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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칭 Jun 24. 2019

결말은 아쉽지만 다시 볼만한 명작, SKY 캐슬

위 올 라이~. 역대급 명작이 될 수 있었는데 결말이 망친 아쉬운 드라마. 그래도 18화까지는 좋았다. 19~20화는 없었던 걸로 하면 안 될까요 쓰앵님? 주요 가족 중심으로 리뷰해보자.


스카이캐슬의 배경

봉숭아학당 같은 스카이캐슬 독서클럽 [사진 JTBC]

대한민국 상위 0.1%가 사는 스카이캐슬. 입주민 죄다 명문사립 주남대 전문직 교수 남편 + 자녀교육에 올인하는 전업주부 조합이다. 교수 외벌이 월급으로 저렇게 호사스럽게 사는 건 다소 의아하나 대부분 부부 중 한쪽이라도 집안이 좋으니 넘어가자. 


한서진, 욕망의 3인4각 달리기

감당하실 수 있겠습니까? [사진 JTBC]

3대째 의사 가문을 만드는 게 존재 이유인 한서진(염정아). 승부욕 강한 딸 예서, 며느리 압박하는 시어머니 윤여사(정애리)까지 가세한다. 그 멈출 수 없는 욕망 때문에 무서운 입시 코디 김주영(김서형)과 손잡으면서 스릴러 + 범죄 + 미스터리에 말려든다.


아래부터 스포일러 주의!

역대급 찌질이 캐릭터 강준상 [사진 JTBC]

막장의 요소도 갖추고 있다. 순댓국집 딸이라는 신분과 본명 곽미향임을 숨겼고, 남편 강준상(정준호)에겐 첫사랑 사이에 사생아 김혜나(김보라)가 있었고, 김주영 선생이 시키는대로 딸의 공부를 위해 그 아이를 집으로 들였는데 남편은 막상 딸의 존재를 모르는 그런 상황들.


아이가 공부하기 싫어하면 또 몰라도, 애가 좋아하니까, 원하니까 더욱 뒷바라지에 올인하게 되는 한서진. 입시 앞에 놓인 모든 장애물을 치워주는데, 그게 아이 망치는 지름길임을 알면서도 엑셀을 떼지 못한다. 


강준상은 아이 교육을 자기 손으로 하는 것도 아니면서 입시에 매달리는 아내를 경멸하더니, 나중에 일 터지곤 자기를 이렇게 만든 게 엄마 탓이라며 징징대는 찌질이 캐릭터. 현실에 이런 사람 은근히 많다. 그러나 결론에서 급 멀쩡한 인간으로 거듭나는 게 영 적응이 되지 않는다. 


미워할 수 없는 차민혁


컵라면 CF 노리신 그 분 [사진 JTBC]

한서진 못지 않게 자식 입시에 올인하는 건 차민혁이다. 세탁소집 출신으로 로스쿨 교수에까지 오른, 개천에서 난 용이다.


1화에서 차민혁(김병철)은 대대손손 스카이캐슬에서 살기를 바라는 마음을 드러낸다. 전문직이 자녀에게 물려줄 수 있는 가장 큰 유산이 학벌이라는 현실적인 인식에 욕망이 덧붙었다. 막상 자기는 한번도 못 올라 본 피라미드 꼭대기에 가야 한다고 아이들을 압박한다.


스카이캐슬 세리 [화면캡처]

그럼에도 차민혁을 미워할 수 없었던 건 캐릭터 자체의 매력도와 노승혜(윤세아)와의 케미가 상승한 덕도 있겠지만, 가짜 하버드생이라는 게 들통난 딸 세리(박유나)의 뻔뻔한 태도 때문이기도. 아빠가 심한 건 알겠는데 넌 뭘 잘했다고, 응응? 


세리는 클럽MD로 취직해서 현금을 받아오는데, 그땐 그냥 찜찜했지만 버닝썬 사태 이후 그 장면을 생각하면 모골이 송연해진다. 월급을 현금봉투로 주는 건 큰 돈 아닐지언정 탈세라는 의미도 되니까.


스캐 2탄이 나온다면 세리가 연예계의 검은 돈, 마약과 권력자 성접대에 얽히는 막장 스토리가 아닐까 상상도 하게 된다. 세리의 존재 자체가 스포일러라고 생각했던 모양인지, 스카이캐슬 공식홈페이지 인물관계도에 세리는 빠져 있다. [1] 


좋은 부모란 뭘까


스캐의 이상적인 엄마 2인 [사진 JTBC]

이수임(이태란)은 스캐에서 정의의 사도로 등장한다. 심정적으로 이수임을 응원하는 게 마땅하지만 시청자들에게 다소 비호감이라는 평을 들은 캐릭터. 선을 자꾸 넘는 오지라퍼에다, 나만 옳다는 신념에 사로잡힌 게 불편해서였을 것이다. 


동화 한 편으로 데뷔한 뒤 평생 작품을 못 썼는데 작가라는 정체성이 주부 정체성보다 강한 것도 다소 의아한 지점이다. 그러나 수임의 역할이 바로 시청자를 불편하게 하는 것 아니었을까. 내 안의 욕망과 아픈 현실에 눈 감은 자아를 발견하게 만드는.


감수하시겠습니까 어머님?


악녀인데, 연기력 때문에 응원하게 되는 김주영 선생. [사진 JTBC]

물론 그런 역할의 최고봉은 김주영 선생이다. 파멸로 말려든 부모들이 김주영을 탓하지만 결국 선택은 그들이 한 것이었음을 알려주며 뼈를 때려준다. "자식을 망가뜨리고 가족을 파괴하는 건 내가 아니라 그 부모입니다."


심지어 번번이 확인까지 했지 않나. "다 감수하겠단 뜻이냐고 물었습니다, 어머니." 뭐 이런 식으로. 물론 자기 자식 망가뜨리고 가족을 파괴한 선두주자가 바로 김주영이지만. 


재밌었다 그러나


혜나만 불쌍하게 됐다는 결론... [사진 JTBC]

불평을 늘어놨지만 아무튼 스캐는 재미있었다. 그러나 결론은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는다. 캐슬 밖에서 온 혜나는 죽었는데, 캐슬 안에 있던 가족들은 모두 하하호호 화목한 과정으로 되돌아왔다. 이웃이 자살을 해도, 살인사건에 얽혀도, 캐슬 사람들은 탄성복원력이 상위 0.1%급이라는 게 영 씁쓸하다. 


결말에선 심지어 수임의 가족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우주(찬희)가 해맑은 얼굴로 자아를 찾아 유럽 배낭여행을 간다고 하는, 언제 돌아올지 모르겠다고 하는 그 장면에서 틀어졌다. 여행 경비 부모가 준 걸 텐데. 수임네 부부가 자식 그렇게 키우는 가족이었나? 차라리 아픔을 예술로 승화하는 아이돌이 되겠다고 했으면 진로 잘 잡았다고 박수 쳐줬을 듯.


결론. 19화의 K 장면 등 일부는 인정하지만, 나에게 스카이캐슬은 18화가 최종화였다. 그래도 작품 자체는 리스펙.


와칭 방문해서 더 많은 리뷰보기


관련링크

스카이캐슬 인물관계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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