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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워치노트 Mar 09. 2022

명품시계는 왜 부품을 검게 칠할까(PVD·DLC 차이)

은퇴한 기술자한테도 전화해봤다

1. 인트로따윈없다
'로알 오크 오프쇼어 셀프와인딩 플라잉 투르비옹 크로노그래프'. 브릿지와 22k 골드로터를 검게 PVD 코팅했다. 사진=오데마피게 제공 

"시계의 백미는 뒤태다. 사파이어 글라스 너머로 부품마다 다른 빛을 내는 무브먼트 위엔, 의외로 까만 로터가 올려져" - 까지 인트로를 썼지만, 이딴 글을 보러 왔다면 이미 덕후일 것 같아 잡다한 서론 없이 깔끔하게 본론으로 가겠다.


국내외 여러 텍스트에 따르면

1) PVD는 코팅 방식이다.

2) DLC 코팅은 PVD의 일종이고, 다른 PVD보다 강도가 높다.

3) 대신 PVD는 단가가 낮고 다양한 색 표현이 가능하다.

4) 그래서 의외로 PVD의 주목적 중 하나는 디자인이다.


4)부터 설명하면 마모와 부식에 강해진다는 장점 때문인지, 내구성을 위해 시계에 PVD 코팅을 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업계에선 내구성도 내구성이지만, 금속 파트의 색을 바꾸기 위해 PVD 코팅을 하는 경우가 잦다고 한다.


확인을 위해 오랫동안 정상급 시계 그룹에서 기술을 담당했던 분께 전화를 걸어보니 "마모에도 강해지고 부식에도 강해지는 건 맞는데 아주 단순히 설명하면 PVD는 색을 바꿀 때, DLC는 내구성을 높일 때 쓰죠"라고 답했다. PVD 역시 내구성이 높아지는 건 사실이지만, PVD는 도색을 위해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단 DLC 코팅 역시 PVD의 일종이라, 여기서 말하는 PVD는 DLC를 제외한 일반적인 PVD 코팅을 말한다.)


뒤에 더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보통 DLC 코팅에 드는 비용이 더 높아 단순히 색을 바꾸는 게 목적이라면 일반적인 PVD를 선택하는 게 더 경제적이다. 또 검은색만 표현할 수 있는 DLC와 달리 다른 PVD 코팅에선 색 표현이 훨씬 다양해진다는 장점도 한목을 한다.

*그러니까 사람들이 PVD 코팅한 시계를 보면서 "마모와 부식의 가능성을 낮춰 보다 정밀한 타임피스를 완성했다"며 감탄하는 동안 워치메이커들은 속으로 '그냥 까만게 예뻐서 했는데' 하는 상황이 많았을 거라는 것. 


2. 그래서 뭐가 다른데

시계를 보다 보면 고유의 금속 색이 아닌, 다른 색으로 칠해진 부품들을 종종 볼 수 있다. 보통 로터만 코팅하는 경우가 많지만, 가끔 미래적인 디자인을 지향하는 시계들은 브릿지까지 검게 코팅하기도 한다. 이처럼 시계에서 금속 파트의 색을 바꿀 때 사용하는 공법 중 하나가 PVD 코팅이다.


스틸 소재의 색을 바꾸는 건 쉽지 않다. 플라스틱이나 세라믹보다 밀도가 높아 색을 섞기 어려운 데다, 페인트가 잘 붙지 않아 금방 떨어지기 때문. 이때 PVD(Physical Vapor Deposition·물리적 증기 흡착) 코팅을 사용한다. 아주 간단히 설명하면 금속 등을 증발시킨 뒤 진공상태인 코팅 대상의 표면 위에 결합시키는 과정을 반복해 색을 쌓아 올리는 방식이다.


PVD 코팅을 하면 일반적으로 마모와 부식에 강해진다. 하지만 유독 높은 내구성을 바랄 땐 PVD 코팅 중에서도 DLC(Diamond-like Carbon) 코팅을 한다. DLC 코팅은 금속 대신 탄소를 뿌려 빠르게 냉각시키는 방식인데, 이 과정이 합성 다이아몬드를 만드는 방식과 유사하다고 전해진다.


일반적으로 DLC 코팅은 PVD 코팅보다 마모와 부식에 더 강하다. 단순한 내구성 이상의 의의를 지니는 게, 디자인 측면에서도 코팅한 색이 더 오랫동안 유지될 수 있다.


실제로 중고 시계 거래 사이트 'BOB`S WATCH'엔 '1년도 되지 않아 PVD 코팅의 가장자리가 벗겨지기 시작한다는 이야기가 많다'는 내용의 글이 있다. 일반적으로 PVD 코팅이 DLC보다는 내구성이 약하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문장이다.


단 해당 글은 DLC 코팅이 무조건 다른 PVD 코팅들보다 낫다고 단정짓긴 어렵다고 덧붙인다. "코팅을 맡은 업체는 아주 많고, 모두 같은 조건에서 작업하진 않을 것"이라며 "무능한 업체에서 한 DLC 코팅보단 전문 업체에서 한 PVD 코팅이 훨씬 나을 수 있다"는 것.


한 가지 더 중요한 고려 사항이 있는데, 주로 검은색 코팅만 가능한 DLC와 달리 일반 PVD 코팅들은 제니스의 데피21 울트라바이올렛처럼 다양한 색상을 입히는 데에 쓰일 수 있다. 


실제로 시계 밴드 전문 기업 STRAPCODE에 쓰인 글에 따르면 PVD 코팅은 골드, 로즈 골드, 브론즈, 블루, 다크 레드, 블랙 등의 색을 낼 수 있는 반면 DLC는 딥 블랙과 차콜 색 등까지만 표현할 수 있다. 무조건 어느 하나가 낫다고 생각하기보단, 목적에 맞게 코팅 방법을 정해야 하는 이유다.


로터, 브릿지 등을 보라색으로 PVD 코팅한 '데피 21 울트라 바이올렛'. 사진=제니스 제공
3. 해외엔 PVD로 직접 커스텀하는 이들도 있다

끝으로, DLC와 PVD를 찾아보면서 알아낸 흥미로운 사실이 있는데, 참고한 BOB`S WATCH의 글이 사실은 자신의 시계를 커스텀하려는 이들을 위해 쓰였다는 것.


국내에선 이미 구매했거나 앞으로 구매할 계획인 시계에 어떤 코팅이 쓰였는지 알아보기 위해 PVD와 DLC를 찾아보는 경우가 많은데, 해외에선 자신의 시계를 커스텀하기 위해 코팅 관련 텍스트를 찾아보는 이들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BOB`S WATCH에 따르면 코팅 과정엔 750달러에서 2000달러 정도가 든다.


문득 언젠가 우리나라에도 시계 커스텀 시장이 열리는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고보면 지금 시계 좋아하는 사람들 중고등학교 때 한번쯤 지샥 커스텀에 눈독 들이지 않았나. 얼마 전 세이코 SKX007의 인기도 마찬가지.


+ 프린스의 'Purple Rain'을 들으면서 마무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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