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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워치노트 Oct 19. 2022

제니스, 한 달만 파는 '핑크 시계' 만든 이유

유방암 환자 위한 Chronomaster Original Pink

크로노마스터 오리지널 핑크. 사진=Zenith

제니스(Zenith)가 10월 1일부터 31일 사이에만 살 수 있는 분홍색 시계를 출시했습니다. '유방암 예방의 달'을 맞아 만든 이 '크로노마스터 오리지널 핑크'의 판매 수익 중 20%는 유방암 환자의 삶을 개선하는 비영리 단체 수잔 G. 코멘(Susan G. Komen) 재단에 기부될 예정입니다.


이런 배경을 알고 나면 무미건조하기 짝이 없는 이 시계의 설명서에 쓰인 짤막한 문장을 보는 재미가 큽니다. 'Key Points : Only available during the Month of October'


코멘 재단의 임원인 빅토리아 월러즈코(Victoria Wolodzko)는 이번 파트너십에 대해 "코멘은 유방암의 영향을 받는 여성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헌신해왔다"며 "유방암에 맞서는 데에 더 많은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이라고 감사의 뜻을 표했습니다.


핑크 다이얼 프로젝트

명품 시계 브랜드가 유방암 환자를 위해 분홍색 시계를 만든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1985년부터 10월마다 열리는 유방암 예방의 달을 맞아 시계 전문 잡지 '레볼루션 매거진'의 설립자 웨이 코(Wei Koh)가 지난해 연 '핑크 다이얼 프로젝트'가 대표적입니다.


당시 핑크 다이얼 프로젝트엔 제니스와 불가리, IWC, 론진, 몽블랑, 오리스, 파네라이, 라도, 로저드뷔, 볼워치, 발틱, 태그 호이어, 피아제, 진 등 19개 브랜드가 참여해 분홍색 시계를 경매에 부치고 수익금을 기부했습니다. '시계 아티스트'로 알려진 줄리 크라울리스(Julie Kraulis)도 분홍색 까르띠에 탱크 그림을 그려 참여했죠.


당시 37mm 크기 분홍색 데피21을 만들었던 제니스는 올해에도 기부를 이어가기로 했습니다.


크로노마스터 오리지널 핑크. 사진=Zenith

모든 눈길을 분홍색으로

올해 제니스가 유방암 환자들을 위해 만든 시계는 '제니스 크로노마스터 오리지널'로, 1969년에 만들어진 38mm 크기 엘프리메로(A386)를 2021년에 리뉴얼한 버전입니다. 엘프리메로는 제니스의 대표 모델 중 하나로 꼽히는데, 그 중에서도 크로노마스터 오리지널은 아주 얇은 배젤과 간결한 푸셔 버튼, 얇은 케이스 밴드(시계 옆면) 등 A386의 특징을 고스란히 살린 시계입니다.


시계 전문지 '모노크롬(Monochrome)'은 이런 크로노마스터 오리지널의 디자인 특징 덕분에 분홍색 다이얼이 두드러진다고 평했습니다. "사실상 없는 것과 마찬가지인 배젤은 햇빛이 퍼지도록 브러시 마감한 '메탈릭 핑크' 다이얼을 즐길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햇빛이 은은하게 퍼지는 선레이 패턴(Sunray-patterned)을 적용한 핑크색 다이얼 위엔 같은 색 서브다이얼 3개가 올라가있습니다. 제니스에 평소 관심이 많았던 분들은 눈치채셨겠지만, 엘프리메로의 상징 격인 3색(파란색, 어두운 회색, 밝은 회색) 서브다이얼을 포기하고 모두 분홍색으로 물들인 겁니다.


같은 맥락에서 엘프리메로의 또 다른 상징인 빨간 세컨핸즈(초침)를 사용하지 않은 점도 인상적입니다. 이 시계는 세컨핸즈와 아워·미닛 핸즈(시·분침), 시간을 나타내는 바 인덱스를 모두 은색과 흰색으로 만들어 다이얼의 핑크빛에만 온전히 눈길이 가게 디자인됐습니다.


'다이얼의 분홍색을 온전히 즐길 수 있는 시계'라는 모노크롬의 평이 유독 와닿는 이유입니다. 심지어 4시 30분 방향의 데이트 인디케이션(날짜창)까지 분홍색으로 디자인해 다이얼 속에 녹아들었으니 말이죠. 참고로 서브 다이얼은 3시 방향에 60초 카운터, 6시 방향에 60분 카운터, 9시 방향에 별도로 초를 가리키는 스몰 세컨즈로 구성했습니다.


시간을 나타내는 바 인덱스는 로듐 플레이트를 여러 각진 면으로 커팅(각면처리)하고 자연광에서 흰색을 띠는 야광 도료 슈퍼로미노바(SLN) C1을 사용했습니다. 핸즈 역시 각면처리한 로듐 플레이트에 SLN C1을 채웠고요.


엘 프리메로 3600. 사진=Zenith

컬럼휠 방식 크로노그래프

케이스와 브래슬릿은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로 5atm 수준의 생활방수를 지원합니다. 앞면 유리는 양면에 빛 반사 방지 코팅을 한 돔형 사파이어 크리스탈 글래스를 사용했습니다. 뒷면에도 사파이어 크리스탈을 사용해 무브먼트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무브먼트는 엘 프리메로 3600으로, 311개 부품을 사용해 60시간에 달하는 파워리저브를 제공합니다. 작동 방식은 오토매틱이고, 제니스의 상징인 별 모양 로터를 브러시 처리해 보는 재미를 더했습니다.


크로노그래프는 컬럼휠(Column)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크로노그래프는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보여주는 스탑워치 같은 기능인데, 작동 방식에 따라선 크게 컬럼휠과 캠(cam) 방식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컬럼휠은 비교적 두꺼운 원기둥의 주위를 작은 기둥 여러개가 둘러싼 모양의 부품입니다. 위에서 보면 어린아이들이 그린 태양처럼 생겨 무브먼트에 시각적인 재미를 더하기도 하는데, 캠 방식과 비교했을 때 흔히 푸셔 버튼을 누르는 조작감이 더 좋다고들 합니다.


+ 에어로스미스의 Pink를 들으면서 썼습니다. <End>


여기서 무료로 더 빨리 시계 소식을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contents.premium.naver.com/watchnote/watchwatchno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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