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라트라바 96QL이 필립스 홍콩 경매에 올라왔다.
우리나라에선 영화 '마지막 황제'의 실제 주인공으로 알려진 선통제 푸이(부의)의 파텍필립(Patek Philippe) 칼라트라바 시계가 23일 홍콩 필립스 경매에서 부쳐질 예정입니다.
푸이는 1908년 청나라 황제로 즉위했지만 1912년 청나라가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당시 푸이의 나이는 고작 7살. 나이가 어려 자금성에 머무르게 됐지만 결국 군벌세력에 의해 쫓겨나게 됩니다.
이번에 오른 시계는 푸이가 실제로 착용하고 아꼈던 만큼, 그의 스토리가 더해져 상당히 높은 가격에 낙찰될 전망입니다.
푸이의 조카였던 위옌은 "푸이는 만주국 시절 이 시계를 매일 차고 다녔다"며 "품질 자체도 훌륭하지만, 푸이의 물건이라는 것이 특히 마음에 든다"고 설명했습니다.
사실 필립스에 처음 이 경매 일정이 올라왔을 때 저도 모르게 왠지 스토리를 생각해 오데마피게(Audemars Piguet)의 로얄오크였으면 어땠을까 하는 말도 안되는 상상을 했는데, 푸이가 1970년대에 만들어진 시계를 갖고 있었을 리가 없죠.
이 시게는 푸이가 하바롭스크 수용소에서 머물다 중국으로 돌아갈 때 페르미아코프라는 통역관에게 주면서 세상에 드러났습니다.
필립스는 "푸이는 이 시계를 하바롭스크 수용소로 가져와 페르미아코프에게 준 것이 분명하다"며 "이곳은 1945년 소련의 포로로 잡힌 일본 장교와 만주 사신, 함께 폐위된 황제와 수행원들이 있던 곳이다. 푸이와 다른 고위 관리들은 전범으로 기소됐다"고 설명했습니다.
1950년 어느 날, 푸이와 위옌은 소련 정부의 허가를 받아 중국으로 돌아가게 됐습니다. 이때 푸이는 위옌에게 "달력이 내장된 플래티넘 시계를 아직도 갖고 있냐"고 물었고, 그 시계를 받아 페르미아코프에게 건네줬다고 합니다.
현재 필립스는 푸이가 소장했던 시계와 함께 빨간 부채, 노트 등을 경매에 올릴 예정입니다. 이 경매품엔 모두 푸이가 페르미아코프에게 전한 감사의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실제로 빨간 부채엔 이런 글이 적혀있습니다. "안뜰엔 아직 새벽이 오지 않았다. 달빛이 남쪽 창문으로 스민다. 램프 옆에 앉으면 길고 고용한 분위기가 계속된다. 내 동지, 페르미아코프에게. 1946년 8월 19일, 도쿄에서, 푸이."
노트 표지엔 "'중국에 대한 에세이', 1950년 봄, 푸이 황제가 G.페르미아코프에게."라는 글이 쓰였습니다. 망국의 마지막 황제가 남긴 쓸쓸한 흔적들을 곳곳에서 볼 수 있습니다.
프랑스 파리의 길러민(Guillermin)이란 상점에서 1937년 처음 판매된 푸이의 파텍 필립 칼라트라바는 단 8개만 만들어졌습니다. 나머지 중 5개는 백금이고, 2개는 금 소재라고 하는군요. 푸이의 시계는 백금 케이스로 만들어졌고요.
레퍼런스 넘버는 96QL. 플래티넘 다이얼 크기는 30mm입니다. 하지만 디자인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건 단연 다이얼이겠죠. 분량조절 실패로 다이얼 이야기는 2부에서 하겠습니다.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