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세라믹으로 만든 퍼페추얼 캘린더
시계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올해 여름의 마지막을 장식한 시계로 오데마 피게(Audemars Piguet)의 로얄오크(Royal Oak)를 꼽을 겁니다.
'세계 3대 시계 브랜드' 중 하나로 꼽히는 오데마 피게의 대표 모델이자, 스틸 스포츠 시계 분야에서도 대표주자로 꼽히는 로얄오크의 50주년을 기념해 블루 세라믹으로 만든 케이스와 브래슬릿을 적용한 퍼페추얼 캘린더 모델이 등장했습니다.
우리를 설레게 한 파란 시계
사실 2019년에도 새파란 시계 하나가 매니아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제이지가 차고 나왔던 250만달러짜리 파란색 사파이어 리차드밀(Richard Mille) RM056였죠.
투명한 소재로 미래적인 느낌을 물씬 풍겼던 제이지의 시계와 달리, 이번 로얄오크는 세라믹만이 낼 수 있는 비비드한 파란색을 사용했습니다. 그래선지 보다 질감 있고, 오데마피게 특유의 팔각형 배젤이 더 두드러지는 느낌입니다. 로얄오크의 상징 격인 오밀조밀한 브래슬릿도 새롭게 다가오고요.
이런 특징 때문에 이번 로얄오크의 매력은 50년간 이어온 전통의 재해석이 아닐까 싶습니다. 네오소울 음악처럼 로얄오크만의 아이코닉한 디자인들이 블루 세라믹을 만나 보는 이들에게 새롭게 다가오는 거죠.
지루하지 않은 헤리티지
실제로 이번 모델은 로얄오크가 처음 탄생한 1972년 이후로 고수해왔던 팔각 배젤과 와플 무늬(Grande Tappisserie Pattern) 다이얼, 배젤을 고정한 8개 스크루(나사)에 브러싱과 폴리싱 등 스틸 시계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고급스러운 마감을 더했습니다.
소재를 제외하면 기존 로얄오크와 뭐가 다르냐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저는 로얄오크의 상징적인 디자인 요소를 새로운 색과 소재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흥미로웠습니다. 단순히 새롭게 시도했다는 데에 의의를 두지 않고, 기존 디자인과 상당히 잘 어울리면서 색다른 매력을 보여줬다는 점도 재밌었고요.
서브다이얼과 이너배젤까지 파란색인 점도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시인성을 위해 화이트골드 아워마크와 야광도료를 바른 핸즈를 사용했는데, 낮에 햇빛을 받거나 어두운 밤에 빛을 낼 때 시계를 뒤덮은 푸른색들과 어떤 조화를 보여줄지도 상당히 기대됩니다.
푸른빛으로 살린 세라믹 브러싱
오데마 피게가 세라믹 시계를 출시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2017년엔 검은 세라믹으로 케이스와 브래슬릿을 만든 로얄오크를 SIHH(스위스 시계 박람회)와 온리워치(시계 자선 행사)에서 선보였고, 제이지가 파란 사파이어 리차드밀을 차고 나왔던 2019년엔 새하얀 세라믹 로얄오크를 공개했습니다.
특히 흰색 세라믹 로얄오크는 케이스와 브래슬릿에서 왠지 애플의 제품들이 떠올라 귀여운 느낌이 들다가도, 짙은 파란색 다이얼과 옅은 은빛 서브다이얼로 고급스러운 느낌을 확 살린 매력저인 시계였습니다. 한편으론 제가 사진으로만 봐서 귀엽다고 생각한 거지, 실제로 봤다면 자연광에서 흰 세라믹의 질감이 살아나 섬세한 대리석 조각에 밤하늘을 담은 느낌이 아니었을까 싶네요.
하지만 사진에서 브러싱이 과하게 두드러졌던 검은 모델과 반대로 브러싱이 거의 보이지 않았던 흰색 모델과 달리, 이번 파란색 로얄오크는 모니터로만 봐도 은은한 브러싱이 돋보여 특히 관심을 많이 받은 것 같습니다.
퍼페추얼 캘린더, 두께는 9.5mm
레퍼런스 넘버 26579CS.OO.1225CS.01으로 불리는 이 시계의 케이스 사이즈는 41mm. 퍼페추얼 캘린더라는 복잡한 기능을 넣었지만 아주 얇은 4.5mm짜리 무브먼트를 사용해 시계 전체 두께가 고작 9.5mm에 그쳤습니다. 무브먼트는 칼리버 5134를 사용했습니다. 날짜, 요일, 월, 문페이즈(달 주기) 표시에 더해 퍼페추얼 캘린더 기능으로 윤달과 매달 달라지는 날 수(30, 31일)도 계산할 수 있습니다. 12시에 위치한 서브 다이얼엔 핸즈가 두개인데 하나는 월을, 다른 하나는 주를 나타낸다고 합니다.
무브먼트를 감상할 수 있도록 앞면 뿐만 아니라 뒷면에도 빛반사 처리한 사파이어 크리스탈을 사용했는데요, 뒷면을 들여다보면 금색 반원모양 추인 로터가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로터의 존재에서 알 수 있듯 셀프와인딩(Selfwinding) 방식으로 움직입니다. 오토매틱이라고도 부르는 이 작동 방식을 사용한 시계는 착용한 채로 걷거나 움직였을 때 로터가 움직이면서 태엽을 감아줍니다. 태엽을 최대로 감았을 때 시계가 작동할 수 있는 시간인 파워리저브는 40시간입니다. 방수는 20m.
+ 오데마 피게는 로얄오크 출시 50주년을 맞아 'Royal Oak: From Iconoclast to Icon'이라는 책을 함께 출시했습니다. 표지엔 오늘 이야기한 푸른색 세라믹 로얄오크가 들어갔습니다.
+ 오데마 피게가 써놓은 이 시계에 대한 설명도 공유드리면 좋을 것 같군요. "푸른색으로 휘감은 새 로얄오크 퍼페추얼 캘린더 41mm는 파란 세라믹으로 제작한 케이스와 브래슬릿을 적용한 첫번째 시계입니다. 그란데 타피시에르 다이얼과 서브다이얼의 조화는 별빛이 빛나는 밤하늘처럼 이 타임피스를 더욱 돋보이게 합니다."
+ 파란 세라믹 시계를 이야기할 때 위블로(Hublot)의 빅뱅(Big Bang)도 빼놓을 수 없겠죠. 사실 인스타그램으로 코미디언 케빈하트가 이번 로얄오크를 찬 사진을 봤을 때, 순간 위블로의 빅뱅이 좀 다르게 생겼네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