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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왓챠 WATCHA Aug 03. 2020

이 영화의 오류와 왜곡에 대해 이야기할 때가 되었다

귀향(2015)



무시무시한 고정관념

이것은 일본 극우파나 아베 류와의 관계가 아닌 오직 우리들만의 이야기이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혹은 성노예제의 문제. 그것들에 관하여 우리는 어떤 통념을 가지고 있을까. 얼마 전 이용수 할머니의 발언은 사람들을 당혹케 했다. 


‘정신대와 위안부는 다릅니다.’


으응? 정신대가 뭐지? 아.. 같은 거 아니었어? 


따져보면 이 정도 수준이 아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우리는 얼만큼이나 정확히 알고 있고 깊이 있게 분노하고 있을까. 대부분의 통념은 역사적 사실과 거리가 있다. 특히, 영화를 통해 형성된 이미지란 아무리 비판을 해도 쉽사리 고쳐지지 않는다. 말이나 글보다 영상이 훨씬 빠르고 인상적으로 뇌리에 남기 때문이다.


어떻게 소녀들은 위안부가 되었을까. 소녀? 1991년 김학순 할머니의 증언을 끝까지 들어보면 의외의 이야기가 나온다. 모여 있는 사람 중 본인이 가장 어렸고 당시 나이는 17세. 우리가 통상 15세 정도 혹은 15세 이하의 ‘청초한 소녀’를 상상하는 것에 비해 20대 여성들의 숫자는 많았고 일반적이었다. 


20대라고 상황이 바뀌나? 전혀 아니다. 문제는 쌓여온 통념, 영화 <귀향>을 통해 반복적으로 생성된 이미지와 현실이 다르게 배치되었을 뿐이다. 더구나 소녀라는 이미지는 지극한 ‘순결함’을 은유하는, 젠더 이데올로기적인 성격이 강하다. 영화 <귀향>에서의 여성들은 그러한 강요받은 순결함, 일제라는 낯선 남성들에게 강제로 욕보임을 당해 ‘순결을 잃어버린’ 불쌍하고 안타까운 그래서 한국 남성들의 민족적 공분을 일으킬 수밖에 없는 모양으로 구조화되어 있다.


예고편부터 틀린, 영화 <귀향>

어떻게 끌려갔을까. 영화 <귀향>은 예고편에서부터 잘못된 통념을 영상으로 만들었다. ‘군에 의한 강제 연행’. 신기하게도 아베를 비롯한 일본 극우파는 말을 항상 이렇게 한다.


‘군에 의한 강제 연행은 없었습니다.’


없다는 말은 틀렸지만 적어도 강제 동원의 과정에서 ‘군의 직접적인 무력적 위협과 겁박’에 의해 위안부가 된 경우가 적었다는 것은 역사적 사실이다. 대부분이 일자리 알선에 의한 취업 사기였다. 차분히 생각해보자. 농촌 사회에서 동리마다 누가 살고, 누구 집이 어떤지를 훤히 아는 상황에서 군인들이 직접 찾아와서 총부리로 위협을 하며 15세 이하의 소녀들을 강제로 끌고 간다? 만약 그런 식으로 동원이 진행된다면 이후 상황은 어떻게 될까. 


위안부로 강제 동원된 여성이 추산치로 최소 5만, 통상 20만 명을 이야기하는데, 그중에 절반 이상이 조선인일 텐데 이렇게 무식한 방식으로 목표치를 달성할 수나 있었을까? 더구나 일본 내무성이나 군 관련 문서에도 이런 식의 동원 방법을 주의하며 알선 업자를 섬세하게 선별하여 유괴의 모양을 띄지 않게 신중하기를 지침으로 삼았다.


여성문제야, 이 문제는 여성문제!

그리고 하나 더! 여기서 중요한 갈림길이 생긴다. 누가 이 무지막지한 취업 사기에 당했을까. 그냥 여성들? 그럴 리가. 가난한 집 여성, 가정불화가 심한 여성, 배움에 대한 욕구가 있는 여성들이 대부분이었다. 이 또한 초기 위안부 연구에서 쉽사리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다. 집이 잘살고, 가족이 화목하고, 원하는 만큼 배움과 출세의 욕구를 채울 수 있다면 왜 만주 일대까지 가야만 했을까. 일본군 위안부 문제, 성노예제 문제는 단순한 반일의 문제가 아니라 식민지 조선의 계급, 계층 문제 그리고 여성 문제의 성격이 뒤섞여 있다는 점이다. 


슬쩍 살펴보아도 영화 <귀향>은 역사적 사실과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다. 부실하기 짝이 없는 연출력, 남성의 시각에서 지나치게 시각화되는 여성들의 성적 억압과 물리적 고통 등등. 작품의 여러 심각한 문제에 관하여 당시 일본군 위안부 연구자, 여성학자를 비롯한 전문가들은 몰랐을까? 알면서도 그때 그들은 왜 침묵하고 있었을까.


일반적인 영화라면 결코 각광받지 못했을 작품에 관하여 이제라도 복기할 필요가 있다. 역사적 관심이든 영화 비평적인 시각에서든 말이다.



귀향, 지금 보러 갈까요?


심용환 / 역사학자, 작가


역사N교육연구소 소장이자 성공회대 외래교수입니다. <단박에 한국사>, <헌법의 상상력> 등 깊이와 재미를 고루 갖춘 작품을 쏟아내고 있죠. <KBS 역사저널 그날>, <MBC 타박타박 세계사>, <굿모닝FM 김제동입니다> 등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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