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 무브먼트에도 기준이 있나?
자사 무브먼트가 범용 무브먼트보다 더 비싼 이유는 무엇인가?
자사 무브먼트 또는 인하우스 무브먼트는 말 그대로 시계 회사에서 자체적으로 생산한 무브먼트를 일컫는 말이다. 이와 반대의 개념의 무브먼트는 범용 무브먼트로, ETA나 셀리타(Sellita) 같은 무브먼트 전문 회사에서 제작해 여러 시계 브랜드에 공급하는 무브먼트를 칭한다.
자사 무브먼트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시기는 2000년대 후반으로, 세계 최대 무브먼트 공급사였던 ETA가 2003년 범용 무브먼트인 에보슈(Ebauche, 무브먼트 제조사에서 만든 미완성 상태의 기본 무브먼트)의 공급을 제한한다고 발표한 지 약 5년의 시간이 흐른 뒤였다.
ETA로부터 에보슈를 공급받아 이를 변형하거나 별도의 피니싱 과정을 거쳐 사용하던 많은 브랜드들은 ETA의 발표 이후 셀리타, 뒤부아 데프라(Dubois-Depraz) 같은 무브먼트 제작사의 제품을 사용하거나 인하우스 무브먼트를 개발하는 두 갈래의 길을 놓고 고민했다. 이에 대부분의 하이엔드 브랜드는 자사 무브먼트를 제작하기로 결정하고 개발과 제작에 돌입했다.
무브먼트를 새롭게 디자인하고 제작한다는 일은 기본적인 능력과 함께 막대한 제작비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매우 어려운 작업이다. 때문에 각 브랜드의 자사 무브먼트는 2000년대 후반이 되어서야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했고, 이후 브랜드의 인하우스 무브먼트 발표가 속속 이어졌다.
자사 무브먼트라고 해서 모든 부품을 100% 자사에서 생산하는 것은 아니다. 스위스 메이드처럼 확실한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디자인과 생산, 조립, 검수 과정 등이 모두 자사가 소유한 매뉴팩처에서 이루어져야 인하우스 무브먼트라고 할 수 있다. 일부 하이엔드 브랜드를 제외하고는 밸런스 휠이나 나사 같은 부품은 전문 제작사의 제품을 사용하는 브랜드가 대부분이다.
인하우스 무브먼트를 장착한 시계는 일반적인 범용 무브먼트를 장착한 시계보다 가격이 비싼 편인데, 이는 인하우스 무브먼트의 제작 원가가 더 높기 때문이다. 하나의 무브먼트를 개발해서 제작하는 공정에는 매뉴팩처를 설립하는 비용부터 설비 투자, 고용 임금 등에 이르기까지 훨씬 더 많은 비용이 필요하다. 그 비용에 대한 청구서가 바로 인하우스 무브먼트를 장착한 시계라고 할 수 있다.
오늘날에는 여러 브랜드에서 1세대 인하우스 무브먼트의 정확성과 효율성, 생산성을 높인 2세대 인하우스 무브먼트를 선보이면서 범용 무브먼트와의 가격 차이도 많이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