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미래를 이야기하며 현재를 살아가는 법

프란시스 하(2012)

by 왓챠 WATCHA

현재를 살아가고 있지 못하다고 느꼈다. 나는 분명히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하지 않았다. 나는 그저 과거를 회상하거나 미래를 그리는 데에만 존재했다. 지금의 나는 그저 미래를 향해 가고 있는 아직, 완성되지 않은 존재되기 이전의 나였다. 지금의 나는 너무 초라하기에 지금의 나를 나로서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미래에 살고 있었다. 어쩌면 그래서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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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점심 먹을 돈이 부족해 편의점에서 간단한 빵과 우유로 끼니를 때웠다. 어떤 날은 친구에게 점심값을 빌리고 은행에 가서 돈을 뽑아주려 했는데 잔액이 부족했다. 같이 은행에서 대기표를 뽑고 기다려준 친구에게 너무 미안했다. 멋쩍게 다음 주에 주겠다고 했다. 그 친구는 웃으며 괜찮다고 했다.


하지만 내 마음은 괜찮지 않았다. 또 어떤 날은 학교에 가기 위해 광역 버스를 타야 했는데 잔액이 부족했다. 그날은 뭐랄까, 정말이지 눈물이 차올라 내 눈앞에 있는 모든 광경이 여울져 보였다. 비현실적이었다. 학교를 가야 하는데, 갈 수 있는데 갈 수 없었다. 그날 처음으로 멀리 있는 아빠에게 전화를 걸어 용돈을 보내 달라고 말했다. 너무 간단했다. 그 간단한 일을 왜 그동안 하지 않았는지 스스로 원망스러울 정도였다. 하지만 나는 결국 그날, 학교에 가지 못했다.


그래도 좋았다. 나는 열심히였고 또 꿈을 향해 가고 있었다. 하루하루 성장하는 그 느낌이 좋았다. 오늘보다 내일, 내일보다 내일모레 더 나아질 나의 모습이 기대됐다. 그렇게 한 발자국씩 아주 느리게 나만의 자리를 만들어갔다. 그 시간은 남들보다 힘들었을지언정 그만큼 단단하게, 그만큼 간절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힘들 때마다 미래에 대해 이야기했다. 어떤 삶을 살고 싶다고, 어떤 일을 하고 싶다고, 어떤 것들을 사랑하고 좋아하며 생을 보내고 싶다고 끊임없이 이야기했다. 그 이야기는 마치 주술 같았다.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하자면 나는 정말 그렇게 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가끔은 미래에 사는 것이 더 좋을 때가 있다. 모두 현재를 살라고 말하지만 나는 그러지 못했다. 아니 그럴 수 없었다. 지금의 나는 내가 원하는 내 모습이 아니었다. 나는 그저 미래를 희망하며 하루하루를 묵묵하게 걸어 나가고 있었다. 아직은 그 어떤 명확한 능력도 실력도 만들어지지 않은 나에겐 그 방법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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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많은 사람만 예술을 할 수 있다는 뉴욕에서 홀로 가난하게 예술을 하려는 프란시스 하. 그녀는 가장 친한 친구, 소피와 함께 그들의 미래에 대해 말하는 것을 좋아했다.


"Tell me the story us."


프란시스는 소피 옆에 딱 붙어 조르는 말했다. 출판사에 다니는 소피는 마치 소설처럼 프란시스에게 그들의 꿈에 대해 마치 실제로 일어난 일처럼 말해주었다. "우린 세계를 접수할 거야." 기대에 부푼 미소로 조금은 허황된 표정으로 우리의 꿈에 대해 말하는 시간. 꿈을 향해 나아가는 사람들에겐 이 시간이 얼마나 소중하고 또 중요한지. 아마 꿈이 없는 사람은 알지 못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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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 없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왜 자신의 삶에 대해 자신의 미래에 대해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을까, 궁금했던 적이 있다. 그런데 이제 와 생각해보니 그 사람들은 현재가 좋은 것이다. 그냥 현재처럼 살아가도 아무런 불편함이 없는 것이다. 그러니 더 나아갈 미래도 더 좋아져야 할 명분도 없는 것이다. 그 당시 나는 어쩌면 그런 사람들을 부러워했는지도 모른다. 노력하지 않아도 지금으로도 충분히 좋은 상태. 간절하게 무언가를 바라지 않아도 이미 손에 쥐어져 있는 상태.


모든 게 불확실한 날이면 미래를 생생하게 말해보자. 지금은 모든 것이 불확실하지만 나의 미래만큼은 확실하게 믿어보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것뿐이다. 스스로를 믿어주고 또 그만큼 노력하는 수밖에.



프란시스 하, 지금 보러 갈까요?


채자영 / 스토리디렉팅그룹 필로스토리 대표


이야기의 힘을 믿는 '스토리 덕후'입니다. 7년 째 기업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메시지화하여 전달하는 국문학도 기획자이자, 못생기고 귀여운 것을 좋아하는 쾌락주의자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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