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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워치노트 May 21. 2023

위스키 대부, 발렌타인 마스터 블렌더의 시계

샌디 히슬롭의 롤렉스 튜더 JLC 노모스 글라슈테 그랜드세이코 등

위스키 브랜드 발렌타인의 마스터 블렌더 샌디 히슬롭(Sandy Hislop)이 지난달 방한했습니다. 이 분을 어떻게 설명할지 고민을 참 많이 했는데, 시계 애호가분들께는 롤렉스(Rolex)에서 마스터 워치메이커가 온 셈이라고 하면 될 것 같습니다. 돌이켜보니 루이비통에서 퍼렐을 보낸 격이라고 하면 될 걸 그랬네요.


오늘은 히슬롭의 시계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가장 좋은 위스키는 다양한 상황에서 어떻게 마셔도 좋은 맛을 내는 위스키"라는 그의 짧은 말에선 편견없는 시도와 존중뿐만 아니라, 좋아하는 대상을 일상에 스미게 해 라이프스타일로 대하려는 태도의 중요성까지 느껴졌는데요.

(사진=샌디 히슬롭 인스타그램 @whiskyblenderdude 캡처)

보다보면 히슬롭의 시계생활 역시 비슷했습니다. 1년 중 4주 정도만 출장을 다닌다는 그가 한국 방문을 마치고 블렌딩 룸에 출근해 올린 사진부터 보시죠. G-Shock의 프리미엄 라인 중 하나인 MTG의 B2000XMG1입니다. 흔히 레인보우 마운틴이라고도 불리는 한정판 모델이죠.


미리 이야기하면 히슬롭은 이 외에도 다양한 지샥과 세이코(Seiko), 그랜드 세이코(Grand Seiko), 시티즌(Citizen) 등 일본시계를 보여주는데요. 놀라운 건 융한스(Junghans)와 노모스(Nomos), 글랴슈테 오리지날(Glashütte Original)을 비롯한 독일시계와 롤렉스(Rolex), 튜더(Tudor), 오메가(Omega), 예거 르쿨트르(Jaeger LeCoultre) 등 스위스 시계까지 말도 안되는 라인업들을 보여준다는 점입니다. 아 미국에서 탄생한 해밀턴(Hamilton)과 영국의 크리스토퍼 와드(Christopher Ward)도 있군요.

(사진=샌디 히슬롭 인스타그램 @whiskyblenderdude 캡처)

이야기 나온 김에 일본 시계부터 볼까요. 먼저 브라이틀링 슈퍼오션 헤리티지와 그랜드세이코 엘레강스 컬렉션의 SBGK 시리즈. 그리고 스프링드라이브 20주년으로 만든 크로노그래프 SBGC231.

(사진=샌디 히슬롭 인스타그램 @whiskyblenderdude 캡처)

노모스 클럽 캠퍼스와 융한스 막스 빌 크로노스코프. 막스 빌은 바우하우스 감성의 정수라 불리는 막스 빌이 만든 바로 그 라인입니다. 그리고 글라슈테 오리지널은 Spezimatic의 월드타이머 모델로 빈티지 시계라고 합니다.

(사진=샌디 히슬롭 인스타그램 @whiskyblenderdude 캡처)

나머지는 워낙에 유명하니 한번에 넘기죠. 롤렉스 익스플로러2, 튜더 블랙베이와 펠라고스, 예거 르쿨트르 리베르소, 오메가 씨마스터 007 시리즈, 해밀턴 카키 오토매틱, 크리스토퍼 와드 C1 벨 칸토입니다.


1983년 스코틀랜드 던디의 양조장에서 위스키 관리를 시작한 히슬롭은 위스키 업계에 몸담은 지 40년이 된 것을 기념해 자신의 멘토이자 3대 발렌타인 마스터블렌더인 잭 가우디(Jack Goudy)가 만든 원액으로 새 위스키인 '발렌타인 40년 마스터클래스 컬렉션; 더 리멤버링' 선보였습니다.


앞으로 잭 가우디에게 배운 기술 다섯가지를 적용한 위스키를 매년 1개씩 5년동안 선보일 계획이라고 합니다. 마지막 위스키는 발렌타인의 200년 역사를 기념하는 제품이 될 예정이고요.

마음같아선 '시간의 미학'이라고도 불리는 위스키를 만드는 그가 시계를 좋아하는 건 당연할지도 모르겠다며 적당히 마무리하고 싶지만, 한편으론 우연을 비롯한 다른 이유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조심스럽습니다. 제가 적당히 그럴싸한 수식어로 끝내기에 위스키와 시계를 향한 그의 애정은 너무 커보였거든요.

샌디 히슬롭. (사진=발렌타인 제공)

대신 이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히슬롭은 함께 일하는 블렌더들에게 '위스키를 마신 다음에 자신만의 단어로 맛을 표현하고 기록하는 습관을 들이라'고 항상 강조한다고 합니다. 자신만의 표현으로 쌓은 기록들이 훗날 큰 힘이 될 거라면서요. 실제로 그는 한국에서도 기자들에게 자신이 사용한 덤바턴 증류소의 원액이 풍선껌같은 아주 달콤한 향이 난다고 말했습니다.


대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려는 그의 태도는 위스키뿐만 아니라 시계에서도 잘 드러났습니다. 오늘 다 소개하진 못했지만 그의 인스타그램엔 생전 처음보는 브랜드들이 넘쳐나고, 가격대 역시 저가부터 고가까지 천차만별입니다. 그가 단순히 시계를 '오랫동안' 좋아했다면 이런 컬렉션은 나오지 못했을 겁니다. 그 긴 시간동안 순수하면서도 솔직하고 적극적인 태도로 관심가져 왔다는 걸 잘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히슬롭에게 받은 깊은 감명은 단순히 긴 시간이 아니라, 그 시간을 보내는 태도와 애정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신의 취향에 충실하세요. 발렌타인을 마시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본인이 좋아하는 방식대로 마시는 것입니다.
- 샌디 히슬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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