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왓챠 WATCHA Aug 17. 2019

잠 안 오는 여름밤엔 EDM 영화!
위 아 유어 프렌즈

위 아 유어 프렌즈 (2015)

잠 안 오는 여름밤은 여느 불면의 밤과는 조금 다르다. 일단 덥고, 더우니까 시원한 맥주라도 한 잔 들이키면서 여유를 즐길라치면 갑자기 나타나는 모기 때문에 순간 긴장. 고요한 다른 밤과 달리 텐션이 올라가게 되는 불면의 여름밤. 


영화나 한 편 보고 잘까 싶어서 스트리밍 사이트를 기웃거리는데 참 이상하다. 다르덴 형제, 미하넬 하네케, 짐 자무시... 거장의 좋은 영화들을 위시 리스트엔 잔뜩 넣어 놨는데 이런 밤엔 왠지 모르게 손이 가지 않는다. 그래

서 이런 여름밤 보게 되는, 눈과 귀가 시원한 영화. 


‘위 아 유어 프렌즈’

이 영화는 참 뻔하고 뻔하다. 고졸의 미국의 20대 남자 청년들이 클럽 호객을 하거나 부동산 불법 투기와 관련된 전화 아르바이트를 하며 하루 하루 사건 사고를 일으키며 살아가다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 싶어서 꿈을 찾아보려 한다는 그렇고 그런 청춘 영화. 


어디선가 봤던 것 같은 스토리들이 여기 저기 짜깁기 돼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참고 봐 줄 수 있는 건 다른 청춘영화와 달리 눈이 가는 ‘힙’한 요소들이 있기 때문이다.  


귀를 시원하게 해주는 EDM 사운드 

이 영화의 남자 주인공은 EDM DJ를 꿈꾼다. 지금껏 가수, 영화배우, 억만장자, 작가 이런 직업들을 꿈꾸는 남자 주인공은 많이 봐왔지만 EDM DJ를 꿈꾸는 남자 주인공은 흔치 않았다. 물론 이 영화가 개봉한지 몇 년 지났기 때문에 EDM DJ라는 직업이 지금 그때만큼 ‘힙’하지 않을 수 있겠지만 여전히 영화의 주인공으로는 잘 등장하지 않는 설정이다. 이런 설정 때문에 영화 내내 시원한 EDM 사운드를 즐길 수 있다. 


적어도 주연을 맡은 잭 애프론은 오글거리지 않을 정도로 디제잉 장면을 자연스럽게 연기한다. 남자 주인공이 파티에서 사람들을 춤추게 하기 위해 필요한 음악의 빠르기(BPM)를 설명하는 장면에선 각 음악 장르별 BPM에 대한 화면이 나오면서 사람들의 이해를 돕는다.

레게가 60BPM 하우스 뮤직 110-130BPM 하드코어 뮤직이 195BPM이라면 이 영화에서 사람들의 심장을 뛰게 하는 BPM은 120BPM이라고 설명하는 식이다. 이 영화를 보게 되면 EDM을 잘 모르더라도, EDM의 어떤 부분이 사람들을 끄는지 간적접으로 느낄 수 있다. 


눈을 사로잡는 감각적인 화면

이 영화에선 EDM이 영화의 주요한 키워드인 만큼 EDM과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파티, 클럽, 술과 같은 젊음의 놀거리들이 대부분의 장면에 등장한다. 거기에 빠르게 흐르는 EDM 비트처럼 감각적으로 넘어가는 화면과 가끔 등장하는 재기발랄한 장면들에 스토리의 엉성함마저 잊게 된다. 


남자 주인공이 파티에서 우연히 마약을 하게 되고 환각을 경험하는 장면에선 그림들이 살아 움직이는 것 같은 착각을 느끼는 그의 시선이 화면에 그대로 투영된다. 

환각의 끝, 모든 사람과 사물이 완전히 애니메이션처럼 바뀌는 모습에서 주인공의 환각을 고스란히 화면으로 느낄 수 있다.  


일상의 소리들을 통해 비트를 하나씩 만들고 그 비트를 조합해서 좋은 곡을 만들어내는 설정도 등장하는데 사실 이 설정 또한 어딘가에서 봤음직한 장면이긴 하다. 하지만 지퍼 올리는 소리, 친구의 목소리 같은 소리들이 쌓이면서 하나의 음악이 되는 장면은 소리와 함께 시각적 쾌감을 준다. 


대리 일탈 

영화 속 청춘들은 내내 대책 없이 파티나 다니고 하루하루를 즐기면서도 공허함과 괴로움에 시달린다. 그걸 보는 뒷맛이 덜 씁쓸한 건 영화가 ‘청춘’으로 그런 모습을 포장하기 때문이다. 이 부분이 불쾌할 수 있지만 이 영화를 두고 청춘이 어떻고 저쩌고 하는 건 의미가 없다.

여자 주인공을 좋은 학벌을 갖고도 부자 남자에 기생하는 캐릭터로 만든 것도, 오로지 술 여자 돈 이런 것들에 환장하는 남자 캐릭터들을 통해 그런 환상을 더 키우는 설정들도, 개연성이 다소 부족한 전개도, 하다못해 제목이 ‘위 아 유어 프렌즈’ 라는 것도 낮에 정신이 말똥말똥 할 때 생각해보면 납득이 안 간다. 


하지만 EDM 클럽에 가서 몸을 흔들어 보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면, 비뚤어지고 싶지만 너무 올곧게 살고 있다면 이 영화를 보며 잠시 대리일탈을 경험할 수 있다. 


지금의 청춘이 EDM이라면 그 다음은? 

이 영화가 ‘청춘’의 음악 키워드로 선택한 게 EDM일 만큼 음악 좋아하는 젊은 사람들은 EDM에 친숙하다. 록밴드가 유행하던 시절은 이미 옛날 취급을 받는다. 록페스티벌도 록 밴드 라인업만으로는 꾸려지기 힘들만큼 힙합과 EDM이 빠르게 부상했다.


지금의 청춘이 EDM이라면 그 다음 청춘의 음악 장르는 무엇이 될까. 


무엇이 되든 분명한 건 또 다시 그 음악이 흐르는 이런 영화들이 만들어 질 것 이라는 것. 그리고 무엇인가에 잔뜩 취해 있는 공허한 청춘들이 등장하겠지. 


그런 먼 훗날의 여름밤이 오면, 나는 거장들의 좋은 영화를 스킵하고 또 이런 영화를 맥주를 들이키며 보고 있을 것 같다. 어떤 밤에는 조금 유해하고도 무용한 나만의 길티 플레져 같은 영화가 필요하니까. 



이 영화, 지금 보러 갈까요?


최유빈

KBS 라디오 PD


매일 음악을 듣는게 일 입니다. 0시부터 2시까지 심야 라디오 '설레는 밤 이혜성입니다'를 연출하고 있어요.





매거진의 이전글 전설은 네 시간만에 탄생했다, 사형대의 엘리베이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