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 콰트로 스피릿 25 타임 포 아트 에디션
쇼파드(Chopard)가 멕시코 명절 '망자의 날(Dìa de los Muertos)'에서 영감받은 시계를 공개했습니다. 화이트골드 다이얼에 바니타스 느낌이 물씬 나게 손으로 해골을 새겨넣은 하나뿐인 시계입니다. 바니타스란 흑사병 등을 거치면서 17세기에 유행한 정물화로, 생의 유한함과 허무함을 상징하는 해골을 그려 넣는 것이 특징입니다.
쇼파드는 디자인에 그치지 않고 기술과 기능 면에서도 이 컨셉을 유지했습니다. 죽음을 상징하는 해골의 입 안에 시간을 나타내는 창을 배치하고, 숫자판은 시간이 바뀔 때마다 왼쪽으로 휙휙 넘어가는 점핑 아워 방식으로 작동해 우리에게 남아있는 시간이 덧없을 정도로 빠르게 흐르는 느낌을 줍니다.
이번에 공개한 시계는 12월 10일 타임포아트(Time For Art) 경매에 올릴 예정입니다. 타임포아트는 현대미술과 아티스트들을 후원하는 열리는 최초의 자선 시계 경매로, 수익금은 모두 현대미술계와 예술가들을 지원하는 데에 사용합니다.
눈길을 끄는 점은 이 시계에 사용한 L.U.C 98.06-L 무브먼트에 배럴을 4개나 직렬 배치했다는 건데요, 각 배럴엔 태엽을 돌릴 때 감기는 금속 띠인 '메인 스프링'이 들어갑니다. 즉 동력을 저장하는 스프링이 4개나 사용되면서 파워리저브는 최대 8일로 대폭 늘어났습니다.
L.U.C 98.06-L 무브먼트엔 마감의 심미성을 인정받은 무브먼트에게 주어지는 '제네바실'도 새겨져 시계의 앞과 뒤를 모두 보는 재미도 클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이 시계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2021년에 공개한 L.U.C 콰트로 스피릿 25의 다이얼을 바꾼 시계입니다. L.U.C 콰트로 스피릿 25 역시 100피스만 생산된 시계인데요, 하얀 에나멜 위에 아워마크 없이 숫자로 분만 표기한 것이 상당히 간결하면서도 독특한 매력을 풍깁니다.
쇼파드는 이 시계를 설명할 때 'REMINDING THE PASSING OF TIME'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앞서 설명했듯 멈추지 않는 시간의 흐름을 표현해 삶의 유한함을 전하는 데에 집중한 시계입니다.
시계에 관심있는 분들은 이미 아시겠지만, 쇼파드는 전부터 망자의 날에서 영감을 받은 시계를 자주 만들어왔습니다. 망자의 날을 상징하는 '칼라베라'로 다이얼을 디자인한 시계들입니다.
다만 그동안 금속판에 원하는 모양으로 홈을 낸 뒤 에나멜을 넣고 달구는 '샹브레 기법'으로 칼라베라를 장식하고 치아에 자개를 사용하는 등 알록달록하고 화려한 디자인을 적용해온 것과 달리, 이번엔 금속을 조각하는 방식으로 단출하면서도 어딘지 거칠고 강렬한 느낌을 살렸습니다.
이번 타임포아트 에디션의 칼라베라는 모두 손으로 조각했습니다. 칼라베라를 둘러싼 선들은 다이얼 가운데로 모이도록 끌로 파내는 방식으로 작업했습니다. 이는 망자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비추는 햇빛을 묘사했습니다.
망자의 날이 '세상을 떠난 이들이 이승의 가족과 친구들의 품으로 돌아가는 날'인 점에 착안한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이 날 거리를 꽃과 초로 장식하는 것도 세상을 떠난 이들이 무덤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밝히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 The Cure의 Pictures of You를 들으면서 썼습니다.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