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망대해를 가로지르는 거대한 여객선 위에서 펼쳐지는 미스터리 극. <타이타닉> 같은 압도적 비주얼은 없지만 소품과 의상, 배경 음악까지 1940년대 갬성(감성)이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추리물로서의 재미도 썩 나쁘진 않은 편.
배우들의 의상과 소품들까지 1940년대 풍으로 채웠다. 드라마 첫 장면을 제외하고 모든 공간이 선상인데, 여객선 곳곳의 디자인도 40년대 아르데코풍으로 재현했다. 벽면과 계단 하나하나가 모두 거침없이 흘러내리는 직선미로 가득하다.
배경음악도 고전적이다. 선상의 여가수 클라라가 부르는 노래와 밴드의 연주는 1940년대 감성을 품고 있고, 주인공들이 쫓기는 장면에서 흘러나오는 배경음악까지 현악으로 연주돼 고전적이다. 날카로운 전자음에 비해 긴장감을 반감시키긴 하지만 시간여행을 온 듯한 이런 느낌, 나쁘지 않다.
배 모양뿐이다. 드라마의 배경이 1940년대이고, 타이나닉호는 1914년에 침몰했으니 얼추 비슷한 시대의 배일 것. 그래서인지 <알타 마르 선상의 살인자>에 등장하는 배가 망망대해에 떠있는 장면에선 영화 <타이타닉>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을 잠시 불러일으킨다.
드라마 속 여객선은 '바르바라 데 브라간사'호(號). 승객 1600여 명을 태우는 대형 여객선이다. 타이타닉호(3500명)에 비해 절반 수준이지만 타이타닉호가 워낙 몰상식(?)적으로 큰 배였기 때문에, 이 정도만 해도 어마어마한 크기다.
당연히 영화 <타이타닉>에서처럼 웅장한 스케일의 여객선을 배경으로 한 아찔한 영상미를 살짝 기대했다. 고요한 밤바다를 밝히는 거함의 불빛, 바다와 하늘 사이 갑판 위 한점으로 서있는 승객들의 모습 따위들. 그러나… <타이타닉>은 그래서 위대한 영화였다. 스페인산 드라마에서 기대할만한 장면은 아니다.
카롤리나와 에바는 신발공장을 운영하던 아버지의 갑작스런 사망 이후 브라질로 건너가 새 삶을 꿈꾼다. 언니인 카롤리나는 선주(船主) 페르난도와 선상 결혼식을 올리면서 새 인생 시작할 요량이었다.
그러나 의문의 여인인 루시아(소피아)가 갑자기 나타난다. 살해 위협을 받고 있다더니 배에 승선한 뒤엔 자매의 방을 뒤지는 등 수상한 행동을 한다. 그녀의 정체는 뭘까.
그러던 중 배에서는 외마디 비명과 함께 누군가 차가운 바다로 떠밀려 죽는다.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남성이 갑자기 목을 매는가 하면, 페르난도의 매제이자 선박 투자자인 아니발도 갑자기 죽는다.
자매를 친아버지처럼 돌보는 삼촌 페드로와 아버지의 절친이었던 의사 로하스도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듯 석연찮다. 두 사람은 살인사건의 비밀을 밝히려는 자매들과 대립한다.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을 막아내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 것처럼.
이 드라마의 중심 이야기는 '가족의 비밀'이다. 아버지의 죽음에 관해서는 2개의 반전이 있다. '아버지는 정말 교통사고로 죽었나'에 관한 것이 하나고, '아버지와 삼촌, 로하스가 함께 하던 사업이 정말 신발제조였나'하는 것이 다른 하나다. 1940년대 2차 세계대전과 연결된 사업의 비밀은 점차 그 추악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기본적으로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것은 카롤리나-에바 자매지만 1등 항해사이자 에바와 썸을 타는 니콜라스는 수사극의 특급 도우미로 제몫을 다한다. 니콜라스를 친아들처럼 챙기는 선장은 뭔가 구린 냄새가 난다. 출항 직전 사망한 승무원을 대신해 배에 오른 마리오 플라자올라역시 의문투성이 인물이다.
왜 하고많은 장소 중 망망대해 바다 위여야 했을까. 드라마의 원제 'Alta Mar'는 영어로 'High Sea'란 뜻이다. 잔잔한 파도가 일렁이는 근해가 아니라 높고 사나운 파도가 몰아치는 먼 바다, 즉 공해(公海)란 뜻이다. '바다보다 더 깊은 비밀도 있다'는 페드로의 대사는 제작진이 사건을 망망대해 위로 가져온 이유를 잘 설명해준다.
깊은 바닷속에 잠들어있는 추악한 가족의 비밀, 자매는 밝혀낼 수 있을까. 비밀을 알게 된다면 더 큰 짐을 짊어지게 되는 건 아닐까. 이 모험엔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다. 그래서 흥미롭다.
제목 알타 마르: 선상의 살인자
출연 이바나 바케로, 욘 코르타하레나
등급 15세 이상
시즌 1(2019)
평점 IMDb 7.0 에디터 쫌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