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보디가드>의 케빈 코스트너는 이제 잊어라. 더 치명적이고 매력적인 주인공 버드가 나타났다. 액션과 로맨스, 스릴러까지 잘 버무려진 종합선물세트들 들고서. 같은 제목 다른 느낌의 재미에 빠져들 시간.
제목 보디가드
연출 토마스 빈센트
각본 제드 머큐리오
주연 리차드 매든, 킬리 호스
등급 19세 이상 관람방법 넷플릭스
평점 IMDb 8.2 로튼토마토 94% 에디터 꿀잼
영국 경찰 데이비드 버드는 비번인 날 아이들과 함께 기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다 테러 위험을 감지한다. 자살폭탄 조끼를 입고 있는 히잡 쓴 여성을 발견한 것. 남편의 강요로 극단적 선택을 한 여성은 겁에 질린 표정이다. 버드는 가까스로 여성을 설득해 사건을 무사히 해결한다. 이 성과로 그는 내무부 장관인 줄리아 몬타구의 경호원으로 발탁된다. 운명의 장난일까. 군인 출신 버드는 아프가니스탄 파병 경험으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아내와는 별거 중이다. 그런데 경호를 맡게된 몬타구는 해외 파병에 앞장서온 보수 강경파 정치인이다. 두 사람의 위태로운 동행은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될까.
버드가 몬타구를 경호하는 동안 초등학교 테러, 몬타구 총격 미수 등 사건이 연이어 벌어진다. 언뜻 개별적으로 보이지만 모두 씨줄과 날줄처럼 엮여있고 그 속엔 배신과 음모가 가득하다.
버드가 테러를 막아낸 것도, 몬타구의 경호원이 된 것도 모두 잘짜여진 음모의 각본이었다.버드가 사건의 내막을 파악해가나는 과정을 시리즈 후반부까지 술술 따라갈 만큼 몰입도가 괜찮다.
시리즈를 본 후 귓가에 ‘맘~’ 소리가 맴돌지도 모른다. 버드 경사가 내뱉는 중독성 있는 대사다. 버드의 상관인 로레인 크레독 총경과 몬타구가 모두 여성이기 때문에 이들과 대화는 예외없이 모두 ’맘‘으로 끝난다. 감사해도 맘, 기분 나빠도 맘, 아무 의미 없이 대화를 끝날 때도 맘. 번역자의 센스로 “감사합니다” “알겠습니다” “물러가겠습니다” 따위의 적절한 의역이 가미돼 소소한 재미를 준다.
2017년에만 영국에서는 4차례의 테러가 발생해 수십명이 사망했다. 드라마속 몬타구는 연이은 테러에 수사확대법안을 밀어붙인다. 테러리스트를 색출하기 위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사생활을 국가가 적극적으로 모니터한다는 내용이다. 안전이라는 공동선을 위해 프라이버시 침해는 불가피한가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진다. 이 질문은 영국인들의 현실에 제기된 것이기도 하다.
로맨스가 없는 스릴러는 무미건조하긴 하다. 하지만 이 로맨스에도 어느정도 개연성이 필요하다. <보디가드>가 가장 약한 부분이 바로 이 로맨스의 개연성이다. 일개 경찰인 버드와 내무부장관 몬타구는 신분과 나이를 초월한 사랑에 빠져든다. 그러기에 더 설득력있게 애정전선이 깔렸어야 했다.
그런데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않을 것처럼 미묘한 갈등을 벌이던 몬타구와 버드는 갑분로(갑자기 분위기 로맨스)에 빠져든다. 총격 미수 사건으로 죽을 뻔한 몬타구가 버드에게 의지하면서 훅 사랑이 피어난다. ‘경호나 잘하는 게 네 일’이라고 일갈하던 몬타구의 갑작스러운 유혹은 당혹스럽다. 그런 몬타구의 마음을 덥썩 받아들이는 버드의 행동도 마찬가지.
몬타구는 대학강연에서 테러를 당한다. 몬타구의 동선과 일정이 누군가에 의해 노출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버드는 테러범이라는 오해를 받는다. 하지만 테러에 사용된 폭탄이 열차에서 폭탄조끼를 입고 있던 나디아가 제작한 것이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남편의 강요로 테러에 가담했다는 나디아의 주장은 거짓인 셈.
테러범이란 오해를 받는 것도 억울한데, 버드는 어느순간 자살폭탄 조끼를 입고 런던 한복판에 서게 된다. 이 거대한 음모는 누가 꾸민 것일까. 시즌1에서 버드의 상관인 크레독 총경의 연루는 확실히 드러난다. 몬타구와 함께해온 각료들도 뭔가 석연치 않다. 하지만 윗선의 배후는 암시만 할뿐 어디까지 연루된 건지 확실치 않다. 시즌2를 위한 떡밥이겠다.
BBC에서 방영된 보디가드는 시즌 1 피날레의 시청자가 자그마치 1700만 명으로 집계됐다. 2002년 집계를 시작한 이래 최고 수치다.
주연 배우인 리처드 매든은 이 작품으로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