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최애 드라마. 순전히 팬심으로 주연 배우 데미안 루이스를 백악관 저녁식사에 초대하는 오바를 했다. 테러와 첩보를 소재로 몰입도와 긴장감, 반전까지 삼박자를 두루 갖춘 모범생 같은 미드. 오바마 믿고 정주행.
제작 하워드 고든, 알렉스 겐사
출연 클레어 데인스, 데미안 루이스, 맨디 파틴킨
등급 19세 이상
시즌 1(2011), 2, 3, 4, 5, 6, 7, 8(2019년 하반기 예정)
평점 IMDb 8.3 로튼토마토 85% 에디터 꿀잼
아프가니스탄의 테러 조직에 8년간 억류됐던 미국 해병 브로디 중사가 돌아온다. CIA의 분석 요원인 캐리는 그가 이슬람으로 개종 후 테러리스트로 전향한 위험인물이라는 의심을 품는다. 상부의 반대에도 캐리는 직감을 밀어붙이며 브로디를 감시하기 시작한다. 뛰어난 능력과 감각을 지닌 최고의 요원이지만 캐리에게도 약점은 있다. 양극성 장애를 앓고 있지만 CIA에서 일하기 위해 이를 숨기고 있는 것. 브로디는 테러리스트인가, 캐리의 집착이 빚어낸 환상인가. 테러를 막기 위한 흥미진진한 게임이 시작된다.
아래부터 스포일러 주의 !
시즌3까지의 줄거리는 돌아온 해병 브로디와 CIA 요원 캐리의 밀당으로 두 사람이 주인공이다. 하지만 시즌 4부터는 캐리 혼자 극을 끌고나간다. 그만큼 이 시리즈는 캐리가 철저히 중심이다. 캐리가 먹여살린 ‘하드캐리’ 시리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 캐리가 주인공 호감 캐릭터로 매력이 넘쳐서? 그 반대다. 캐리는 비호감이라 매력적이다.
캐리처럼 짜증나는 캐릭터도 흔치 않다. ‘도대체 얘 왜 이래?’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아무리 양극성장애라지만 모든일에 제멋대로이고, 도통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다가 회마다 빼놓지 알고 징징대고 오열한다. 캐리역을 맞은 클레어 데인즈의 큰 이목구비가 마구 접히는듯 우는 장면은 '캐리의 울음' 짤방이 만들어질 정도다. 미국의 인기 코미디 포르그램인 SNL에 출연한 할리우드 배우 앤 해서웨이가 캐리의 울음을 패러디(확인하고 싶다면 여기)하기도 했다.
그녀의 연애 행각은 더 황당하다. 브로디를 테러리스트라고 의심하면서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다가 갑자기 그와 애정행각을 벌인다. 뭐지, 이 로맨스로 급전환되는 분위기는? 그러다 갑자기 안색을 확 바꾸곤 ‘너 테러리스트지?’라고 몰아세운다. 또 언제그랬냐는듯 연인모드로 돌아가고 그러다 또 의심하고… 이 정도면 정말 병이다. 시즌4에선 순수한 테러리스트의 조카를 꼬드겨서 사지로 내몬다.
캐리역을 맡은 클레어 데인즈의 열연은 비호감 캐릭터에 매력을 불어넣었다. 약기운이 떨어지면 격렬하게 깜빡이는 눈과 속사포처럼 알 수 없는 이야기를 쏟아내는 모습은 압권. 그녀는 철저히 그녀만의 방식으로 아파하고, 사랑한다. 그러니 정상적인 사고로는 이해하기 어려울 수밖에.
시즌3까지 브로디와 캐리의 이야기는 긴장감 넘치게 펼쳐진다. 제작진과 시청자의 밀당도 잘 짜여진 각본과 연출로 표현된다. 가령 브로디가 아침마다 창고에서 몰래 알라신께 기도를 올리는 장면에서 시청자는 그가 테러리스트일지도 모른다는 암시를 얻는다. 따지고보면 8년의 억류기간 동안 기독교에서 이슬람교로 개종했다는 사실일 뿐인데도 말이다. 어쩌면 편견을 이용한 일종의 심리적 장치인 셈. 이런 장치가 극 전반에 두루 배치됐다.
시즌4부터는 전반부 남자 주인공인 브로디가 나오지 않는다. 본시리즈처럼 무대가 세계로 확장된다. 파키스탄과 독일 등에서 새로운 테러리스트가 등장하고, 캐리가 이들과 일촉즉발의 대결을 이어나간다. 시즌6에선 미국 여성 대통령 엘리자베스 킨의 등장으로 정치스릴러적 요소도 가미된다. 시즌3까지만 보고 끊어도 좋고, 아예 시즌4부터 시청을 시작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전반부와 후반부의 연결고리가 상대적으로 느슨하다.
재밌는 사실은 이야기의 무대나 등장인물만 바뀌는 게 아니라 작품의 시각도 미세하게 뒤집힌다는 점이다. 시즌3까지 캐리와 그녀의 상관 사울 등 CIA 사람들은 정의의 수호자로 그려진다. 아랍세계의 테러리스트들은 당연히 불의 편이다. 철저한 미국 중심주의 노선과 반아랍 코드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하지만 시즌4부터는 캐리가 무슬림을 위한 민간 재단에서 일을 하고, 미국 중심 외교정책을 비판하는 기조로 흘러간다. 미국과 아랍을 분열시키려는 이스라엘 정보국(모사드)의 비열한 면모도 보여준다.
이유가 있다. 원래 이 시리즈의 원작은 이스라엘에서 2009년부터 방영된 <Prisoners of War>다. 작품의 각본을 맡은 지던라프 역시 이스라엘인이다. 그의 작품은 종종 아랍에 대한 왜곡이나 과장된 묘사가 등장한다는 논란이 있었다. <홈랜드>는 시즌3까지 원작의 내용을 중심으로 끌고 가다 시즌4부터 자체적인 각본으로 전개된다. 톤의 드라마틱한 변화가 생겨난 이유다.
비호감 매력 캐릭터 캐리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만 그녀 하나만으로는 설득력이 약하다.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주인공이 모든 걸 직감과 운으로 해결할 수는 없는 노릇. 그래서 비틀거리는 캐리를 꽉 잡아주는 2명의 남자가 있었으니, 캐리의 상관인 사울과 캐리와 썸만 타다 비극적인 결말에 다다르는 퀸이다.
사울은 캐리가 유일하게 믿고 따르는 상관이자 멘토다. 캐리와는 아버지와 딸처럼 세상 다정해보이지만, 폭발하면 서로 쌍욕을 주고받기도 한다. 그의 존재로 인해 <홈랜드>는 첩보물스럽게 흘러간다. 정보 요원으로 잔뼈가 굵은 사울은 협박과 포섭의 달인. 테러리스트나 적국 정보국 요인을 다그치다가 슬슬 구슬려서 이중 스파이로 삼는다. 이중 스파이는 첩보물의 긴장감을 불어넣는 보증수표다.
퀸은 캐리 주변을 맴도는 비운의 캐릭터다. 순애보도 이런 순애보가 없다. 미드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독특한 캐릭터. CIA와 일하는 비밀 암살요원으로 묵묵히 말없이 캐리를 돕는다. 작전 중 아이를 쐈다는 죄책감에 다크한 기운이 가득하고 말수가 없다. 훌쩍 캐리 곁을 떠났다가 몸도 마음도 다친채 다시 캐리 앞에 나타난다. 퀸에게 생긴 심각한 장애 역시 캐리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되지만 원망하지 않는다. 묵묵히 그녀 곁을 또 지킬 뿐. 이런 바보.
<왕좌의 게임>이나 <브레이킹 배드>만큼은 아니지만 <홈랜드> 역시 못지 않은 흥행 성적을 거두고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괜히 오바마가 오바한 게 아니다). 2012년 에미상에서 최우수 드라마,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등 6개 부분을 쓸어담았다. 이듬해 골든글로브에서도 베스트 드라마상은 물론 남녀 주인공인 클레어 데인즈와 데미안 루이스가 각각 남여주연상을 휩쓸었다.
2008년 시즌1이 시작된 이래 <홈랜드>는 지난해 시즌7까지 방영된 상태다. 안타깝게도 넷플릭스와 왓챠플레이에서는 시즌 6까지만 시청할 수 있다. 올해 하반기 현지에서 마지막 시즌인 8이 방영될 예정이다. 시즌7가 스트리밍될 날이 머잖았다는 이야기다.
<홈랜드> 제작진과 주연 배우 클레어 데인즈는 실제 CIA 요원 출신으로부터 자문을 받았다.
극중 캐리의 이름은 원래 클레어였다. 클레어 데인즈가 배역을 맡으면서 캐리로 변경됐다.
오바마 전 미 대통령은 2012년 3월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당시 총리와의 백악관 만찬에 <홈랜드> 주연배우이자 영국인인 데미안 루이스와 그의 아내 헬렌 맥크로리를 초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