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연예계가 마약으로 요동친다. 대형 기획사 YG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들의 이름이 오르내리더니 급기야 양현석 총괄 프로듀서가 물러났다. 하지만 한국 가수들의 마약 스캔들은 유구한(?) 전통을 자랑하는 미국 음악신에 비하면 새발의 피다. <더 더트>는 그중에서도 끝판왕격인 이들, 머틀리크루의 삶을 다룬 영화다.
애당초 이 영화는 작품성이나 스토리 따위를 염두에 둔 작품은 아니다. 80년대 메탈 좀 들었던 락키즈들을 위한 영화랄까. 지금은 배 나오고 팔ㆍ다리 가늘어진 중년이 됐지만 한때 헤비메탈을 들었던 이들에게 젊은 시절의 아련한 추억을 소환해준다.
물론 그 추억은 유독 미국적인 것이긴 하다. (국내선 유독 동시대에 활동했던 본조비, 건즈앤로지스, 스키드로의 인기가 높았다). 잦은 노출과 노골적인 성묘사, 마약 흡입 장면이 불편하다면 추천하지 않는다.
올초에 개봉한 보헤미안 랩소디의 엄청난 성공으로 음악영화 제작이 줄을 잇고 있다. 영화 ‘킹스맨’ 시리즈의 주연으로 열연한 태런 에저튼은 엘튼 존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 ‘로켓맨’도 나왔다.
이런 영화의 특징은 철저히 ‘음악’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 싱어롱 상영관에서 떼창을 하기에 최적이다. 실제로 에저튼에 대해 엘튼 존은 “내 노래를 가장 잘하는 배우”라고 하기도 했다.
그럼 더트는? 이 영화의 중심은 음악이 아니다. 음악인의 막장 라이프지. 왜 이들이 뭉쳤는지, 세계를 돌며 얼마나 막장으로 놀았는지, 어쩌다 마약을 끊고 치료를 받았는지 등이 유쾌하고 선정적으로 묘사된다.
영화의 연출을 맡은 제프 트레마인 감독이 미국판 ‘무한도전’인 코미디 시리즈 ‘잭 애스’를 연출했다는 것만 봐도 기획 단계부터 애초에 음악을 중심에 둘 생각은 없었던 것 같다.
보헤미안 랩소디는 과거 퀸 멤버들을 현대로 그대로 소환해온 듯 엄청나게 높은 싱크로율로 화제가 됐다. 그엔 못 미치지만 더트의 싱크로율도 놀라울 정도다. 수시로 혓바닥을 날름거리거나 기행하는 모습 같은 똘끼충만함은 그대로 재현했다.
공연 모습도 당시 자료 영상과 사진을 토대로 그대로 살렸다. 영화 엔딩 크레딧에서 영화 속 장면과 실제 사진을 비교해주는데, 이를 지켜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다.
1980년에 결성된 미국의 밴드. 2015년 해체할 때까지 전세계 8000만장, 미국 내에서만 2500만장의 앨범 판매고를 올렸다. 1987년 발표한 Girls, Girls, Girls (빌보드 싱글 12위)와 89년에 나온 Dr. Feelgood (빌보드 싱글 6위)이 큰 인기를 얻었다.
동시대의 인기 밴드인 본조비, 스키드로우, 건즈앤로지스가 모두 락발라드로 대중성을 확보했지만 머틀리크루는 발라드를 거의 취급하지 않는다. 85년에 나온 홈스윗홈 정도가 유명한 발라드곡. 음악보다 더 유명한 것은 멤버 전원의 고른 기행. 마약과 여자, 술로 항상 문제를 일으켰다.
제목 더 더트(The Dirt)
감독 제프 트레마인
출연 더글라스 부스, 이완 리온, 콜슨 베이커
등급 19세
평점 IMDb 7.0 로튼토마토 39% 에디터 쫌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