있는지 바라보는 것이라는 걸 깨닫는다.


내 안에 없는 것을 남에게 줄 수 없다. 타인이 원하는 모습으로 살아갈 순 있지만 그렇다면 아마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조금 천천히 느리게 간다 하더라도 내가 가진 모습 그대로 걸어가는 것. 잘 다듬어진 포장 도로가 아닌 한 발자국 한 발자국 논두렁으로 나만의 길을 만들며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것. 누가 어떻게 본다 하더라도, 내 안에서 우러나오는 나의 감정을 따르며 진정한 행복을 누리며 살아가는 것. 어떤 삶이 나를 위한 삶인지 1998년의 여성인 ‘뮬란’이 우리에게 말하고 있다.



뮬란, 지금 보러 갈까요?


채자영 / 스토리디렉팅그룹 필로스토리 대표


이야기의 힘을 믿는 '스토리 덕후'입니다. 7년 째 기업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메시지화하여 전달하는 국문학도 기획자이자, 못생기고 귀여운 것을 좋아하는 쾌락주의자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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