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으로 보여줄 수 있는 거의 모든 시각적 상상력을 발휘한 단편 연작 18편. 넷플릭스 아니면 보기 어려웠을 실험. 진짜 청불. 후방주의.
제목 러브, 데스 + 로봇 (Love, Death & Robot)
제작 데이빗 핀처, 팀 밀러, 제니퍼 밀러, 조시 도넌
등급 청불
관람 넷플릭스
평점 IMDb 8.9 로튼토마토 75% 에디터 꿀잼
18편의 에피소드가 편당 길어야 17분이라 다른 시리즈물에 비하면 부담이 적은 편. 개성 강한 작품들이 옴니버스로 묶여 있어 엔딩크레딧을 건너뛰고 이어보기를 하면 음미할 틈이 없이 막 달린다는 느낌은 든다. 쉽지 않겠지만 한편씩 끊어보며 곱씹는 것도 좋은 감상법일 듯하다.
작품은 강-약-중강-약 식으로 배치돼 있다. 미국에선 넷플릭스가 시청자의 성정체성을 판단해 단편 배치 순서를 바꿨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한바탕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다.[1] 한국에서는 번호가 붙어 있으니 그런 논란의 여지는 없다.
잔인하고 폭력적인 묘사, 동성애 묘사에 거부감이 있다면 아마 1편 <무적의 소니>를 끝까지 보기 힘들 것이다. 안면을 관통해 뒤통수로 뚫고 나오는 식의 하드 고어, 노출 수위도 높은 편이다. 17분으로 러닝타임도 제법 길어 2편으로 넘어갈 때 즈음엔 심박 수가 올라간다.
황당하게도 2편 <세 대의 로봇>에선 언제 그랬냐는 듯 귀여운 로봇 세 대가 나와 멸종된 인간의 도시를 관광하며 수다를 떤다. 단, 2편이 끝날 때까지 심박수가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는다는 건 함정.
6편 <요거트가 세상을 지배할 때> 역시 요거트가 나라를 정복한다는 설정으로 진행되는 6분짜리 애니메이션으로 귀여운 축에 속한다. 16편 <아이스 에이지>도 고물 냉장고 안에서 초고속으로 문명이 발생하고 멸망한다는 발상이 참신하다. 폭력적이지도 않고.
3편 <목격자>는 시각적으로 가장 매력적인 에피소드. [2]18편을 다 본 뒤 가장 강렬하게 잔상이 남는다. CG나 작화 등 시각적인 측면에선 7편 <독수리자리 너머>, 12편 <해저의 밤>, 14편 <지마 블루>, 18편 <숨겨진 전쟁>도 수작으로 꼽힐 만하다. 나머지 작품들도 좋지만 그 보다 좋다는 의미에서다.
나머지 작품들도 각기 다른 표현과 메시지 등으로 다채로운 즐거움을 선사한다. 단, 17번 <또 다른 역사>는 설정은 신선하지만, 반복적이라 지루한 느낌. 개인 취향에 따라 호불호는 갈릴 듯하다.
단편임에도 스토리의 완결성이 높은 작품으로는 사이보그가 되어가는 구미호의 이야기를 다룬 8편 <굿 헌팅>, 탑승자 전원이 사망해 모두가 기피하는 전투기와 인간 조종사의 교감을 다룬 <행운의 13>을 꼽고 싶다.
두 작품을 포함해 시리즈 전체적으로 로봇이 인간과 동등한 존재 혹은 초월적인 존재로 그려진다. 자연 앞에서 인간중심의 오만함을 버려야 한다는 생태학적 시각이 로봇, 혹은 인공지능으로까지 확장된다. 관습의 전복, 일상과 단절하는 경험을 멋진 비주얼과 함께 적은 시간을 들여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시리즈를 볼 이유는 충분하다.
넷플릭스 US는 공식 트위터에서는 작품 배열 방식을 4가지로 나눴지만 시청자의 젠더나 인종, 성정체성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한국은 단일 순서라 <무적의 소니>가 무조건 1번이지만 미국에선 아니라는 뜻.
<목격자>의 배경은 홍콩이라고 한다. (아이디 zuneb, 익스트림무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