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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칭 Jun 20. 2019

회사가 싫은 당신에게 추천하는 일드, 중쇄를 찍자

남자 편집자만 득시글한 만화 출판사 흥도관에 유도 선수 출신인 신입 여자 막내가 들어왔다? 작게는 편집자 업무부터 크게는 조직 생활하는 법까지,  매번 부딪히고 깨져가며 배워가는 '미생' 코코로의 꿈은 '중판출래'! 


중판출래(重版出來)

출간한 책의 초판이 다 팔려 재인쇄를 하는 것, 즉 중쇄를 찍는 것 


우리나라보다야 낫지만 역시 저물어가고 있는 만화 출판 시장. 그 가운데서 업(業)에 대한 마음가짐과 함께 일하는 동료에 대한 예의를 지켜가며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았다. 


주간 바이브스를 소개합니다!

주간 바이브스」 편집부 막내로 입사한 코코로(쿠로키 하루 분). [왓챠플레이 캡쳐 ]

별명은 새끼곰(코구마). 주간 바이브스의 첫 여자 편집자이자 막내. 활달한 성격에 의욕이 넘쳐 선배들로부터 꽤나 예쁨을 받는다. 부편집장인 이오키베로부터 편집자 업무에 대한 코칭을 받으며, 견습 기간을 거쳐 자신이 담당할 만화가를 배정받게 된다. 


코코로의 사수이자 이 구역의 완벽남인 이오키베(오다기리 죠 분).  [왓챠플레이 캡쳐 ]

온화한 성품에 무슨 일이든 척척 해내며 팀원들까지 잘 챙긴다. 덕분에 막 입사한 코코로의 눈에 '신'처럼 보이는 이오키베. 사수로서 코코로가 '마이 페이스'를 찾을 수 있도록 세심하게 신경 써 지도한다. 하지만 완벽남인 그에게도 남들에게 말할 수 없었던 아픈 과거가 있는데. 


「주간 바이브스」의 베테랑 편집자이자 수장인 와다 야스키(마츠시게 유타카 분).  [왓챠플레이 캡쳐]

호탕한 성격으로 야구 한신팀의 열혈팬. 한신이 이긴 날에 팀원들의 결재가 몰리며 진 날은 주변에 얼씬도 안하는 게 상책이다. 일할 때 만큼은 진지하며, 목표는 경쟁사인 '엠페러' 타도! 만화, 만화가를 아끼는 편집자의 모습과 조직을 이끄는 리더로서의 덕목을 두루 잘 갖춘 인물. 


바이브스의 실적 꼴찌 편집자 미부 헤이타(아라카와 요시요시 분).  [왓챠플레이 캡쳐 ]

코코로 옆자리로, 눈치도 없고 쓸데없는 말을 많이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코코로를 동료로서 편하게 대해주는 인물. 요상한 그래픽의 티셔츠를 즐겨입고 사무실에서 컵라면을 자주 먹는다. 담당 만화가 메론누의 '황혼 봄베이'가 번번이 독자 투표에서 꼴찌를 해 함께 괴로워한다. 


뭐든지 일등인 편집자 야스이 노보루(야스다 켄).  [왓챠플레이 캡쳐 ]

좋게 말하면 냉철하고 이성적이며 나쁘게 말하면, 싸가지가 없고 저 밖에 모르는 인물. 만화도 만화가에 대한 애정도 없이 "편집자도 회사원일 뿐"이라며 수익 창출에 매진한다. 그 덕에 실적도 일등이라 눈치 안 보고 칼퇴하는 편. 남몰래 운영하는 SNS가 몹시 인기라는데? 


영업사원이지만 영업에 통 관심이 없는 코이즈미(사카구치 켄타로 분).  [왓챠플레이 캡]

편집부를 지망했는데 영업부에 배정돼버렸다! 의욕도 활기도 없는 탓에 서점 점원들 사이에서 부르는 별명은 '유령'. 영업을 배우기 위해 파견된 코코로와 함께 신작 '민들레 철도' 이벤트를 준비하며, 영업만이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흥미와 의욕이 생긴다. 


만화가로 산다는 것 


<중쇄를 찍자>는 활기차고 따뜻한 작품이지만, 작품이 그리고 있는 현실은 아름답지만 않다. 만화는 철저하게 출간한 책이 사고 팔리는 것에 따라 작가의 흥망성쇄가 갈리는, 치열한 프로페셔널의 세계이기 때문이다. 

20년 째 어시 중인 누마타. 성실하고 꼼꼼하지만 좀처럼 데뷔를 못하고 있다.  [왓챠플레이 캡처]

그래서 '중쇄를 찍자'가 그리는 만화가의 세계는 냉정하다. 한 작품을 성공했다고 해서 다음 작품이 반드시 흥행하리라는 보장도 없으며, 작화력과 이야기 구상력 간의 밸런스가 안 맞아 고생하는 만화가도 있다. 누구는 재능이 없어서, 누구는 성실함이 부족해서, 또 누구는 나이가 들어서 저마다 창조의 벽에 부딪히고 괴로워 한다. 


기적을 꿈꾸는 미생들 


그런 만화가들을 옆에서 지켜보며 돕는 조력자가 되는 게 코코로가 맡은 편집자다. 편집자들은 필연적으로 다양한 만화가들과 얽히며 이들의 창의성과 기발함을 상업화된 작품으로 옮겨놓는 '메신저' 역할을 맡는다. 때문에 이러저런 만화가가 있으면 이러저러한 편집자가 있는 법. <중쇄를 찍자>는 흥도관에서 일하는 다양한 편집자들의 시선과 저마다의 처지가 매 에피소드에 녹아있다.

모두가 힘을 합쳤을 때, 어쩌면 기적같은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왓챠플레이 캡처]

그러나 이 미생들이 공통적으로 바라는 기적이 하나 있다면 '중판출래'. 작품이 그리듯이 오랜 불경기의 그늘이 드리워진 만화 시장에서 이 기적을 이루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점점 목숨을 걸고 만화를 그리겠다는 신진 작가도, 손님의 발길이 끊겨 문을 닫는 서점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회사를 다닌다는 것


일종의 성장 드라마이기도 한 이 작품에서 주인공인 코코로는 살면서 '만화 편집자가 될 것'이라고는 한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는 인물이다. 엇, 가만보자. 이거 어디서 많이 들어본 얘긴데? 라고 생각한다면 맞다. 이건 사실 모든 회사원들의 이야기다. 

함께 일한다는 것.  [왓챠플레이 캡쳐]

그래서 그녀가 보여주는 기적의 실마리는 만화판에 한정되지 않는다. 함께 일하는 사람을 믿는 마음, 내가 맡은 일에 대한 성실함과 열정, 노력을 쏟아부어도 늘 100%가 돌아오지는 않는 현실을 깨달아가는 과정과 그럼에도 바닥을 치고 다시 한번 힘내기까지 모든 회사원들이 매일 겪고 있는 일상이 모여 이 작품에선 기적이 된다. 드라마가 그리는 판타지에 지나지 않는다 할지라도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래, 회사란 이래야하는 것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매일 부딪히고 깨져가면서도 굳이 회사라는 곳에 모여 일하고 있다면, 그 결과물로 혼자서는 이뤄낼 수 없는 기적을 경험할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닐까? 어쩌면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스스로를 '월급 노예'라 자학하며 이 사실을 잊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작품이 기적을 그려내는 모습은 직접 확인하시길.

와칭 방문해서 더 많은 리뷰보기 


제목   중쇄를 찍자(重版出來)
원작   마츠다 나오코
연출   도이 노부히로 
출연   쿠로키 하루, 오다기리 죠, 사카구치 켄타로
관람   왓챠플레이 
평점   IMDb 8.3  에디터 꿀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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