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한 주부들이 범죄에 빠져드는데, 그 이유가 가정을 지키기 위해서다. 검은 돈은 돈대로 벌고, 애는 올바로 키워야 하는 딜레마를 헤쳐나가는 과정이 만만치 않다.
제목 굿 걸스(The Good girls)
제작 제나 밴스
출연 크리스티나 헨드릭스, 매니 몬타나, 메이 휘트먼, 레타
시즌 1~2
평점 IMDb 7.9 로튼토마토 80% 에디터 꿀잼
각자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위기에 봉착한 세 여자 베스(크리스티나 헨드릭스), 루비(레타), 애니(메이 휘트먼)가 마트 털이에 나선다. 딱 한번만 털면 가족의 문제도 해결하고 평범한 엄마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거다. 그런데 뜻대로 될까.
한 번만 털고 제자리로 돌아오면 드라마가 안 된다. 당연히 꼬인다. 마트는 무사히 털긴 털었는데 질 나쁜 남자에게 꼬리가 밟히고, 하필이면 훔친 돈이 갱들의 것이었다. 경찰에겐 안 걸렸지만 갱들에게 이자까지 쳐서 갚아야 할 상황.
평범한 주부(베스), 가난한 워킹맘(루비) 혹은 이혼녀(애니)들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또 다른 범죄에 빠져든다. 그 과정에서 제일 변신이 두드러진 게 세 여자의 보스격인 베스다.
아이를 넷이나 낳은 평범한 주부. 남편은 부하직원이랑 놀아나고 게다가 사업 한다고 진 빚으로 집까지 날릴 위기. 베스는 마트 털이로 빚을 털고, 새 인생 살고 싶지만 신용카드 하나 자기 이름으로 만들기 어렵다. 주부로만 살아왔으니 말이다. 그런데 의외로 범죄에서 적성을 발견한다.
베스 역의 크리스티나 헨드릭스는 가슴 크기로 유명한 모델 겸 배우다. 40대 중반의 풍만하다 못해 다소 넘친다 싶은 몸매의 소유자. 누가 봐도 선량한 시민일 것 같은 이미지를 십분 활용해 갱단의 하청 사업에 뛰어든다.
베스에게 몇 번이나 총구를 들이댄 갱단 두목 레오(매니 몬타나). 목에 문신을 한 이 남자, 보면 볼수록 섹시하다. 베스를 점점 더 큰 판에 뛰어들도록 조련시키는 역할도 맡는다. 처음엔 위험해 보이는데, 나중엔 절대 주인공을 해치지 않을 거라는 이상한 신뢰감을 시청자에게 준다.
베스와 레오 사이의 야릇한 긴장감이 시즌1 내내 이어진다. 목소리와 억양, 눈빛과 표정이 역대급. 위험한 남자, 나쁜 남자에 끌리는 건 덜 성숙했다는 의미라는데 쩝. 시즌 2에선, 스포일러하기 싫으니 직접 보시라.
애니는 베스의 여동생이다. 10대 때 낳은 세이디를 두고 전남편과 양육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 마트 캐셔로 일하는 가난한 형편에다 수시로 사고를 치는 철없는 엄마라 아이를 뺏길 가능성이 높다.
사고뭉치인데 뭔가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다. 악질 상사 부머에게 시달리고,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은 누구보다 크고, 생각이 단순해서 유쾌하고, 기본적인 심성이 착한 사람이라서일까.
루비는 베스와 오랜 절친. 똑똑한 딸을 뒀는데, 신장 이식 수술을 받아야 하는데다 그때까지 버티기 위한 치료비만 월 1000만원 꼴. 사설 경비원 남편 몰래 마트 털이로 약값을 마련한다. 물정 모르는 남편은 하나님이 주신 기적인 줄 아는데, 옆에서 보고 있으면 속이 터진다.이들 부부는 흥이 넘치고 쿵짝이 잘 맞아 세 가족 중에선 가장 궁합이 잘 맞는다.
가족을 지키기 위해 돈은 벌어야겠고, 범죄의 구렁텅이에 빠지지만 정체성은 아직 갱보다는 주부에 가까운 세 여인. 아이들과 가정을 돌보느라 자신의 삶을 잃어버린 공허함, 혹은 돈을 버느라(범죄를 수행하느라) 아이들을 소홀히 하는 순간 이들이 느끼는 죄책감이 잘 표현된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엄마들 인생은 도긴개긴 같다. 그래서 비록 이들의 주업이 범죄가 돼버리긴 하지만, 묘하게 공감이 간다. 착한 주부 노릇에서 벗어나지만 그렇다고 가부장제 틀에서 벗어나는 것도 아니라는 건 한계. 그런데 주인공들이 40대 중년임을 생각하면 지극히 현실적인 설정인 듯도 하다.
미국은 저렇게 범죄 저지르기가 쉬운 나라인가, 싶을 정도로 경찰이건 FBI건 허술하다는 것도 흔한 범죄 드라마와는 다른 지점이다. 이 작품의 메인 장르는 코미디임을 명심하고 보면 그럭저럭 용서가 된다.
시즌2까지만 나왔기 때문에 정주행 부담도 적다. 다만, 시즌3 기다릴 생각을 하면 아찔하다. 아무튼 재미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